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농촌진흥청 작물보호과 박동석 연구관

고감도 동시진단기술로 과수화상병 피해 최소화
현장 정밀진단키트 보급 등 전국확산 방지 기여

▲ 박동석 연구관

기술 개발과 검정까지 단 3개월
“과수화상병 발생 최고점을 찍었던 2020년 6월 초, 과수화상병 초정밀 진단을 위한 기술 개발을 서둘러 진행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신규과제 추진을 위해 연구팀을 구성하고 서로가 힘을 합해 정밀 진단용 유전자를 1주일 이내에 발굴·확인하고, 발굴된 유전자로 개발된 진단법의 정확성 검정을 단지 3개월 이내에 완수했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결과였고,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나오지 않을 만큼 서로 마음을 모으고 협조한 연구원들의 열정과 노력은 지금도 큰 용기가 되곤 합니다. 국가적 난치성 작물병 발생 위기는 언젠가는 또 올 것입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세균병 정밀진단용 유전자를 신속히 발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은 엄청나게 중요한 성과라고 자부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작물보호과 박동석 연구관(54)은 과수의 에이즈라 불리는 과수화상병을 무증상 감염인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고감도 정밀진단기술을 개발하는 등 과수화상병 예방과 방제에 앞장서온 연구자다. 

박동석 연구관은 과수화상병과 관련해 그동안 ‘어위니아 아밀로보라(과수화상병원균명) 검출용 프라이머 세트 및 이의 용도’ 등 특허출원 2건을 비롯해 ‘과수화상병 실시간 유전자 증폭(Real-Time PCR) 진단법 활용’, ‘가지검은마름병 실시간 유전자 증폭(Real-Time PCR) 진단법 정책’ 등 정책제안 자료 제출 2건, 과수화상병 발생지역 진단키트 보급 등 과수화상병 전국 확산 방지에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박 연구관은 이 같은 공로로 행정안전부 ‘제3회 재난안전 연구개발 우수성과상’,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표창, 농촌진흥청 농업기술대상 우수연구실상(2021), 2021 우수공무원(국무총리) 등을 수상했다.

빅데이터가 진단기술 개발 핵심
“그동안 사용해온 진단법은 과수화상병 병증이 보여야만 그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사전 대응이 무척 어려웠습니다. 이유는 병원균이 과수에 병증으로 나타나야만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검출감도가 매우 낮았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은 현재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신속 항원 간이키트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따라서 과수에 장기간 미량으로 숨어서 존재하는 경우 등을 확인하는 정밀 고감도 진단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박 연구관과 동료들은 숨어있는 병원균을 찾는 것 못지않게 이를 퇴치할 약제가 없다는데 문제인식을 같이했다. 매몰 또는 소각하는 방법 밖에 없다보니 과수의 에이즈, 구제역, 페스트 등으로 불리는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은 우선적으로 과수화상병 감염 여부를 정밀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연구를 본격화했다.

“현재까지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공인 진단방법으로는 과수화상병과 병증이 매우 유사한 가지검은마름병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분석 대상 검체의 DNA(핵산)를 하나하나 일일이 분리를 해야만 하는 부담이 있어서 효율성이 낮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은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이슈 중의 하나인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했습니다. 이 기술로 전 세계적으로 공유된 과수화상병원균과 가지검은마름병원균의 유전체(genome, 게놈) 정보를 서로 비교했습니다. 그리고 각 병원균만이 가진 유전자를 찾아낼 방법(알고리즘)과 유전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단시간 진단으로 위기대응 가능 
박 연구관과 동료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통해 최근까지 난제로 여겨왔던 과수화상병과 가지검은마름병의 신속 구분과 동시 진단을 가능케 할 수 있었다. 특히 이 기술의 개발로 기존 병원균 분리 배양 후 DNA을 검사하던 단계를 생략하고 검체로부터 직접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연중 병증이 보이지 않는 손톱만큼 자그마한 시료에 최소 10~100마리만 있어도 1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박 연구관과 동료들이 개발한 이 기술은 검증과정을 거쳐 현재 과수산업과 연관된 국가 기관에서 키트로 사용 중에 있다.
“이번 연구개발 성과의 세 가지 장점은 병원균 정밀진단용 유전자를 1시간 이내에 발굴 확인 가능하며, 현장에 기술 보급까지 최대 3개월 이내로 단축할 수 있고, 검출 시간도 1시간 이내여서 위기대응 효과는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개발된 기술의 국가경쟁력을 국내외적으로 비교할 때 가히 혁신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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