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르포-연이은 악재로 벼랑 끝으로 몰린 화훼농가

지난해 3월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농업농촌 분야의 추가경정예산으로 1857억 원이 배정됐다. 0.5ha 미만의 46만 소농가구에 30만 원 바우처 지급에 1380억 원, 화훼·친환경·겨울수박·말·농촌체험휴양마을 등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5개 업종 2만7430농가에 100만 원씩 영농지원바우처가 지급됐다. 특히 화훼업계는 소비촉진에 40억 원, 경영자금 70억 원 지원이 별도로 이뤄지기 했지만 코로나19 3년차를 맞았음에도 직격탄을 맞았음에도 직접적 지원은 1년 전 추경예산으로 100만 원 지급 1번에 불과했다.

▲ 물류비가 급등하며 수출길이 막힌 접목선인장 농가에게 생소한 국내소비시장도 큰 벽이다.

물류비 급등·소비부진 등 악재 줄줄이
수출길 막힌 접목선인장 농가 더 치명타

한진해운 파산하며 수출길 막혀
경기 고양에서 접목선인장 하우스 4300㎡(1300평) 6동을 운영하는 알파선인장의 신학순 대표는 연이은 악재에 한숨 꺼질 날이 없다. 심 대표는 “제일 힘든 건 네덜란드로 전량 접목선인장을 수출했었는데 지금은 배로 보낼 때 필요한 컨테이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네덜란드를 화훼선진국이라 하는데 접목선인장이 거긴 없어 틈새전략으로 수출의뢰가 꾸준히 있었는데 한진해운이 부도나면서 수출길이 거의 막혀버렸다”면서 “국내는 생소해서 접목선인장 가격이 개당 2000~3000원 정도인데도 거의 팔리지 않아 내수시장은 포기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로컬푸드직매장이 활성화돼 있는 고양의 장점을 살려 접목선인장을 납품하는 주변의 농가도 있지만 사실상 판매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컨테이너 하나에 대략 접목선인장 5톤을 적재할 수 있는데 물류비로 이전엔 3000달러 하던 것이 급기야 1만2000달러로 거의 4배 이상으로 뛰어버렸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신 대표의 말대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한 지 5년이나 흘렀음에도 그 여파는 여전히 메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접목선인장은 고양시를 포함해 경기도가 70%를 점하고 있는 주산지다. 그동안 경기도농업기술원 선인장다육식물연구소를 필두로 우리나라 고유의 신품종 육성과 재배기술로 수출특화작목으로 육성해냈다. 그 덕분에 국제시장에서 선호도가 굉장히 높은 품목으로 우뚝 서 세계물동량의 70%를 점유하며 이른바 K-선인장의 위상을 높이고 있던 차라 이같은 악재가 더 안타까운 상황이다. 특히 접목선인장은 화훼선진국인 네덜란드와 미국 등을 포함해 세계 20개국에 연간 400만 달러 규모로 수출되는 대표작목이다.

코로나19·해운사 파산으로 물류비 급등
항공기 지원에 초점 맞추며 배로 수출하는 농가 지원 전무

농식품부, 항공기 지원
접목선인장처럼 수출에 특화된 작목은 물류비용 증가가 커지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수출농가를 위한 물류대책을 항공기에만 집중하고 있단 점이다. 농식품부는 유통기간이 짧은 딸기를 위해 지난해 싱가포르에 전용 항공기를 배치한 데 이어 홍콩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간 홍콩은 하루 2차례, 홍콩은 주 5회 전용 항공기를 총 399대 운행하기로 했다. 또한 수출업체에 물류비 7%를 추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신 대표처럼 배로 수출하는 농가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무한 국내판로에 물류비까지 눈덩이처럼 불면서 어렵사리 개척한 네덜란드 시장은 고사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래서 접목선인장을 재배하던 농가도 비교적 수요가 많은 다육식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신 대표의 말이다.

신 대표는 “물을 적게 줘도 되는 선인장이라 배로 40일 걸려도 되지만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 해외로 수출되는 접목선인장은 특히 네덜란드에서 큰 인기다.

생소한 국내시장·물류비는 큰 벽
신 대표에게 지금의 어려움이 더 치명적인 건 접목선인장 특성에 기인한다. 접목선인장의 생산물량 대부분은 해외로 수출되는데다 접목이란 전문적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노동투입량이 많다. 다행히 신 대표는 국내인력을 쓰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건비가 크게 오르며 전체 경영비가 올라간 게 현실이다.

급등하는 유류비 부담으로 하우스 난방을 위해 전기를 쓰고 있지만 연일 보도되는 전기료 인상 뉴스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신 대표. 그것보다 더 큰 벽은 생소한 국내소비자의 편견이다.

신학순 대표는 “접목선인장 가격이 개당 2000원~3000원 정도로 저렴한 편인데도 국내소비자들에겐 생소한 탓인지 거의 팔리지 않아 내수는 포기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로컬푸드직매장이 활성화돼 있는 고양의 장점을 살려 접목선인장을 납품하는 주변의 농가도 있지만 사실상 판매는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국내 화훼시장은 장미, 국화, 서양란, 동양란 순으로 형성돼 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화훼생산액은 5269억 원이었는데 503억 원, 377억 원, 284억 원, 125억 원 순이었다. 반면 선인장은 86억 원에 불과했다. 정책 역시 장미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선인장 농가는 지원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출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2020년 수출액은 1585만8000달러였는데 500만 달러의 백합에 이어 선인장이 432만2000달러로 2위를 기록하며 약 28%를 점했다. 물류비 급등으로 인해 선인장농가가 고사하면 화훼수출 전체에 큰 타격을 입는 셈이다. 정부당국의 신속한 지원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한국화훼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에 발표된 제1차 화훼산업육성 계획을 보면 수출 활성화를 위해 케이플로라를 중심으로 물류비 지원이 올해 2억5000만 원에 이어 2026년 3억 원이 고작”이라며 “접목선인장처럼 수출 블루오션인 시장에 지원폭을 더 늘리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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