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응수 원장의 건강한 중년 100세

기원전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적혀있고
그리스시대 부조에도 그림이 새겨있는
그만큼 치료법이 어려웠던 하지정맥류

하지정맥류가 치료해야 하는 병인지, 아니면 더불어 살아도 괜찮은 병인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다. 치료하지 않아도 되는 병일까?
먼저 하지정맥류라는 병은 언제부터 알려졌는지 알아보자. 하지정맥류라는 병은 무려 기원전 1500년경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적혀 있고, 심지어 고대 그리스시대에 만든 부조에도 하지정맥류에 걸린 다리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하지정맥류에 대해 여러 치료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많은 치료법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치료하기 어려웠다는 뜻이다. 

마취가 자유롭지 않던 시절,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다. 왜냐 하면 첫째, 수술할 때 아픈 게 문제였고, 둘째, 수술할 때 멈추지 않는 피가 문제였다. 우리가 마약을 ‘나르코틱’(narcotic)라고 일컫는데, 이것은 전기뱀장어로 감전시켜 통증을 없었던 옛날 마취법에 기인한다. 다시 말해 ‘나르코틱’이 전기뱀장어라는 뜻이라고 고대 로마 의료계를 평정했던 갈렌(Claudios Galenos)이 기록해 놓았다. 

이처럼 하지정맥류 수술은 혈관을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통증이 문제였다. 로마시대의 집정관이었던 한 장군이 한쪽을 먼저 수술하고 나서, 너무 아파 반대쪽 다리는 수술하지 않고 도망쳤을 정도였다. 그 당시만 해도 하지정맥류는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 너무 심한 통증 때문에 치료하기를 포기하는 병이었다. 그러나 르네상스시대를 대표하는 프랑스 의사 ‘앙브로와즈 파레(Ambroise Par′e)’가 지금처럼 하지정맥류를 수술하고 나서 세상이 달라졌다. 

그는 인두로 혈관을 지지던 옛날 방법을 없애고 핏줄을 실로 묶고 뽑아내는 수술로 개량했다. 그는 이발의사 출신이어서 군의관으로 참전할 수밖에 없었는데,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포로로 잡혀 죽을 처지였으나 상대방 장교의 하지정맥류를 수술해주고 풀려났다. 의사 파레가 수술 후 “저는 붕대만 감았을 뿐, 하느님이 치료하셨습니다.”라고 했던 말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명언 중 하나로 전해지고 있다.

장수시대에 하지정맥류는 치료해야 한다. 우리 몸의 피의 속도는 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데(심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갈았을 경우 어린아이는 피의 속도가 빨라 높은 용량의 혈전방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전에는 심부정맥의 혈전만 문제가 됐지만, 요즘은 하지정맥류에 고여 만들어지는 혈전도 사고를 일으킨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으로 사람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오랜 동안 비행기 일반석에 앉아 쪼그렸을 때 혈전이 만들어져 폐동맥색전증으로 사망하는 병이다. 요즘은 정상 사람에서도 간혹 심장의 작은 방인 심방 사이에 아주 작은 구멍이 발견되는데, 어느 순간 우측 심방에서 좌측 심방으로 넘어가 뇌졸중(뇌경색)을 일으켜 중재적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병들은 주로 살찌고, 근육이 적은 사람에게 생긴다. 그래서 장수시대에는 더욱 운동이 중요하다.

<김응수/웃는세상의원 원장>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