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 폐사 현장을 가보니…경기 화성 ‘최은명 자연꿀’

우리나라에서 꿀벌이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의 시기에 전국적으로 사라지거나 폐사한 것이 78억 마리가 넘는다고 조사됐다. 꿀벌이 월동 과정 중에 줄어드는 현상은 통상적이지만 이렇게 규모가 큰 것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라 이상기상과 환경 파괴에 대한 꿀벌들의 경고로 경각심을 갖게 한다. 꿀벌이 지구에서 멸종되면 인류는 4년을 버티지 못한다며 아인슈타인은 경고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18년간 친환경 양봉을 하고 있는 ‘최은명 자연꿀’을 찾았다.

▲ 최은명 대표가 남은 꿀벌들은 봄을 맞아 꿀을 모으며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봉 18년만에 50% 폐사는 처음 겪는 일
친환경약제와 청결한 관리로 키운 강한 벌들이건만...

“자두꽃과 보리수꽃이 피었는데도 벌이 보이지 않는다고 이상하다고들 해요.”
최은명 대표는 “벌이 바삐 날아다니며 한창 수정이 이뤄질 시기지만, 벌이 없어 벌통을 임대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며 벌이 사라진 현재의 심각성을 전했다.

그의 아버지가 1990년대 시작한 양봉을 대를 이어 18년 동안 해온 최 대표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 겪는 일이란다. 그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양봉 10군(통)을 120군(통)까지 늘려놓았는데, 꿀벌이 지난겨울부터 봄까지 폐사하거나 집을 나가 현재는 반 토막인 60군만 남았다.

“우리 벌들은 친환경약제로만 소독하고, 청결에도 힘써 면역력이 강한 벌들이라 자부했는데도 이런 상황이 됐네요.”
최 대표는 죽은 벌들을 쓸어내고, 벌이 없는 빈 벌통들은 소독하고, 벌통을 닦을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되짚어보니 이런 기미는 3년 전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여름철 기온이 오르면서 응애진드기가 확산되고 겨울 동안에 응애 피해가 종종 있긴 했어요.”
최 대표는 “벌통 안에 벌들은 뭉쳐있어야 온도가 오르고 강해지는데, 응애 피해로 벌 개체수가 적어지고, 벌통 안에 온도가 내려가면 남아있는 벌들도 약체가 돼 얼어 죽는다”고 설명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피해를 입은 이곳 벌들을 샘플로 검사해 “살충제 없이 양봉하는 농장이어서 벌들이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었지만 응애를 잡지 못해 폐사가 일어났다”는 임시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로서 꿀벌집단 폐사와 실종의 원인이 이상기상, 응애 피해, 2차병원체(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요인의 복합적 작용이란 결과다.

얼마 전 ‘그것이 알고 싶다’란 방송 프로그램에서 꿀벌이 실종되거나 죽은 이유를 기획 보도했다. 방송에선 꿀벌 폐사와 실종의 원인으로 농약의 드론 방제와의 연관성을 암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최은명 대표가 양봉을 하고 있는 곳은 지역 자체가 농약 살포가 없는 곳이다. 밀원수도 뒷산의 산벚꽃과 아카시아, 밤나무로 농약 살포와는 무관하단 게 최 대표의 말이다. 다행히 지난주 벚꽃이 만개하며 남아있는 최 대표의 60군의 벌들은 활발해졌다.

최 대표는 “벌들이 꿀을 모으며 강하고 활발히 움직이며 분봉을 나간 벌들도 있을 정도”라며 “청결하고 철저한 관리로 남은 벌들을 병에 걸리지 않게 강하게 키우겠다”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 최은명 자연꿀은 교육농장 지정을 받아 학생과 일반인 대상의 체험활동도 하고 있다.

최은명 자연꿀은 치유농업을 하고 있는 곳으로 농촌진흥청 치유농업경진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곳이다. 교육농장 지정도 받아 학생과 일반인 대상의 체험활동으로 교육농장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양봉 치유 체험농장이다.

“양봉은 체험용으로 부가가치가 있지만 무엇보다 1차 양봉이 튼튼하고 무너지지 않아야 바탕이 돼서 체험과 교육, 치유활동도 잘 할 수 있어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양봉 청년창업에 도전한 아들 임영우씨가 어머니와 함께 하고 있어 그에게 양봉은 3대를 이어가는 가업이 됐다.

“국민들이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했으면 좋겠어요. 나 하나쯤이야 하지 말고 나부터 환경 보전에 노력해 생태를 지켜야 꿀벌도 지키고, 우리도 살 수 있어요.”
꿀벌과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최은명 대표의 당부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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