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71)

"귤밭은 야금야금 줄고
점점 꽃나무가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 회원님이 다녀가시고 나서, 꽃다발 선물을 보내셨다. 꽃을 좋아하는 나를 더 감동 시키려고 보낸 선물인데, 꽃집에서 연락이 왔다. 꽃다발 배달을 오겠다고. 누가 보내셨는지 확인하고 놀라고 기뻤지만, 실용주의자인 나는 꽃다발보다는 꽃나무로 바꿔 오래도록 보고 싶었다. 꽃집을 찾아가서 돈만큼의 꽃나무로 바꿨는데 그것이 아나벨 수국이었다.

수국 삽목은 많이 해서 귤밭 가장자리를 둘러쌌지만, 고급지고 은은한 아나벨 수국은 꽃집에서도 값이 좀 돼서 선뜻 사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소원성취(^^)를 하게 됐다.
문 앞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아나벨 수국을 심어두고 들며나며 바라봐주고, 정성을 들였더니, 무럭무럭 잘 자라서 지난해도 10여 개의 화분을 삽목해서 만들었고, 올해도 10여 개의 화분을 만들어 뒀다. 그러고도 지금 꽃송이가 사발만큼 크게 환하게 웃으며 피어나고 있으니, 이 꽃을 선물한 사람을 두고두고 생각나게 한다.

3년 전에는 유리공주가 내 생일을 겸해서 호주아카시아를 선물했다. 내 허리춤정도 오는 잎이 삼각인 나무 화분인데, 꽃은 없어도 나무로도 고급진 느낌이 들어서 큰 화분에 옮겨주고 애지중지 돌봤다.
특별히 애정을 주니 무럭무럭 자라서 이듬해 노란 솜사탕 같은 꽃을 몇 개 보여줬다. 꽃의 모양을 본 나는 꽃이 가득히 피면 장관이겠다 싶어서 더욱 공을 들였다. 매일 물을 주고 거름도 듬뿍 줬더니 내 키를 훌쩍 넘어서고 올 봄에는 가지마다 노란 꽃을 피웠다. 

노란 솜사탕 가지가 한아름 핀 광경을 혼자서 보기 아까워 유리공주를 비롯해 아는 사람마다 자랑했다. 몸값으로도 5배 이상 커졌을 호주아카시아를 잘 키워낸 나를 자화자찬하며 뿌듯해 했다. 겸손이 힘든 나는 “내 손이 금손이야!” 하며 목에 힘을 줬다.

이러다가 보니, 내 맘속에는 “꽃집을 해봐...?” 하는 생각이 몽실몽실 떠올랐다. 꽃을 좋아하는 것과 꽃집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요즘 내가 동네 플리마켓에 꽃을 들고 나가면서 깨닫게 됐다. 
플리마켓을 오픈하고 나서, 나는 우리 유기농귤쥬스와 꽃을 아이템으로 정했다. 스스로 꽃미녀(꽃에 미친 여자)라 칭하며 남편에게 겨울 감귤 수확철 이외에는 꽃 가꾸기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기에, 지난해와 올해는 귤밭은 야금야금 줄어들고, 점점 꽃나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서너 시간 열리는 플리마켓은 비가 오지 않아서 벌써 8번째 열었다.

막상 꽃을 가지고 나가려고 보니 내가 키운 꽃들을 화분에 옮겨 심고, 화분에서 길들여야 해서 가지고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꽃집에서 사 가지고 나가게 됐다. 매주 꽃집에 가서 꽃을 고르는 재미는 좋은데 원가에 파는 꽃장사는 이래서 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안 팔리면 심고, 파는 것은 원가에...

하지만 나의 셈법으로는 수업료를 내고 배운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 수업료도 한 학기에 수백 만 원인데, 나는 실전에서 배우고 있으니 ‘적자는 아니야’ 하며 꽃장수는 이상한 셈법으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꽃만 보면 행복한 내가 꽃장수로 변신하는데 수업료를 내야지~ 하는 셈법. 
유기농 농부도 그렇게 걸어왔는걸! 그래서 꽃장수는 늘 자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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