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 7월3일까지 ‘백년씨앗 천년틔움전’ 개최

토종씨앗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소중한 살림 밑천으로 이웃과 함께 나누던 공동체 자산이었다.
좋은 씨앗이 있으면 집집마다 나누고 기쁜 마음으로 심어 키운 작물들은 맛있는 음식으로 또 나눔을 했다.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은 오랜 기간 동안 소멸하지 않고 보존해온 집안의 보물 같은 토종씨앗들을 보존해온 양평 사람들을 찾아내 소개하고 또 씨앗의 역사와 의미를 담은 전시회를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 1층 화랑 미지에서 7월3일까지 열고 있다.
▲ 토종씨앗을 보존해온 농부들의 이야기와 양평의 토종씨앗 234점을 전시한 ‘백년씨앗 천년틔움전’

#양평군 지평면의 지옥의 어르신은 참깨, 들깨, 검정콩, 녹두, 빨강강낭콩을 보존해 왔다.

“참깨는 기름도 짜고 깨보숭이(깨소금)도 하고, 추석에 송편에 넣어 먹었지. 빨강강낭콩은 4월에 감자 심을 때 두럭에 같이 심었고……이 박은 씨앗 보관하려고 내가 만들었구”

지옥희 어르신이 구멍을 내 씨앗을 보관해 온 박은 실물 그대로 전시됐다.

#단월면의 김삼례·이범용 어르신부부는 까만울콩과 삘간울콩의 토종씨앗을 지켜오고 있다.

“뒷집에서 얻어 심었는데 빨간울콩 풋것은 까서 밥에 바로 넣어 해먹으면 맛있고, 까만울콩은 밥에 넣고 반찬 해먹지”라며 용도를 알려줬다.

#강낭콩, 상추, 들깨, 아욱, 창갓, 도라지, 긴호박, 검정동부 등을 내어준 지평면의 신윤우 어르신은 “이 호박씨 좀 가지구 가. 가서 많이 퍼트려. 난 이제 늙어서 힘드어서 못 심어”하는 말을 남겼다.

#단월면의 김홍옥 어르신은 “여기 산지 58년 됐어. 이게 진짜 토종이야. 요즘엔 신품종을 많이 심지만 녹두랑 잔산달팥은 맛이 진짜 좋아, 청포묵이랑 죽이랑 부침개도 부치고 동네에서 나눠서들 심었지”하며 녹두랑 잔산달팥, 어금니동부 등을 전시회에 내놓았다.

 

전시회엔 토종씨앗을 지켜온 양평의 농부들뿐 아니라 토종씨앗을 지켜온 농부들의 옛 농기구들도 함께 전시됐다. 가마니바디, 씨종대미 등 요즘 보기 드물고 이름도 생소한 것들이다.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 이은자 실장은 “토종씨앗을 지켜온 양평의 농부들과 기관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토종씨앗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고 전시회의 의미를 밝혔다.

이은자 실장은 “‘농부는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봄에 뿌릴 씨앗은 먹지 않는다’는 말처럼 현재보다 미래 후손을 걱정하는 농부의 마음과 대대로 이어지는 농사에 대한 희망이 토종씨앗에는 담겨있다”며 “당장은 어렵고 힘들어도 미래세대를 위한 농부들의 뚝심과 토종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해온 사람들과 기관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고 밝혔다.

▲ 이동전시가 가능하게 전시를 구성한 양평군친환경농업박물관 이은자 실장

 

씨앗의 역사와 가치

전시회는 토종씨앗에 대한 역사와 씨앗의 다양성과 소중함에도 주목했다.

고구려를 건국한 주몽의 설화를 쓴 이규보의 동명왕편에서 주몽의 어머니가 먼 길 떠나는 주몽에게 오곡종자를 싸줬다는 이야기부터,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아일랜드에서 생산성만을 고려한 단일 품종 감자 재배를 해왔다가 단일 품종 감자에 생긴 병 때문에 국민이 기근에 빠진 이야기까지를 풀어내며 씨앗의 소중함과 다양성에 주목했다.

 

양평의 토종씨앗 234점 실물 전시

양평군이 보유하고 있는 토종씨앗 중 총 234점은 지난 40년과 민간과 각 기관의 노력으로 보전돼온 씨앗들이다. 양평에서 수집된 토종밭작물 119점과 양평에서 수집과 시험 재배된 토종볍씨 115점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농촌진흥청 농업유전자원센터가 양평지역에서 수집 보존해온 씨앗과 2018년 토종씨드림이 양평군의 6개 읍에서 수집한 씨앗들, 2021년 농업회사법인 우보농장과의 시험연구로 재배했던 토종볍씨 등이다. 110년 전 양평에서 심었던 토종벼에 대한 조선품종일람에 나온 자료와 함께 벼도 전시됐다.

콩 종류만 해도 까만울콩, 울타리강낭콩, 빨간웅콩, 흰울타리콩, 재래흰콩, 백태메주콩, 질금콩 등 여러 종류가 있다.

▲ 토종종자 보존에 노력해온 기관들의 이야기엔 생활개선회의 토종종자 보급과 가공이야기도 전시됐다.

무엇보다 토종씨앗을 지켜온 농부들의 이야기는 물론 토종씨앗을 지켜온 기관들의 이야기도 전시돼 있는데 옥천면생활개선회와 양평군생활개선회의 활약상도 있다. 옥천면생활개선회는 지난해 토종상추와 아욱, 오이 등 토종채소 씨앗들을 회원들이 직접 육묘해 모종판매로 지역의 토종씨앗 홍보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양평군생활개선회는 2021년 구억배추, 조선배추, 곡성무 등 토종김장채소로 담근 김치 1.1톤을 지역 내 소외계층 110가구에 전달하며 토종김치 가공과 나눔을 실천해 토종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토종씨앗의 상품화를 기대하며…….

전시장의 문을 나서기 전에 토종씨앗을 관찰해 그려볼 수 있어 아이들 체험 교육으로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맛보고 싶은 토종씨앗의 제품인 토종쌀, 토종상추, 토종김치, 토종쌀막거리, 토종생강차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앞으로 양평의 토종씨앗들로 토종상품이 출시되면 마케팅까지 가능할 수 있게 앞을 내다봤다.

이번 전시는 양평친환경농업박물관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동 전시할 수 있도록 패널을 이용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이다.

이은자 실장은 “친환경농업의 밑거름이 되는 토종씨앗의 역할과 가치는 물론 토종씨앗의 명맥을 찾고 보존해온 농부들의 노력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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