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포커스-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농업분야 대응은?

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근로자를 줄이기를 위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주골자다. 올해 1조1000억 원 규모의 안전관리에 재정·기술지원이 확대되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마련했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모호한 법 규정과 사고예방보다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경영의지를 꺾는 건 물론이고 산업재해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재해사고 사망자가 작년 1분기 사망자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과연 재해예방에 효과적인지 의문의 시선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전국의 농업기술센터도 사고방지를 위한 교육과 시설개선에 나서고 있다.

획기적인 재해감소 이뤄지지 않아…엄벌만능주의 한계 뚜렷
기업 재해예방 역량 갖추도록 구체성 확보하고 정부지원도 늘어나야

법 적용이 재해예방 역량 떨어뜨릴 수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으로 재해안전이 기업경영의 핵심부로 부상한 점은 이 법의 가장 큰 순기능이다.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권혁 교수도 “경영의 관점에서 산업안전에 대한 관심을 촉발했다는 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있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동현장에서 수용되기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한 법률, 중소기업은 아예 법 대응을 포기하는 문제를 낳았다는 것과 예방이 아닌 처벌방지에만 대책이 집중됐다는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에 권 교수는 쉬운 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며 구체적으로 “재해예방에 자율적인 대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언제·무엇을·어떻게’를 간명하게 제시함으로써 외부 로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명확성과 구체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업종과 규모를 감안해 세부적인 기준과 내용을 정부가 제시해줘야 하고, 영세기업은 안전경영체계 구축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노사의 시각차도 여전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50인 이상 사업자 대상으로 시행된 이후 4월29일까지 총 57건 65명의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서 “기업들은 최고안전책임자 선임,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등의 다각적 노력을 하고 있지만 획기적인 재해감소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규모가 큰 기업들에서도 효과가 미미한 상황에서 향후 50인 미만의 기업까지 확대된다 해도 법 적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엄벌만능주의로는 산재를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으로 경영자에 대한 1년 이상의 하한형의 징역형을 삭제하고, 중대산업재해와 경영책임자 범위, 원청의 책임범위 등 불명확한 법률규정 구체화를 주문했다. 또한 시행령도 직업성 질병 범위와 경영책임자 의무 중 ‘필요한·충실하게’ 등의 모호한 문구를 삭제하고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보건 전문공인력 공급이 현장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점을 반영해 대학 관련학과 신설과 정원확대의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광일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이 법은 충분히 예방가능한 사망사고가 빈발하는 현실에서 기존법률의 처벌이 너무 경미하고 실질적인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한계에서 출발한 만큼 시행된 지 갓 100일이 된 법률에 과도한 개정요구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이 확대되는 2024년을 대비해 정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지원을 강화해야 하고, 법률이 구체적일수록 사고예방 효과면에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농업기술센터·농협도 파급력에 촉각
재해예방, 보여주기식의 일회성으로 그쳐선 안돼

농업계도 재해예방 나서
농기계임대사업소와 배양실·분석실 등 다수의 연구실을 운영하며 각종 장비와 약품 등의 사용이 많은 농업기술센터, RPC와 판매장 등을 운영하는 농협 등도 포함됨에 따라 파급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농협은 업무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명절기간에 직원 근무여건과 소방·안전시설, 작업장 위험요인 등을 살피고 사고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법 시행초기인 만큼 혹여라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농협 전체 사업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단 판단에서다. 전국의 농업기술센터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연구주체의 장은 연구실의 안전관리를 위해 안전점검지침에 따라 안전점검을 실시해야 하고, 등록된 대행기관으로 하여금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또다른 비용을 발생시켜 기관에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몇몇 농업기술센터는 자체적으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자료집을 제작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 교육들이 보여주기식으로 일회성에 그치거나 열악한 근무여건 개선 없인 실질적인 재해예방에 도움이 될 수 없단 지적도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근무자들에게 안전교육을 늘리고 농기계 관리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막기 위해 시설개선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에서 안전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야만 인명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정부의 안정적인 관련예산 확충 필요성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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