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체계, 책임생산만 있고 책임소비 없어 농민 피해

▲ 용인에서 친환경으로 쑥갓과 부추를 농사짓는 박기현씨는 계약재배란 학교급식의 장점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새학기를 맞았지만 코로나 오미크론의 대확산 속에 각 학교의 등교여부와 수업 방식이 불안정하다. 수업 방식 등은 각 학교장 재량이라 학교마다 제각각이어서 학부모도 헷갈려 하고 있다. 학교 급식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을 계약재배 하고 있는 친환경농가들도 혼란을 맞고 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급증으로 정부는 학교수업을 원격수업 등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방침이지만, 이로 인해 학교급식 운영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위해 친환경농산물을 계약 재배하던 친환경 농민들과 학교급식 관련 업계의 많은 어려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부추와 쑥갓을 재배하는 박기현 씨는 경기도가 친환경학교급식을 시작한 첫해인 2009년부터 친환경급식 계약재배를 해오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모두가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몇 해를 참고 견뎌왔지만 이번에 다행히 잘 넘긴다 하더라도 감염병이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 불안하기만 하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이런 불안은 학교급식을 위해 계약재배를 하고 있는 모든 친환경재배 농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학교급식의 전체적인 상황은 코로나 발생 첫해보다는 나아졌다. 코로나 발생 첫해인 2020년 봄엔 느닷없는 등교중단으로 인한 학교급식 중단으로 달래․대파․시금치 등의 봄철 농작물 계약재배 농가들이 제때 학교급식에 출하를 못했다. 속절없이 농산물을 갈아엎으며 애를 태웠다.

지난해엔 코로나 발생 첫해보단 상황이 다소 나아져 학교급식 정상화율이 67% 정도였다, 하지만 급식에 공급되지 못한 30% 정도의 농산물 계약물량은 오롯이 판매와 유통이 농가 책임이어서 농가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아이들과 농민 지키는 친환경급식
친환경급식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한 식생활은 물론 농가들엔 안정적 판로를 확보해주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농민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 학교급식에 공급하기에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구환경도 살리는 역할도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결국 아이들의 건강을 보장하고 농민들에겐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소비체계가 불안정하고 무너지면서 그간 쌓아놓은 친환경 급식 공급체계도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 친환경농가에서 재배된 농산물이 경기도친환경급식센터로 입고돼 안전성 등의 품질검사를 마친 후 옮겨지고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체계 붕괴 위험 높아
정해진 생산에 불안정한 소비…급식시스템 근본개선 시급
급식체계 전처리와 물류와 운송 등 피해도 심각

경기도친환경급식센터 이연숙 학교급식팀장은 “지난 2월28일 10시 기준으로 3월 첫째 주 학교급식 발주량이 2019년에 대비해 70% 정도”라며 다소 안도감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의 경우 그간의 축적된 경험에서 얻은 대응력을 기반으로 급식상황의 변화에 대비해 비상체계를 갖추고 모니터링을 하며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대비책을 밝혔다.

경기도 친환경급식에 참여하는 1500여 농가와 학교는 일주일 전에 필요한 식재료를 주문하게 되고, 농가들이 급식 전날까지 수확해 출하한 농산물을 친환경농산물유통센터에서 품질검사를 마쳐 각 학교에 배송하는 구조다.

친환경계약 재배는 지역농가와의 일정량의 계약이 필수이며 경기도의 경우 1500여 친환경농가가 참여하는 조직화로 그간 탄탄한 공급체계를 구축해 놓았다.

경기도친환경농업인연합회 홍안나 정책실장은 “코로나로 학교급식이 중단되면 비단 농가뿐 아니라 급식체계 과정의 물류와 운송 등을 비롯해 전처리와 관리 등의 조직화된 시스템이 무너지게 된다”며 “학교급식의 중단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져 유통 물류회사도 도산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농가는 매년 학교급식에 필요하다고 계약한 물량의 농사는 지켜야 하지만, 급식에 납품되지 못한 농산물에 대한 손해는 고스란히 농가가 떠안게 된다.

계약재배 미이행시 불이익
그러면 애초에 코로나 상황을 봐가며 계약재배 물량보다 적게 농사지으면 안 될까? 하지만 어림없는 얘기다.

올해 2월에 경기도친환경 등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 생산자단체와의 계약서 내용을 살펴보면 1년 단위로 출하회와 계약을 체결하고 물량배분 이후 친환경학교급식 농산물공급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서와 물량배분 확인서를 제출하게 돼 있다. 또 농산물 출하 시 인증사항 표기 등의 허위기재나 고의적인 계약재배 미이행, 안전성관리 미준수, 기타 납품과정의 부적절한 사항(박스갈이 등) 발생 시 친환경학교급식 참여를 제외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수량을 농가 마음대로 줄여 재배하는 것은 고의적인 계약재배 미이행에 해당되기에 다음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이에 농가는 불확실한 학교급식 상황이라도 맘대로 생산량을 조정할 수가 없고 계약한 대로 물량을 맞춰 농사지어야 한다.

홍안나 실장은 “책임 생산만 있고, 책임지는 소비는 없어 손실부담은 농가에 돌아오는 구조다”며 계약에서의 근본적인 불평등한 구조를 문제삼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이연숙 학교급식팀장은 “행정에서 손 놓고 있지만은 않고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학교급식이 중단됐을 때 지난해는 학생가정꾸러미를 만들고, 친환경농산물 공동구매 판매와 임산부친환경꾸러미 사업 등으로 대체하며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도록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환경농산물이 학교급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로 사실 학교급식 체계가 무너지면 친환경농가들이 친환경농사를 포기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이에 한국친환경농업협회(이하 협회)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친환경 재배 농업인들과 학교급식 관련 업계의 피해 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회는 수차례 학교급식 중단 시 일방적으로 생산농가와 공급업체에 피해가 전가되는 현 급식시스템의 개선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어떠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불합리함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고 선언했다. 한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것이 친환경농업이기에 지금이라도 피해대책을 마련하고 급식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란 주장이다.

협회에선 이미 세워놓은 학교급식 예산을 활용한 친환경농가 지원과 수급안정을 위한 비상대응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재정을 투입할 것을 촉구했다.

홍안나 실장은 “친환경농사를 줄여가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인데 당장은 물량 축소로 나타나겠지만 이러다가 10년간 공들여 쌓아온 학교급식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품이 많이 드는 친환경농업에 대한 불합리한 현 급식시스템의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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