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고 조리서 ‘수운잡방’이 보물로, 
막걸리 빚기와 떡 만들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되는 경사...

국가가 우리의 전통음식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고
세계인들도 K-푸드에 대해 
매료된 만큼 우수한 한식문화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기회"

▲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

평생을 우리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만들고, 가르치고, 알리는 일에 매달려왔다. 대학 강단에 서다가 아예 연구소를 세웠고, 요청이 있으면 국내건 해외건 멀다않고 달려갔다. 얼마 전에는 주덴마크 한국대사관의 초청으로 코펜하겐으로 날아가 강연과 시식회를 통해 한국 발효음식의 우수성을 전하고 오기도 했다.

그동안 낸 책도 제법 여러 권인데, 대부분 국내외 주요 대학과 도서관 등에 기증했다. 1400년대 어의 전순의가 지은 ‘식료찬요’부터 1900년대 방신영 교수의 ‘조선요리제법’에 이르기까지 조리서의 음식들을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 재현해 왔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시대 변화에 맞춰 보다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매주 한 편씩 음식조리법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 음식의 뿌리를 전하기 위해 조상들이 펴낸 고 조리서의 지혜 때문이다.

지난해는 우리의 음식 만드는 법과 그것을 기록해 놓은 고 조리서 ‘수운잡방’이 보물로 지정되고, 막걸리 빚기와 떡 만들기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선정되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막걸리는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대중적인 술이다. 막걸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오미(五味)가 잘 조화된 술이며, 약식동원사상이 깃들어 있어 우리 몸을 이롭게 한다고 했다. 지역마다 집집마다 독특한 재료로 누룩을 만들고 산과 들에서 구해온 꽃이나 열매, 그리고 약초들을 넣어서 다양한 막걸리를 빚어왔다. 농번기에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때는 새참으로 먹으며 기운을 돋웠고, 마을의 안녕을 위해 제사를 지낼 때는 마을주민들의 단합을 위해 담가 먹던 술이다. 조선시대까지 집집마다 막걸리를 빚어 집안 특유의 술맛을 유지해 왔으며, 돌과 관혼상제 등의 일생 의례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식이었다. 

떡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우리민족의 혼과 정서를 면면히 이어온 전통문화의 집약체다. 그 종류도 많거니와 맛이나 영양, 질감과 향을 위한 배합이 대단히 과학적이다. 또한 지방에 따라 크기나 모양의 특색은 그 지방 사람들의 독특한 심성을 보는 것 같다. 떡의 유래와 발달과정은 삼국시대 이전 청동기시대 유적지에서 시루가 출토됐고, 삼국시대 고분에서도 거의 시루가 출토됐으며, 고구려시대의 유적인 황해도 안악 제3호 고분벽화와 황해도 양수리 벽화 등에서도 시루에 음식을 찌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종 고문헌에서 떡 만드는 방법이 기록돼 있으며, 다양한 전통방법이 계승되고 있다.

‘수운잡방’(需雲雜方)은 우리나라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서, 고려 말에서 조선 전기에 걸친 우리 음식의 조리법과 500년 전 안동사림계층의 식생활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조선시대 사대부가의 남자가 쓴 조리서로서 상·하 두 권에 걸쳐 100여 가지가 넘는 음식을 소개하고 있으며, 재료 선택부터 만드는 방법, 효능까지도 꼼꼼하게 서술하고 있다. 수운잡방은 단순한 주방용 지침서가 아닌, 과일 저장법, 작물재배법도 포함돼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고추가 들어오기 전에 저술된 책으로, 고춧가루를 넣지 않은 김치의 원형을 살펴볼 수 있는 문헌이다.

이제 국가가 우리의 전통음식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고, 세계인들도 K-푸드에 대해 매료돼 있는 만큼, 지금 우수한 한식문화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류란 우리 민족문화의 숨은 실력과 가치를 해외에 알려 인정받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도 계속 깨닫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 순간에 머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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