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농촌에선...

전국적으로 잇단 꿀벌 폐사...전남·경남·제주지역 피해 커

꿀벌응애류·말벌류 피해, 이상기상 등 복합요인 때문
관계당국, 응애․등검은말벌 친환경 방제기술 개발 강화

딸기 등 과채류 작물들은 열매를 맺으려면 꿀벌 등 화분매개곤충에 의한 수정이 필수적인데, 한창 수정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꿀벌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양봉농가들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꿀벌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이 처럼 최근 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사태가 벌어지며 농가 피해가 속출하자 관계 기관이 그 원인 파악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촌진흥청과 농림축산검역본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양봉협회는 지난 1월7일부터 2월24일까지 전국 9개 도, 34개 시·군의 양봉농가 99호를 대상으로 월동벌 피해에 대한 민관 합동조사를 벌였다.
이번 조사 결과, 농촌진흥청은 최근 양봉농가의 월동 꿀벌 피해 원인은 지난해 발생한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조사 결과,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다. 특히 전남과 경남, 제주지역의 피해가 다른 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으며,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정확한 전국 피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거의 대부분 피해 봉군에서 응애가 관찰됐고, 일부 농가의 경우 꿀벌응애류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동 전 꿀벌 발육에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예찰이 어려운 응애류의 발생을 농가에서 인지하지 못했고, 지난해 8월까지 사양꿀과 로열젤리 생산으로 적기 방제가 미흡해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응애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월동 꿀벌의 약군화(弱群化 : 월동 봉군의 일벌 구성이 정상보다 적은 수로 된 경우)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했다.

말벌류 중 등검은말벌은 일벌 포획력이 탁월해 유인제나 유인 트랩으로 완전히 방제하기 어려워 지난해 10월 늦게까지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제가 매우 어려운 기생성 응애류와 포식성 말벌류는 월동 봉군 양성 시기(8∼9월)에 최대로 번식하는 생태 특성이 있다. 응애류는 발육 번데기에 기생하고,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준다.

특히 지난해 9∼10월에는 저온현상이 발생해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현상이 나타나 봉군이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약화된 봉군으로 월동 중이던 일벌들이 화분 채집 등의 외부활동으로 체력이 소진됐고, 외부기온이 낮아지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합동조사반은 추정했다.

월동기간 일벌들은 공 모양으로 밀집된 형태를 유지하는데, 강한 봉군들은 단단하게 밀집해 외부환경에 강하게 대응할 수 있지만 약한 봉군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피해에 대해 농식품부와 농진청 등 관련 기관은 양봉농가의 조속한 경영안정과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 지원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피해 농가의 경영 안정을 위해 농업경영회생자금과 농축산경영자금 등 지원사업을 안내하고, 꿀벌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가축방역 대응 지원사업을 활용해 꿀벌 구제 약품이 신속히 지원되도록 조치했다.

농진청은 정확한 피해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 현장에 적극 보급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 등 검은말벌 조기 방제기술을 개발하고, 월동 꿀벌 관리기술 자료 발간과 배포를 통해 현장 기술지원 등을 확대할 방침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도 응애 구제제 적정 사용요령 교육을 확대하고, 질병 조기 진단과 기생성 응애류 방제를 위해 산업체와 공동연구로 안전성과 효능이 뛰어난 최적의 천연물 유래 응애 구제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농진청 이만영 양봉생태과장은 “농가가 안정적으로 양봉을 할 수 있도록 이상기후 상시화에 대비해 꿀벌 관리와 병해충 발생 피해를 최소화하는 연구개발과 기술 보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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