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부가 뛴다-경기 안성 윤태광씨

고령화가 가장 근심거리인 농촌에서 청년 농업인은 소중하다. 더구나 고향을 지키며 가업을 이어가는 승계농은 우리 농업을 이끌어가는 대들보 역할을 하는 귀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쌍지리의 윤태광씨는 조부모까지 4대가 함께 하며 농업·농촌을 지키는 청년농부다. 윤태광씨는 청년농의 도전 정신을 한껏 발휘하며 기후변화에 대비한 다양한 열대과일 재배로 미래농업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 윤태광씨의 바나나 농장은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기후변화대응 아열대 과수 생산기반 조성 시범사원의 지원을 받았다. 과수재배 북방 한계선의 지속적 상승 등 기후변화에 선제적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다.

고향 지키며 열대작물 재배로 신농업 개척
실험정신으로 바나나·파파야 등 재배하며 기후변화 대응

지난 3월 중순 윤태광씨의 바나나 시설하우스를 찾았을 때 아직 낮과 밤의 기온차가 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하우스 안은 25도를 웃돌았고, 그는 반팔 차림이었다. 25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에는 바나나를 비롯해 파파야, 귤나무, 레드향 등의 작물이 재배되고 있었고, 거기다 무늬바나나, 삼척바나나, 레드바나나, 블루바나나, 손가락바나나 등 종류가 여러 가지였다.

“안성 관내에 저보다 먼저 바나나를 재배하는 친구가 있었죠. 농사를 하며 글램핑장도 운영하는 저로서는 소비자를 위한 체험 관광상품으로 열대작물 재배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사진에서만 볼 수 있는 바나나를 소비자가 직접 수확하고, 수확철이 아닌 시기에는 바나나꽃 등도 관찰하며 추운 겨울에 따뜻한 하우스를 경험하는 등 여러 장점이 있어 보였다.

부모세대와는 또 다른 농업 꿈꿔
윤태광씨는 현재 서른여섯 살이지만 연암대 축산학과에 입학하면서부터 부모님과 함께 한우와 수도작, 친환경 밭작물 농사를 해온 경력 16년째 농부다. 특히 청년농답게 요즘 트렌드에 맞는 글램핑장을 함께 갖춰 직접 소비자가 농장을 방문해 체험하며 농산물을 구매하는 직거래 시스템을 생각해 부모세대와는 다른 농업으로 지평을 넓혔다.

“아직은 하우스 규모가 작아 바나나 판매 수익은 별 기대를 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여요.”

윤 씨의 농장 120주의 바나나 나무에서 한 주당 50kg의 수확이 예상되므로 한해 총 6톤의 수확을 예상한다. 국내산 바나나는 시세는 1kg당 8000원으로 아무래도 수입산 보단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그래도 국내산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많고 연 4000명이 방문하는 글램핑장이 있어 판매 걱정을 덜고 있다.

아무래도 열대작물 시설하우스라 경영비가 많이 들지 않을까 우려됐지만, 난방을 위한 전기료는 11월부터 3월까지 600만 원 정도, 첫해 묘목 값은 200만원이 들어 총 800만원이 들었다.

“나머지는 오롯이 본인 하기 나름이겠죠.”
윤 씨의 대답은 거침이 없다.

바나나 나무는 일년생으로 4미터까지 자란다. 바나나 수확을 마친 후에 본래 나무는 모두 잘라내고 그 옆에 죽순처럼 새로 솟아난 새끼 바나나 나무를 다시 키우면 다음해 바나나를 또 수확한다.

▲ 바나나는 4~7월경에 수확을 마치지만 수확철 외에도 바나나 꽃 등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소비자가 직접 볼 수 있다.

안성바나나 브랜드화 노린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간다는 것은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 윤태광씨도 마찬가지지만 열대작물을 재배하며 ‘재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던 점’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다행히 안성시농업기술센터의 관계자들이 자주 방문해 정보를 공유하고 의논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또 고삼지역 12명의 청년농업인회 활동으로 함께 학습하고 교육 받으려 힘을 합해 활동하고 있다. 모두 미래농업이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들이자 지원군이고 응원군으로 서로서로 힘이 되고 있어 든든하다.

윤태광씨가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후변화에 대비해 열대작물 재배가 확대되면 ‘안성 바나나’ 브랜드화가 이뤄지지 않을까요? 그 첫걸음을 떼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과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제가 도움 받은 것만큼 많은 일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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