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농촌공간계획, 어떻게 이뤄지나

▲ 농촌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농촌공간계획 발표를 앞두고 농경연 토론회가 세종수목원에서 11월30일 개최됐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거점으로 농촌을 지목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도 이를 뒷받침할 농촌공간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11월3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촌다움을 구현할 공간계획이 되기 위한 제도법 해법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국립세종수목원에서 개최했다. 이번 좌담회에는 현장활동가, 지자체장, 학계와 변호사, 여성농업인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해 농촌의 현안과 각종 문제의 원인과 해법을 공유하며 바람직한 농촌상 구현을 위한 해법에 머리를 맞댔다. 

농식품부 박영범 차관 “농촌공간계획, 올해 안에 내놓을 것”
​홍성열 증평군수 “우량농지에 축사 들어서는 것부터 막아야”

▲ 농림축산식품부 박영범 차관

농식품부 박영범 차관은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연말에 농촌공간계획을 내놓고 이를 법제화할 계획”이라며 “코로나 이후 미래는 저밀도 사회인 농촌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이에 대한 관심이 농촌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경륭 농촌재생뉴딜위원장이 좌장으로 주도한 1부 좌담회에서는 강수돌 세종환경운동연합 강수돌 난개발방지특별위원장, 중앙대 마강래 교수, 농업회사법인 너래안 송주희 대표, 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 홍성열 증평군수(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 회장)가 참여했다.

성인지 감수성 키울 교육도 필요
강수돌 위원장은 “도시는 농촌이 낳은 아들인데 오히려 단물만 다 뽑아먹으면서 아이들 다 낳은 할머니로 전락시키고, 도시는 20~30대 청춘같다”며 “정부는 농촌공간계획을 짤 때 자연이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어머니의 공간이 되도록 탁상행정 말고 현장의 의견을 귀담아야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5년간 마을이장을 역임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가를 상승시키는 외부 투기세력 때문에 평당 2만~3만 원이 넘어가면 농사지을 의욕을 꺾인다며 특히 “연기만 해도 해도 부동산 개발만을 목적으로 하는 농업회사법인이 한두개가 아닌데 지자체는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화천으로 귀농한 8년차 청년 여성농업인인 송주희 대표는 “청년농업인 10여 명과 간담회를 한 적이 있는데 이들이 꼽는 어려움은 첫 번째로 불편한 교통이었고, 배달음식을 못 먹는 것과 5만 원 넘는 대리운전비를 들기도 했다”며 “생애주기별로 어려움이 각각 다른데 처음에는 여자 혼자 왜 내려왔을까 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와 도시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관습법 우선 문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은 게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송 대표는 성인지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한데 단체집합 방식보다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승수 대표는 “홍성에서 활동가로 일하며 주로 개발과 관련한 마을대책위원장들과 만날 일이 많을 정도로 주민의사와 무관한 마구잡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곳이 지금의 농촌으로 자치권을 보장해 마을주민이 개발사업 시 협의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농촌공간계획도 국토부가 아닌 행안부와 짜야 할 사안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홍성열 증평군수는 “농지법이 2007년 개정되며 축사가 우량농지와 주거지역과 밀접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지어지고 있어 농촌이 몸살을 겪고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지자체는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데 주민들이 반대를 강력하게 하며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 농지법을 하루빨리 개정해 축사가 난립하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마강래 교수는 “농촌으로 향하는 이유는 청년과 은퇴자가 각기 다른데, 은퇴자는 연금이 있어도 소득창출 기회와 의료혜택 기회가 적거나 관계를 맺는데 필요한 에너지가 걸림돌이 된다”며 “그동안 농촌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마스터플랜이 없어 개발사업이 즉흥적으로 결정돼 유입된 사람도 다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농촌에 공간계획 없어 개발사업 난립
농촌의 유·무형 자원 보존까지 포함돼야

좌담회 2부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포용성장・균형발전연구단장과 한국농촌계획학회 전현직 회장들이 참여했다.

지역특성 살리게 유연한 공간계획이어야
충남대 김대식 교수는 “예전 농촌마을은 공동체의식이 흘러넘쳤지만 지금은 도시의 아파트처럼 이웃이 누구인지 몰라도 생활할 수 있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농촌다움이란 건 결국 같이 어울려 사는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공장과 도시로 빨리 가기 위한 도로가 들어서는 농촌은 결국 정리되지 못한 도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공간계획은 구체적으로 난개발을 방지하고 도시민들이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자 주민들이 쾌적하게 살 공간으로 지향점을 둬야 하며, 범위를 넓혀 유무형의 자원을 보존·계승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서울대 김홍석 교수는 “귀농귀촌이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도시의 이점을 농촌이 제공하지 못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난개발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태양광만 해도 농지와 산림을 없앤 자리에 들어서 탄소흡수를 저해하고 재생에너지를 생산한다는 건 역설적”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커가는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농촌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커리큘럼을 짜야 하며, 중앙집권적 방식이 아닌 지역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공간계획을 유연하게 짤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성대 이상문 교수는 “농촌에서 과잉·오용개발이 이뤄지는 건 도시와 산업화를 떠받치는 지원군으로 인식하며 농촌의 자산인 경관과 환경을 재화로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라며 “농촌만의 고유한 자산의 중요성을 깨닫고 도시에 부적합한 시설을 수용하는 공간이란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주민도 자연환경을 내 것이라 여기는 내부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산대 이유직 교수는 ”농촌다움을 잘 인식하지 못하면서 소중함을 간과했고, 특히 팽창의 시대에서 그 인식은 더 강화됐지만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선 기꺼이 비용을 사회전체가 지불해야 함에도 그 절차나 과정이 빈약했다”고 분석하며 “농촌공간계획 실체가 무엇인지 보이질 않는데 근본적인 비전 아래 추진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은 어떻게 되며, 그걸 어떻게 배분하고 효과를 내며 또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큰 숙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