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46)

"세상을 좋게 만들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상과 선물을 
주려고 생각해본다..."

두서없는 글을 매주 엉킨 실타래 풀어내듯 하다 보니, 글제목만 생각하는데도 일주일 내내... 가끔 머리가 지진이 날 때가 있다. 매일의 일상이, 그날이 그날같이 비슷하게 반복되다보니 농부의 시계가 한계가 있어서 글감 정하는데 과장 조금 보태서 영혼을 쥐어짠다.
간신히 글이라고 뽑아내서 마감시간을 넘기고 몰래 건네고 나면(담당자가 아직 안 일어나셨으리라 하며 새벽에^^) 내 몸의 진액을 쥐어짜낸 듯 몇 시간을 몽롱하게 보낸다. 기초가 없는 사람이 글 쓴다고 용을 쓰는 증상인데, ‘이런 나의 글을 누가 봐주실까?’ 하고 살짝 의문이 간다. 공감해 주실까?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동병상련 위로를 조금이라도 받으셨으면...

노인들은 한 권의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라는데, 나도 인생경험이 다양해 구구절절 할 말이 많지만... 지갑은 열고, 입은 닫는 연습을 많이 해야지~
영롱하고 반짝이는 시간들이 하루에 얼마나 내게 머무는지도 모르게, 지리한 일상의 반복이기도 한 매일의 나날. ‘일주일이 너무 빨리 가네~’ 하고 자조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일 비슷한 일상의 반복이다.

그런데 이번 주는 색다른 이벤트가 있었다. 제주국제감귤박람회에서 우리 반디농장이 친환경부분 은상을 받았다. 자랑질 같아서 글감으로 쓸까 망설이다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로 했다.
몸은 무거운데 입은 가벼워서 실은 벌써 동네방네 홍보했다. 4년째 은상을 받았다고. 올해는 전 부문에서 대상과 은상은 1명씩 주고, 타이백귤, 조생귤, 극조생귤, 친환경귤로 나눠 각 분야별로 은상, 동상을 주는데, 우리는 친환경 부분에서 은상을 탔다.

타이백이라는 신기술로 재배한 귤들이 당도가 월등히 높아서 대상, 금상과 다른 분야에서도 수상자가 됐지만, 친환경 부분은 타이백을 할 수 없으므로 오직 자연이 주는 혜택과 농부의 땀으로 결실한 친환경 귤이 으뜸이라고 나는 소리 높여서 외친다.(언제나 자뻑^^)

상장과 상패만 주면 아쉬운데 상금까지 현금으로 주니 나의 속물근성이 요동을 치며 즐거워했다. 장관상은 큰상인데도 부상으로 시계 하나만 주니 “정부 예산은 다 어디로 가고 상금도 없단 말인가?” 하는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는데 역시나 현금상금은 위력이 있었다.
자랑질한 대가로 주변에 한턱을 내야지~

‘상이란 역시 좋구나~’. 큰돈은 아니어도 즐거움을 부상으로 얻고 나니 또 다른 깨달음이 상을 따라왔다. 이런 즐거움을 내 주변에도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에게 이름을 만들어서 상과 상금을 주는 것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데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행복한 상과 선물을 주려고 생각해본다. “왜 내가 이제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됐지?”

내 친구는 우리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마다 장학금을 보내왔었다. 농부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면서 아이들 셋 모두 입학금에 보태라며 장학금을 줘서 받았는데, 내가 대인배 친구에게서도 큰 감동을 받았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선한 영향력이 또 다른 파도를 만들어서 나를 조용히 움직였다.
‘김영란상’. 상을 주는 사람이 되면 신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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