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결혼이민여성 – 사회활동부문 우수상 경남 합천 다이아나씨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맞아 2021년 제2회 결혼이민여성리더경진대회를 개최했다. 우수이민여성 발굴을 통해 이민여성의 롤 모델을 제시하고 지역별 우수 이민여성을 선발해 후계여성농업인 육성과 이민여성들의 네트워크 형성으로 농촌활력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우수농업, 사회활동, SNS 활용부문 3분야에 걸쳐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싣는다.

▲ 경남 합천 다이아나씨(사진 오른쪽)는 활발한 단체활동으로 군민들과 소통하고, 결혼이민여성으로는 보기 드문 마을이장이 돼 평산마을을 이끌었다.

활발한 단체활동으로 농촌 정착 힘써
학습한 한국문화 결혼이주여성에 전파

평산마을 책임진 여성마을이장
2001년 필리핀에서 경남 합천으로 시집온 다이아나 페리나(57)씨는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다가가면서 한국생활개선합천군연합회, 주부민방위기동대,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적중면의용소방대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단체 활동으로 지역민들과 두루 어울리면서 지난 2012~2016년 결혼이민여성으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마을이장을 지냈다.
“어르신들이 집에 찾아와서 이장을 해보라고 추천했어요. 마을주민들도 한뜻으로 도와주겠다고 용기를 북돋워줬어요. 남편도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면서 응원했죠.”
복잡한 서류작업도 외동딸이 거들어주면서 다이아나씨는 ‘할 수 있어’라고 다짐했다고 한다. 평산마을 이장으로 거듭난 다이아나씨는 면사무소와 마을주민들의 중심역할을 톡톡히 수행해냈다. 농협에서는 요즘도 다이아나씨를 이장님이라 부른다.
“마을에 알려야 하는 정보가 있으면 어르신들 찾아다니면서 알려드렸어요. 보조금이 나오는 지원사업 정보를 모르고 지나가면 아쉽잖아요. 농협에서 농산물 수매한다고 공지하면 집집마다 몇 kg를 가져와야 한다고 안내하면서 거둬들였어요.”
이장은 마을주민들을 속속들이 알고, 두루 친해야 일이 수월하고, 면사무소와 농협 관계자들의 요청도 파악해서 모집을 원활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주민들에게 허물없이 다가가는 다이아나씨는 이장으로 열심히 마을 관리에 나서면서 홀로어르신의 안위도 챙겼다.
“내일 나갈 일이 있으면 미리 농사일을 다 해놓고, 시어머니 식사도 준비해드리고 나갔어요.”

결혼이민여성 1:1상담서 멘토 역할
천성이 밝은 것도 있지만, 다이아나씨가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던 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가기 전에 들은 아버지의 말씀을 새기고 있어서다.
“2001년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통해 저희 부부를 포함한 26쌍이 합동결혼식을 했어요. 모국을 떠나기 전에 아버지가 ‘남편 만나서 한국 가면 행복하게 살아야 돼’ 하고 토닥여줬는데 아버지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낯선 땅에서 주눅 들지 말고 열심히 자리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죠.”
다이아나씨는 그래도 농사일이 좋았다고 한다. 7270㎡(2200평)에서 합천 농특산물인 양파, 마늘, 벼농사를 짓는다. 
“처음 와서는 시행착오도 많았어요. 하우스에서 수박농사 짓다가 벼농사로 바꿨죠. 그래도 시누이가 딸 육아를 도와줘서 농사일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 자리 잡고서는 필리핀한국여성연합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동향에서 온 결혼이민 동생들에게 시부모님께 잘 하고, 남편에게 잘 하면 주민들이 친절하게 대해주니까 너무 어려워말라고 조언해줘요.”
정부의 취약농가인력지원사업을 위탁해 농협에서 결혼이민여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행복나누미사업에도 활발히 참여했다는 다이아나씨.
“행복나누미사업에 참여하면서 결혼이민여성과 24일 동안 1:1 상담을 했어요. 농사짓는 방법도 알려주고 한국문화도 전수하면서 농촌 정착을 도왔어요.”
이밖에도 농협 다문화여성대학에서 바구니 만들기, 화장품 만들기, 민화 그리기 등 한국문화교육프로그램을 참여했다. 
“초반에는 정착을 돕는 한국문화와 한글을 배우는데, 20여 년이 지나면서 이제는 한국인이 다 됐어요. 요즘에는 농협에서 결혼이민여성들의 취미와 특기를 개발하는 프로그램에 활발히 참여하는데, 매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서 감사해요.” 
다이아나씨는 농협 뿐 아니라 합천군다문화센터에서도 다양한 활동에 나서며 새내기 결혼이민여성들과 한국농촌의 원주민들과의 소통에 적극 앞장서고 있다.

▲ 박보은 계장

■다이아나씨는요~ - 합천동부농협 여성복지과 박보은 계장
“결혼이민여성 사회활동이 농촌 활력 높여”

평균연령이 70세인 합천에서 다이아나씨 만큼 농촌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참여를 많이 하는 결혼이민여성이 있을까 싶어 결혼이민여성 리더경진대회에 추천하게 됐다.  
여성복지과에 부임했을 때 다이아나씨는 쾌활한 성격의 이장이었다. 마을이장 도전은 한국여성도 마다하는데, 결혼이민여성이 맡아서 놀랍고 인상 깊었다. 결혼이민여성이 한국 농촌에 오면 집 밖을 잘 안 나오려 한다. 남편이 아내의 바깥활동을 싫어하기도 하고, 사정이 다양하다. 멀리 보면 결혼이민여성들도 한국에 뿌리내리고 계속 살아가야 하는데, 집안에 고립돼 있으면 기관에서도 이주여성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진다. 다이아나씨의 활동이 선례가 돼 결혼이민여성들도 당당하게 사회활동 진출이 활성화되고 농촌 활력이 되살아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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