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최혜선 연구사

건강기능성 강화된 순식물성 쌀 발효 신소재
저염장류 개발에도 적용해 시판장류에 도전장
경제성 높아 동물성 발효유 대체 가능성 커

▲ 최혜선 연구사

한국형 식물성 신소재 ‘쌀 유산균’
“지금까지 수행해 온 연구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것은 식량작물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쌀 등 주요 식량작물은 주로 밥이나 떡으로 이용됩니다. 또는 단순 가공처리로 제조된 과자 등으로 활용돼 왔지요. 그렇지만 유용 균주에 의해 기능성과 품질이 향상된 쌀 유산발효물이 첨가된 기능성장류야말로 국제 식품 트렌드에 부합된 ‘한국형 식물성 신소재’라는 것에 자부심과 보람을 느낍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수확후이용과 최혜선 연구사(45)는 식량작물의 유용한 발효균주 연구에 14년여를 집중해오고 있다. 
최 연구사는 그동안 ‘라이신 함량이 증가된 쌀 유산균발효물 및 이의 제조방법’ 등 29건을 산업재산 등록했다. 또한 ‘전통장류 유래 프로바이오틱 효과 우수 식물성유산균의 특성’ 등 논문 게재와 학술발표 100여건의 학술성과를 이뤘다. 이밖에도 표준영농교본(전통발효식품), 한국장류제조총람 등의 자료 발간과 홍보, 기술이전 124건 등 다양한 성과를 이어오고 있다.
최 연구사는 이 같은 다양한 성과로 2021년 농업기술대상 대상, 2021년 산업기술진흥 유공 국무총리 표창 등 여러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새 식품시장 창출 가능성 높여
“만성질환 증가와 식물성 식품시장 관심 고조에 따라 쌀과 식물성 단백질, 토종균주를 접목하는 식물성 발효 신소재 개발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장 건강 개선용 프로바이오틱 시장은 주로 수입 균주에 의존하고 있었어요. 또한 대표적인 식물성 조미소재인 장류의 경우, 시장 정체로 인한 새로운 활로 개척(저염장류)과 종균 적용(간편제조) 기술개발이 시급한 실정이었습니다. 이 같은 상황들이 식량작물에 기능성 균주를 접목해 새로운 식물성 식품시장 창출을 위한 발효 신소재 개발로 이어지게 된 것이죠.”

최 연구사와 동료들은 쌀의 단백질 소재인 배아(쌀눈)를 접목해 발효 효율과 영양성분을 개선했다. 쌀 발효에 적합한 유산균은 전통장류에서 찾아낸 ‘JSA22균주’로 선발됐다. JSA22균주는 우수한 프로바이오틱 효과뿐만 아니라 쌀에 부족한 라이신을 대조 균주에 비해 10배 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쌀 유산발효물은 우유 유산발효물에 비해 건강 기능개선 효과가 우수함이 확인됐다.

“쌀 유산발효물의 항산화 효과는 37배, 항염증 효과는 4배, 항균효과는 8% 증가했고, 식이섬유는 2.2배, 가바(GABA) 함량은 4.6배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사람의 분변을 활용한 인체대장 모사 발효를 통해 장내 미생물 분포를 확인한 결과, 장내 유익균으로 알려진 락토바실러스와 비피더스균이 증가했지요. 단쇄지방산이 높아져 장내 환경이 개선된 것도 확인했습니다. 이밖에도 면역조절과 비만 개선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소규모 장류업체 틈새아이템 ‘저염장’
최 연구사는 전통장류로부터 찾아낸 발효균주(HJ18-4, RD7-7, HJ5-2)를 메밀, 콩 등의 국산 식량작물에 적용해 저염장류도 개발했다. 이는 대기업 위주의 단조롭고 포화상태인 장류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가단위의 치유농업·청년농업에 적합한 틈새 아이템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식량작물은 동물성 대체 원료로서 활용성이 큽니다. 쌀의 식물성단백질 소재인 쌀눈을 보강함으로써 발효 효율이 개선됐습니다. 토종 유산균(JSA22)은 쌀에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강화시키는 핵심 균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유해균과 유해물질 저감 능력이 우수한 발효균주를 활용해 개발한 저염장류는 일반된장보다 염도를 5%가량 낮춰 염분 섭취를 줄이고, 1년 이상 걸리던 발효기간도 4주로 단축시켰지요. 이 기술은 국내 장류업체 기술 이전돼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영세한 농산업체의 판매 회전율을 높이고, 단기간에 균일한 품질의 장류 제조를 통해 체계적인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줄어드는 쌀 소비 반등 기대
“순식물성 쌀 유산발효물 개발은 쌀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현재 발효유는 약 1조8천억 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중 10%를 식물성 요구르트로 대체한다면 1800억 원의 시장 조성과 함께 쌀 1200톤 소비 효과가 예상됩니다. 우유에 비해 5배 이상의 원료비를 절감할 수도 있지요. 

세계 식품시장은 식물성 식품 소재의 과학화를 국가 중점 개발과제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내시장 식물성 소재화 시장은 현재 도입단계로 산업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국내 토종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식물성 발효 소재는 세계 식품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