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최정인 평창군연합회장

“농촌에 개미는 있어도 베짱이는 없다.”
부지런해야만 살 수 있는 곳이 농촌이란 뜻이다. 대농이 아니고서야 한 가지 작목만으로 농사를 지어선 소득을 올리기가 만만치 않다. 그래서 또다른 소득원을 찾아 24시간 365일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이들이 농촌에는 넘쳐난다. 한국생활개선평창군연합회 최정인 회장도 마찬가지다.

▲ 옥수수를 포함해 농사일에 양묘사업소, 그리고 생활개선회장까지 거뜬히 해내는 최정인 회장.

농사일에 양묘사업소까지 감당하는 열혈투잡족
코로나19로 달라진 생활개선회 활동상 변화 주도

흙이 좋아요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최정인 회장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했지만 농사짓는 삶을 꿈꿔왔다고 한다. 선뜻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지만 땀 흘리며 살아가는 삶이 진정 보람된 삶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무엇보다 흙을 밟으면서 땀 흘리는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했어요. 서울살이를 접고 평창으로 내려오며 다양한 작목을 심어봤어요. 아무래도 평창하면 옥수수잖아요. 그중 찰옥수수를 재배하는데 사실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죠. 제 키를 훌쩍 넘기도 하니까 일하고 나면 몸 안 쑤신 데가 없어요.”

최 회장의 설명대로 찰옥수수는 강원옥수수의 대표품종으로 찌거나 구워 먹는 용도로 애용돼 왔고, 국수·떡·과자 등으로 가공용으로도 쓰임이 많다. 재배환경은 밤과 낮의 온도차이가 큰 지역에서 잘 자라는데 평창이 안성맞춤이다. 찰옥수수는 병충해에 강하지만 줄기가 3미터를 넘기도 할 뿐만 아니라 줄기가 가늘어 쓰러지기 쉬워 수확할 때 몇 곱절 힘이 들기도 한다. 흙이 좋아 선택한 삶이지만 농업은 노동강도가 워낙 높아 벅찰 때도 많다.

그래도 그걸 감수하고 묵묵히 땀 흘린다는 최 회장은 청양고추와 들깨농사까지 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동부산림청의 양묘사업소에서도 일하고 있다. 임업인의 소득증진을 목적으로 우량묘목 생산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 평창에 세워진 양묘사업소에서 최 회장은 강원도에 씨앗을 뿌려야 할 시기가 되면 더욱 바빠진다고 한다.

“양묘사업소일까지 하면 1년에 딱히 쉬는 날이 없어요. 저한텐 농한기가 없는 셈이죠. 그래도 가족이 아파 파산할 뻔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쉴 수가 없네요.”

생활개선회 활동상 변화 주도
1985년 결혼 후 몇 년이 지나 생활개선회에 가입한 최정인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한 수많은 봉사활동과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강원도농업기술원의 미래농업교육원과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교육을 통해 굴삭기 조작을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됐다는 최 회장. 이처럼 생활개선회원이 아니라면 받을 수 없었을 교육을 통해 단체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3월 제14대 평창군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최 회장은 코로나 시대에 생활개선회가 살아남기 위해선 과거와는 달라야 한다고 보고 활동상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목공예 체험을 마련하며 회원들이 힐링의 시간을 갖도록 도왔다. 코로나19 여파로 판로가 막힌 평창농산물 소비확대를 위해 유기농재배농가를 찾아 단합된 힘으로 일손돕기와 홍보에 매진했다. 청정한 평창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만든 치유음식 상품화에도 나섰다. 이는 로컬푸드음식의 가치를 높이면서 한층 중요해진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을 선보였다.

“자연음식연구회가 주축이 돼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도 지키고 요즘 시대에 맞게 조금씩 변화를 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도 생활개선회가 세계인들에게 지역의 향토음식을 홍보했는데 진짜 큰 보람을 느꼈어요. 그때 참여한 회원들도 몸은 힘들어도 생활개선회 위상을 높였다는 칭찬을 받으니 다들 만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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