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사람-식물표본전문가 나명순씨

어린 시절 여름방학이면 으레 방학숙제로 식물채집이 있었다. 식물을 골라 조심스레 뿌리째 채집해 두꺼운 책갈피에 납작하게 펴서 말리고 채집 장소와 특징 등을 적었던 기억이 있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세심한 눈을 기르기 위한 숙제였다. 자연을 관찰하고 식물의 특징과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또 이를 발전시켜 작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식물표본지도사다. 산림청의 식물표본지도사 민간자격증 과정을 직접 만든 나명순씨를 만났다.

▲ 식물표본전문가로 활동하며 여러생태박물관에 작품을 전시하고, 식물표본만들기 체험을 지도하고 있는 나명순씨.

자연에서 예술 창조
변색과 탈색 없는 식물표본 제작 관련 특허 보유

-식물표본지도사가 하는 일은?
우리 주변의 식물을 관찰 조사해 전문적으로 식물표본을 제작하고 학문을 탐구해 생태교육과 체험지도에 적극 활용하는 일을 한다. 지도사 과정에는 식물 구조와 이해, 식물표본 각 과정을 학습해 채집과 염색, 압착, 건조, 표본제작과 보관방법 등을 공부한다. 식물표본을 활용한 방법으론 체험활동과 만들기를 할 수 있다. 또 교과 과정과 연계한 생태교육을 한다.

-식물표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호기심 많은 성격으로 끊임없이 뭐든 배우려 애썼다. 결혼해 아이가 4살 정도 됐을 때, 이전 경력을 살려 취업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다시 일본어통역학원에 다니며 13개월 만에 일본어 JLPT 1급 시험에 합격하고 여행업무까지 공부해 일본어 통역가이드란 전문직으로 여행사에서 일했다. 1997년 IMF외환위기 때 다니던 여행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으면서 쇼핑몰 창업과정을 공부했다. 당시 창업과정 경진대회에서 압화쇼핑몰로 1등을 해 창업을 하게 됐다.

사실 식물소재 아이템은 좋으나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조언도 있었지만 각종 산업박람회를 관람하며 식물표본에 대한 기술과 사업성을 발견하게 됐다. 박람회에 나온 기술들을 배우고 접목해 나만의 변색과 탈색이 없는 식물표본을 제작했고 관련 특허 6건을 보유하게 됐다. 역량을 쌓고자 식물에 관한 각종 자료와 산과 들을 다니며 공부해 스스로를 발전시켰다. 걷기와 등산을 좋아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간의 활동은 어떻게?

▲ 나명순씨의 식물표본

전국 각지의 생태박물관에 식물표본 제안서를 냈고, 문경새재생태박물관, 양산생태박물관, 영월생태전시관, 한산모시박물관, 햇반박물관 등에 작품을 전시 구성하는 일을 진행했다. 고양꽃박람회에도 참가해 전시했다. 국립종자원과도 협력사업을 진행했다.

2017년부터 산림청 등록의 식물표본지도사 강사 교육과정을 진행하며 식물표본전문기업으로 성장하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현재는 경기도 광주 도척면에 위치한 산두른마을에서 식물표본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산두른마을은 어떤 곳?
이름 그대로 산이 병풍처럼 빙 둘러싼 산속 3만여 평에 자연과의 조화로운 풍경이 멋진 곳이다. 다양한 종류의 자연발효식초를 만들고 있지만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같은 마을이다. 이곳 대표를 맡은 것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여행업실직 경력자 대상의 ‘4050 신중년 여행자호스트 교육과정’을 수료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여행상품 플랫폼인 ‘노는법’의 프로그램을 산두른마을에 접목시켜, 코로나시국에 홀로 조용히 산속 마을에서 힐링하고픈 사람들을 모집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두른마을의 호스트로 여행자들에게 자연을 안내하고 즐길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준다. 이 과정 중에 식물채집과 식물표본 책갈피 만들기를 체험으로 진행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방학숙제로 경험했던 식물채집과 친구에게 선물로 보낸 책과 편지에 끼어 넣던 꽃잎 한 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거워하는 체험객을 볼 때 나 역시 무척 즐겁고 보람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자연에서 그리고 식물을 통한 체험과 경험에서 어루만져주고 싶다. 산두른마을은 봄에는 분홍과 연둣빛을 뽐낸다. 눈 속에 파묻혔던 여러 식물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 때 멋진 여행상품과 체험으로 체험객을 맞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산두른마을에 서식하는 수많은 식물들을 표본화하고 전시해 좀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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