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52)

소박한 꿈을 60대에 이루고
70대엔 꿈밭에서 노닐겠다고
새해 꿈을 기록해 본다...

기록이 있어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꿈꾼다. 2022년(내 나이 62세)을 맞게 돼 못 이룬 꿈을 되새김질 하다가 2004년에 서귀포로 이주한 직후, 기록해 뒀던 꿈 하나를 발견했다. 새해부터 10년 계획으로 내 소박한 꿈에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이래서 기록이 좋군!’

(2004년 기록): 자신을 갈고 닦아서 반짝이는 그 무엇이 있기는커녕 육아와 가사에 10여 년 세월을 훌쩍 넘기고 나니 세상사 돌아가는 변화에도 둔감하고, 젊은 치기를 부릴 나이도 지나 버리고, 실수해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과 기력도 그다지 허용되지 않는 마흔 중반의 나이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면 쓸쓸해진다. 내 인생 전체에 다가오는 가을이 그다지 풍요로운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인지, 밀려오는 조바심 때문에 명치끝이 심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내가 무엇을 이루면 이 허전함이 채워질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원하는 것이란 항상 가변적인 것이어서 부족한 것이 채워지고 나면 또 다른 그 무엇을 채우고 싶어 하는 본능이 밀려오니 허전함은 채워도 채워도 공복감을 느끼게 하는 필요악의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전부인 것처럼 독려하고 살았어도 어느 순간 내 안에 깊숙이 잠재돼 갈무리돼왔던 내 꿈 하나가 꿈틀댈 때가 있다. 이루지 못할 꿈도 아닌데... 우유부단하고, 늘 현실과 타협하다가 끝내 꿈만 꾸다 말 것 같은 내 꿈 하나. 계산도 말고, 타협도 말고, 재지도 말고 우직하게 밀어붙여야만 이룰 수 있는 꿈 하나를 아직도 끈을 놓지 않고 있었는지 그 꿈 하나가 간간이 나를 후벼 파는 느낌을 받는다.

생계를 무시하고 비현실적인 꿈만 꿀 수는 없는 처지임을 너무나 잘 아는지라 적당하게 타협을 가미한 내 꿈은 야생화공원에 내가 기른 유기농산물로 차린 자연건강식당을 하나 만들어 보는 것이다. 식당은 내가 원하는 바는 아니나 생계 수단을 가미한 것이고, 야생화공원은 내가 평생을 쏟아 부어서 꾸며보고 싶은 비현실(?)적인 요소의 꿈이다.

돈을 쏟아 부어서 급조한 그런 인위적인 공원이 아니고 10년 정도 손때가 묻어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아름다운,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는, 작은 야산 하나 정도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는지... 그 작은 산에 작은 개울이 하나 나 있으면 더욱 금상첨화이겠고, 그 개울에 가재가 살고 있으면 얼마나 운치가 있을까. 군데군데 돌무더기에는 여름이면 하얀 찔레꽃이 눈부시게 피어나고, 개울가 갈대숲 옆에는 보라색 산붓꽃도 무더기로 데려다가 키우고 싶다.

갈대숲에는 빨간 잠자리와 노랑나비가 노닐면 좋겠고, 내가 좋아하는 엉겅퀴 꽃도 무더기로 피어나면 얼마나 기품 있어 보일까. 여름에 피는 하늘색 산수국도 데려다 놓고 싶다. 내 이름도 난초꽃이니, 산난초들도 데려다가 놓아야 이름값을 하려나. 작은 야산이 아니면 1천평 정도 땅이면 성에는 안 차도 그림은 좀 그려볼 수 있을까?

그동안 미뤄뒀던 작고 소박한 내 꿈을 60대에 이루고, 70대에는 그 꿈밭에 노닐어야겠다고 새해 꿈을 기록해 본다. 아아~꿈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내 꿈 하나.(꿈이라서 행복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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