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심하면 기절까지 하는 병"

나이듦에 따라 우리 몸의 장기는 조금씩 늙어간다. 일반적으로 인간은 25세까지 성장한다고 하지만, 혈관 등은 18세부터 늙기 시작한다고 한다.
자율신경계도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아무리 튼튼한 위장을 가졌던 사람도 나이 들면 소화가 만만치 않고, 조금만 과식해도 설사와 변비가 생긴다. 비뇨기계도 마찬가지다. 나이에 따라 소변도 자주 보고, 밤에 자다가도 소변이 마려워 깨지만 오줌량은 많지 않고 잠만 설친다. 입맛도 달라져 식당에서 짜다고, 맵다며 애꿎게 식당 주인을 괴롭히기도 한다. 심혈관 변화도 일어난다. 이 가운데 하나가 기립성 저혈압인데, 잘못되면 기절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이란 일어설 때 혈압이 떨어져 어지러움을 호소하거나 심하면 기절하는 병이다. 먼저 기립성 저혈압과 근육(특히 다리 근육)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우리 몸의 동맥은 혈관의 벽이 두터워 안정돼 있지만, 정맥은 벽이 얇아 피의 양에 따라 굵기가 달라진다. 다리 근육의 힘은 정맥을 눌러 정맥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는데, 근육이 모자라면 일어설 때 피가 갑자기 다리로 몰린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머리로 가는 피의 양이 줄면 어지럽거나, 심하면 기절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혈압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심장과 관절이 낡아 움직일 때 혈압이 많이 올라가고, 또 정상혈압으로 돌아오는데 더디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 보통 20mmHg 정도의 혈압이 올라간다. 그러나 나이 들어 귀가 어두워지면 목소리가 커져 두세 배 혈압이 올라가는 일이 흔하다. 그래서 혈압이 정상보다 높게 나와 높은 용량의 혈압약을 처방받아 기립성 저혈압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자신의 맥박수를 알고, 이보다 맥박수가 높게 나오면 그때 측정한 혈압은 제대로 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의 전조증상으로 옷걸이 징후가 있다. 어깨, 뒷목까지 옷걸이가 걸리는 부위에 기분 나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머리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어 나타난다.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해서 꼭 실신하는 것이 아니다. 어지럼증이 오기 전에 병감과 피로감이 닥치고, 맥박이 빨라지고,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시야가 흐려지고, 손발이 떨릴 수도 있다. 피부가 축축해지거나 메슥거리는 증상이 먼저 나타나기도 한다.

나이 들어 먹는 약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흔히 문제가 되는 약은 야간 배뇨의 횟수를 줄여주는 약(남자에서는 전립선약)이다. 이 약은 알파차단제라는 혈압약을 용도를 바꿔 사용하는데, 사람에 따라 혈압을 건드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심하게 떨어뜨리기도 한다. 혈압약, 마약성 진통제, 안정제, 이뇨제, 부정맥이나 파킨슨병 치료제도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그밖에 기립성 저혈압과 비슷한 혈관미주신경반사(vasovagal reflex)가 있다. 이 병은 화장실에서 소변이나 대변을 보고 일어서다 기절하는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몸에서 수분의 양이 빠질 경우 일어날 수 있어 사우나 또는 목욕탕 욕조에서 땀을 흘린 다음에는 조심해야 한다. 음주도 이 반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삼가야 한다.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