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밥상 -‘자연스럽게 먹습니다’저자 이정란이 전하는 12월의 텃밭& 요리 이야기

"겨울은 다음 생을 준비하는 
휴식과 기다림의 시간...
흙이 휴식기에 들어서고
음기는 서서히 양기로 넘어간다"

겨울은 음양오행(陰陽五行)에서 수(水)의 기운에 해당하며 하루 중에는 밤시간, 일생으로는 노년의 시간에 비유한다. 휴식, 저장, 응집의 시간으로 많은 활동을 하기보다는 평온하고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기에 좋은 시간이다.

수(水)의 기운에 해당하는 다시마, 김, 미역, 파래 같은 각종 해조류와 검정콩, 표고버섯 같은 식재료들은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신장’과 ‘방광’에 영향을 주게 된다. 
겨울에는 바다의 채소라 불리는 해조류를 많이 먹게 되는데, 이런 해조류들도 대부분 수(水)의 기운에 해당하는 검은색을 띄며 짠맛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음양오행은 각 계절에 나오는 제철 식재료들이 어떤 성질을 갖고 있으며 우리 몸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봄에는 파릇파릇 새싹들이 올라오며 생명이 시작되고, 여름에는 그 기운이 확산돼 모든 과일과 채소를 자라게 한다. 가을에는 열매를 맺고 익어가며 거둬들일 준비를 하고, 겨울은 다음 생을 준비하는 휴식과 기다림의 시간으로 보내게 된다. 이런 순환과정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움직임으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이 만들어지고 변화되며 소멸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 유년기, 청소년기, 청년기를 거쳐 중년기, 노년기를 맞게 된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또 한 번의 봄을 맞이하며 생각해 보게 된다.
대설(大雪)은 12월7일 전후이며, 비로소 농한기 즉, 흙이 쉬는 휴식기에 들어선다. 동지(冬至)는 12월22일 즈음이며,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밤이 가장 긴 마지막 날이기에 극에 달한 음기는 서서히 양기로 넘어간다. 농경문화에서는 해의 길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해의 길이가 점점 짧아졌다가 다시 길어지는 동지를 일컬어 ‘해의 생일’이라 부르며 특별히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짓날 팥죽을 먹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붉은색을 띄고 있는 팥은 부정한 기운을 막아준다는 믿음도 있지만 양의 기운이 가득한 붉은색으로 겨울의 차가운 음의 기운을 밀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담겨 있는 듯하다.

고향인 제주에서는 잔치(결혼식)때 돼지기름을 이용해 메밀전을 부치고 무를 살짝 데쳐 돌돌 말아서 만든 빙떡을 나눠먹는 풍습이 있다. 어릴 적 부모님께서 결혼식에 다녀오시는 날이면 검정색 비닐봉투에 대충 말은 듯한 빙떡이 있었는데, 투박한 모양과는 다르게 살캉하게 씹히는 겨울무와 고소한 참기름 향기가 어우러져 자꾸만 손이 갔던 기억이 있다. 메밀은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무는 천연소화제로 불릴 만큼 소화가 잘 되는 식재료인 만큼 소화와 대사가 느려지는 겨울철 별미 간식으로 그만인 듯하다.

 

12월의 제철요리 - 속 편한 제주 전통음식 ‘빙떡’

▲재료 메밀가루 2컵, 밀가루 1/3컵, 물 2와 1/3컵
▲무빙떡 소  무(500g) 1개, 대파 1대, 다시마 2장(우표크기), 참기름 1큰술, 통깨 1큰술, 소금 3꼬집, 물 2컵
▲두부빙떡 소  부침용 두부 1모(300g), 묵은지 200g, 대파 1대, 올리브유 1큰술
▲만드는 방법
   ① 무는 깨끗이 씻어 굵게 채썬다.
   ② 냄비에 물 2컵과 다시마를 넣고 채썬 무를 5분정도 뚜껑을 닫아 삶는다.
   ③ 무가 살캉하게 삶아지면 체에 받쳐 다진 대파, 참기름, 소금을 넣고 식기 전에 무친다.
   ④ 두부는 거즈를 이용해 수분을 제거한다.
   ⑤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굵게 다진 대파를 넣어 파기름을 만든 후 수분을 제거한 두부를 넣고 볶아준다.
   ⑥ 묵은지는 굵게 다져 깨끗이 씻는다.
   ⑦ 믹싱볼에 분량의 메밀가루, 밀가루, 물을 넣고 가라앉지 않도록 저어준다.
   ⑧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작은 국자로 반죽을 떠서 동그랗게 펴준다.
   ⑨ 지져낸 전병에 두 가지 소를 넣어 말아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