■ 명인열전 - 자개명장 진주쉘 이영옥 대표

▲ 전통에 생활을 입혀 자개공예의 대중화를 이끈 이영옥 자개명장

“자개공예품은 예로부터 부의 상징일만큼 고귀한 대접을 받았죠. 시대 변화에 밀려 우리 어머니, 할머니가 소중하게 아끼시던 자개장롱이 버려져 천덕꾸러기가 되는 게 너무 안타깝고 속상했어요.”
50년간 자개공예에 한 길을 걸어온 이영옥 명장은 자개가공업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일을 거들며 자랐다. 자개가공은 반짝이고 빛나는 조개껍데기를 여러 형태로 얇고 평평하게 잘라서 자개공예의 원료를 만드는 일로 무척 어렵고 까다로운 작업이다.

“자개의 오묘하고 영롱함에 푹 빠져서 자개를 쳐다보는 것만도 그냥 좋았어요. 자개공예의 DNA를 갖고 태어났죠. 또 자개공예품은 닦을 때마다 더 고급스러워지는 매력이 있어 더 좋아했어요.”

남편도 자개가공 기술자였으나 2000년 갑작스레 사별했고, 그 후 이영옥 명장은 홀로라도 자개공예를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개공예 완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나 아니면 누가 자개공예를 보존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어요. 나라도 사라져가는 자개공예의 명맥을 이어보자 결심해 힘들게 여기까지 왔어요.”
남편 사업을 정리할 때 끝까지 믿어주고 남아준 몇몇 직원들 덕에 그는 새로운 출발선에서 도전할 수 있었다.

자개공예 확산 위해 체험 클래스 운영
“신진 작가 양성해 무궁무진한 자개이야기 만들고파”

자개공예는 기다림의 미학
“자개공예는 나전칠기(螺鈿漆器)라고도 하죠, 나(螺)는 조개를 뜻하고 전(鈿)은 세공을, 칠(漆)은 옻 등의 도료, 기는 공예의 바탕이 되는 물건이죠. 자개를 아교로 물건이 되는 바탕 위에 붙이고 그 위에 칠을 여러 번 칠하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정교한 작업입니다. 기다림의 미학이라 할만큼 시간도 많이 들고 정성을 들여야 하나의 작품이 완성됩니다.”

이영옥 명장은 정성 들여 만든 자개공예품은 오래 보존되고 변형이 없이 대를 물려가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끔 급하게 자개공예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로 인해 갈라지고 터지는 일이 생겨서 자개공예 본연의 소중함이 퇴색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경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개공예의 새바람은 바로 이영옥 명인이 컬러 자개를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영옥 명장은 컬러 자개로 자개공예의 대중화를 이끈 장본이기도 하다.

“젊은이들한테는 고리타분하단 인식이 있는 자기공예를 좀 새롭게 바꿀 수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흰색이거나 아이보리색 위주인 자개에 색을 입힌 현대적인 컬러 자개를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하게 됐죠.”

천연자개에 색을 입혀 조개의 영롱한 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다양하고 선명한 색이 나는 현대적 감각의 컬러 자개로 이영옥 명장은 특허를 받았다. 그는 현재 여성발명협회에서 감사 일도 맡고 있다.

컬러 자개를 생활용품에 접목시켰더니 반응이 뜨거웠다. 휴대폰 케이스와 볼펜, 손거울, 텀블러 등의 일상 생활용품으로 등장한 자개공예는 레트로 열풍과 맞물려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 반짝이는 조개를 가공한 자개를 입힌 텀블러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다.

현대적 감각의 자개공예로 MZ세대 마음 사로잡아
이영옥 명장은 원활한 자개 공급을 위해 자개가공 공장은 필리핀에 두고 있다. 자개는 천연 재료라 원래의 특성을 알고 가공을 해야 하기에 이영옥 명장은 필리핀에 머물며 직접 가공하는 직원들을 가르치며 정성을 들이고 있다.

원료가 되는 조개는 우리나라 전복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뉴질랜드산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조개를 이용해 가공한다.

“옛날 자개농은 파티션이나 작품액자로 실용성 있게 재활용 되고 있고, 나만의 작품을 갖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게도 자개공예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어요.”

현재 이영옥 명장의 딸과 사위, 아들도 어머니를 도와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입구에 1층에는 전시장, 지하에 체험장을 마련했다. 자개공예를 배우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자개공예 클래스도 열고 있다.

“자개공예의 대중화와 자개공예의 확산을 위한 공간입니다.”

평생을 바쳐 끝없이 추구해온 자개공예이기에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도 그가 바라는 일 중의 하나다.

“공예작가들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 터전을 만들고 주고 싶은 꿈이 있어요.”

젊은 작가들과 콜라보 작품으로 새롭고 무궁무진한 자개공예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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