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55)

말기암 지구를 다시 살리려면 
나아가는 게 아니라 되돌아가야... 

따뜻한 서귀포는 1월말 경이면 매화꽃이 피기 시작한다. 매화꽃이 핀다는 것은 봄이 가까이 왔다는 것. 요즘 바람결이 더 춥게 느껴지는데, 한낮에는 한줄기 바람 안에 봄기운이 스며있음을 감지한다. 
나는 봄이 오고 나서 봄 몸살을 하는 게 아니라, 저 아래 땅속 깊은 곳에서 봄맞이 하려고 움트고 있는 새싹들의 태동을 감지해 미리 끙끙 앓는다. 아직 겨울일을 마무리하지 않았는데, 몸이 녹아내리고 마음이 술렁거린다. 봄이 오는데 왜 아픈지 모르겠다.

긴 겨울 노독으로 인한 몸살이 아니라, 명치끝이 콕콕 쑤시다가 온 몸으로 통증이 번져가서 그예 황소 같은 몸이 녹다운 돼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어진다. 며칠을 끙끙 앓고 나면 마음부터 부스스 고개를 들고, 몸이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한다. 
겨울 추위에 몸 움츠리고 있다가 봄 맞으려고 눈 뜨는 생명들의 산고를 나도 경험하는 게 아닌가하는 나만의 추측이다. 올해는 최소한으로 몸살을 하려고 미리 마음을 동여매고, 몸단속을 했다. 며칠을 휘청거리긴 했지만 드러눕진 않았다.

그리고 봄이 어디쯤 왔나하고 매화부터 살폈는데, 어머나~~~벌써~~~꽃 피운 아이가 눈에 띄었다.
“매화야~ 반갑다! 봄을 데려 왔구나~”
매화 한 송이에 호들갑을 떨면서, 향기를 맡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나니, 흐릿하던 눈이 환하게 밝아졌다. 매화를 만나고, 마음이 밝아져서 1월부터 시작되는 귤즙 편지를 썼다. 벌써부터 썼어야 했는데 도무지 글이 나오지를 않았다. 마음이 실려야 진정성이 있고, 이심전심 된다. 겨우내 귤 편지를 쓰고, 매월 귤즙 편지를 쓰게 돼 회원님들과의 소통이 늘 이어지게 됐다. 귤로 맺어진 인연, 편지로 사랑을 꽃 피운다.

1월 귤즙 편지
저에겐, 귤에 살고, 귤에 미친 긴 겨울이 이제 끝나가려 합니다. 반디 귤즙 회원님. 다섯 번의 귤 편지에 이어서, 다시 귤즙 편지를 이어서 쓰게 해 주셔서 감사 드려요. 매월 연서를 쓰는 마음으로 마음을 담아서 편지를 쓰려 합니다.

세상이 온통 바이러스로 어지럽지만 새해부터는 중심잡기 잘해 휘둘리지 말고 ‘나다움’으로 돌아가 보아요. 어쩔 수 없는 자가 격리의 순간들을 겪으면서 우리는 잃어버렸던 내 모습을 되찾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요. 세상은 더 빠르고, 더 과학의 세계로 이동한다고 난리지만 바이러스 하나에 온 지구가 발이 묶이는 현상을 우리는 보았지요.

‘더 많은 물질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우리는 다시 깨닫는 시점인 것 같아요. 말기암의 지구를 다시 살리려면 나아가는 게 아니라 되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 더 발전해야 하는 게 아니라, 덜 발전하고, 덜 소비하고, 비워내야 할 것 같아요. 

내 몸을 회복하는 것은 자연이 키워준 건강한 먹거리를 먹어야 해요. 주변에 암환자가 자꾸 늘어납니다. 병이 걸리기 전에 먹거리와 환경을 절실히 생각해야 해요. 내 몸을 건강하게 하고, 내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주변 환경을 건강하게 하는 일에 온 마음을 쏟고 노력하는 한해가 되어봅시다.
제 아름다운 선동에 손잡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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