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기업 탐방 - 충북 청주 미원산골마을빵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충북 청주 미원면은 농촌에서도 오지다. 농촌아이들의 교육 품앗이에 나서던 미원면 주민들이 마을에서 난 우리밀로 토종효모빵을 구우면서 한층 더 단단한 공동체로 뭉쳤다. 아이들이 책 읽던 쉼터는 북카페가 되고, 주민들은 저마다의 소질을 찾아 제빵사나 바리스타로 성장했다. 

▲ 미원산골마을빵집 (사진 왼쪽부터)오옥근, 박진이, 조향미, 임일순씨가 레시피를 함께 만들어 당일 생산한 빵을 보이고 있다.

농부들이 키운 우리밀로 천연발효종빵 구워
지역 사과·청양고추 활용해 건강한 먹거리 전파 

농촌공동체로 주민 역량 높여
“면소재지 건물을 임대해서 농업인들은 문화활동 공간으로, 아이들은 교육공간으로 시작했습니다.”

미원산골마을 김희상 대표는 2018년 처음 임대한 공간을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지원사업을 통해 리모델링했다고 한다.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주민들의 힘으로 공간을 유지하고자 자체 수익사업을 구상하게 됐다.

이듬해 농촌진흥청 특산자원융복합기술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주민 4명이 우리밀빵 제조 기술을 익히고 본격적인 빵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실내 프로그램이 어려워지면서 문화 활동을 뒤로 하고, 빵을 계속 생산하면서 주민들의 역량을 높였습니다,”

농업인, 제빵사, 판매자로 구성된 주민들이 체계적으로 분업하면서 조합원으로 있다. 지역에서 생산한 우리밀을 사용하며 ‘빵 굽는 신부’로 알려진 산남교회 오동균 신부에게서 천연발효종빵을 만드는 방법을 배워왔다고 한다.

카페로 꾸민 빵집은 빵과 음료를 먹는 손님들이 담소를 나누며 자리를 꽉 차 있었다.

▲ 아이들이 책 읽던 쉼터는 북카페가 됐다.

소화 잘 되는 우리밀빵
“수입밀에는 끈기가 있어서 빵을 만들기 쉽지만, 우리밀은 발효종 유익균을 키워야 해서 까다로워요. 보기 좋은 빵보다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하는 생각들이 모여 어려운 일에 도전했습니다. 100% 우리밀과 우리쌀, 지역농산물을 활용해 빵을 만든다는 것에 조합원 모두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미원면 주민보다는 주로 도시민들이 많아요. 보은과 괴산에서도 알음알음으로 찾아오고, 청주시민들이 도시에서 거꾸로 빵을 맛보러 오세요.”

천연발효종빵은 겉모습이 투박하고 단맛이 적어서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딱딱하고 맛이 없다고 불평도 있었다고 한다. 투박한 겉과 달리 썰었을 때는 속이 촉촉했다. 꾸준히 천연발효종빵을 먹는 고객은 소화가 잘 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는 평을 한다고 했다.

“어르신도 드시기 편하게 쌀과 사과즙을 넣은 쌀모닝빵을 생산하고 있어요. 지역에서 생산한 사과로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을 냈죠.”

▲ 우리밀로 만든 통밀빵은 투박한 겉과 달리 썰었을 때 속이 촉촉하다.

따로 또 함께 일손 모아
제과제빵을 책임지고 있는 조향미 실장은 통밀빵, 크렌베리호두 깜파뉴, 오징어먹물 치즈 치아바타를 우리밀로 개발하고, 청양고추를 넣은 육쪽마늘 청양고추 바게트쌀빵을 새로 선보였다.

“청양고추를 다져서 소스에 활용하고 있어요.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빵을 골고루 선택해서 먹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을 고민합니다.”

미원산골마을빵집에 우리밀을 납품하는 박진이씨는 빵 제조실과 매장을 오가며 제빵 계량과 빵 진열에 한창인 모습이었다. 농사로 바쁘지만 매장에 틈나는 대로 나와서 일손을 거들며 빵집이 성황리에 운영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주흥덕시니어클럽을 통해 빵집에 출근하고 있는 오옥근(70)씨는 “사람들과 만나려고 빵집에 나오고 있다”며 “여기만 오면 젊어지는 것 같고 재밌다”고 말했다.

주5일간 3시간씩 일하면서 오옥근씨는 조합원들의 점심식사를 담당하고 있다.

“농사일 가기 전에 먹을 빵을 퇴근길에 사가고 있어요. 떡 찌듯이 통밀빵을 밭솥에 찌면 부들부들해서 먹기 편하고 맛있어요.”

그는 미원산골마을빵 운영이 더욱 잘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람들에게 우리밀빵의 구수한 맛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주민들과 서로 화합해 나가야죠.” 

▲ 주민들은 청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우리밀빵 제조 기술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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