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농촌진흥청 공동기획 : 기후변화 위기 극복하는 그린R&D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조절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계획을 수립했다. 기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농업분야에서도 탄소저감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성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 현황을 4회에 걸쳐 소개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작물 생육단계별 적정양분기술 설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효과 극대화
② 농업생태계 기후영향 예측을 위한 생물종 자동관측기술
③ 탄소저감을 위한 폐원 활용 화학비료 대체기술 표준화
④ 고랭지배추 수급관리를 위한 영상정보 플랫폼 구축 기술

 

① 작물 생육단계별 적정양분기술 설정(농업환경부 토양비료과 이예진 연구사) 

생육 전주기→주단위로 비료 필요량 설정
비료량 줄여 경영비·토양오염 절감에 도움
공익직불제 이행 위한 관비처방서 제공

▲ 작물의 생육단계별 적정 양분기준을 설정해 농가의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토양의 과도한 양분집적과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연구를 진행한 이예진 연구사.

생육단계에 따라 양분 요구량 제각각
“사람은 성장 시기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한 영양소 함량이 달라집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죠. 작물은 정식 초기와 중기, 후기에 따라 생육량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시기에 맞는 양분 공급량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과실을 많이 맺는 시기에는 생육 초기보다 양분이 더 많이 필요하고, 생육 후기에는 작물의 생장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그에 맞춰 양분 공급량을 조정해야 합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시설토경용 스마트 관수 및 관비 자동제어체계 구축’ 연구과제를 수행해오고 있는 농업환경부 토양비료과 이예진 연구사는 이 같이 작물 생육단계별 적정 양분 투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비료량 절감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과 건강한 토양환경 유지는 물론, 농가 생산성 향상 등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농경지의 질소수지는 OECD 평균의 3.1배(1위), 인수지는 7.6배(2위)에 달하는 등 국내 농경지의 영양상태는 과포화입니다. 농경지 토양에서 화학비료 사용에 의한 아산화질소(N2O) 직접배출량은 19.5%(2018년)나 된다고 하고요. 결국, 남는 비료성분은 온실가스,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농가에서 관행과 경험에 의존한 비료 과다 사용은 토양 양분집적 심화와 작물의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 실제 농진청 조사(2015~2017년)에 의하면, 시설재배지의 61.1%에서 비료성분 집적에 의한 토양 전기전도도(EC)가 적정범위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EC가 적정범위를 초과하면 작물 수량이 25~50% 감소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경고도 있다.

특히 기존 비료(양분) 필요량은 작물 재배기간 전체로 산정돼 있기에 생육과정에서 흡수할 수 있는 적정량의 양분기준을 정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고 이예진 연구사는 이 연구의 배경을 밝혔다.
“작물별 양분기준은 선도농가의 양분관리 현황조사와 재배시험을 통해 설정했습니다. 우선, 작물 정식 후 생육 초기부터 수확기까지 시기별 양분흡수 양상을 고려해 양분 공급량을 정합니다. 그 다음에는 농가 현장에서 실증시험을 통해 작물 생산성과 토양 양분집적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설정한 작물별 양분기준을 통해 작물 생산량은 유지하면서 환경 부담은 최소화할 수있게 된다고 이 연구사는 강조한다.

주요 시설작물 13종에 관비처방서 제공
이예진 연구사는 이 연구를 통해 작물 생육시기를 생육초기, 착과기, 수확기, 수확후기로 나눠 필요한 물과 양분량을 주간 단위로 설정해냈다. 이는 관비처방서를 통해 작물별로 재배시기(봄, 여름), 관수방법(점적관수, 고랑관개, 스프링클러, 분수호스), 목표수량에 따른 1주일에 필요한 물과 양분량을 추천하게 된다.

▲ 이예진 연구사가 관비처방에 따른 작물 생육상황에 대해 현장 실증시험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내 시설재배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작물 13종을 대상으로 했는데, 이는 국내 전체 시설 토경재배면적의의 76.7%에 해당한다고. 이들 작물 13종의 물과 양분량은 농진청의 토양환경정보시스템인 흙토람(http://soil.rda.go.kr)에서 관비(물·양분)처방서를 통해 농업인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흙토람 관비처방 서비스는 지난해 10개 작물(딸기, 오이, 애호박, 토마토, 풋고추, 단고추, 수박, 참외, 열무, 배추)에 대해 제공했고, 올해 멜론과 가지, 상추 등 3개 작물에 대해서도 관비처방서를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물 생육단계별로 양분기준을 설정할 경우, 화학비료와 물 절감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관행 농가에 비해 10a당 물 사용량은 111.4톤, 질소비료 사용량은 7.9㎏ 줄일 수 있습니다. 농가 실증시험에서도 토양 중 질산태질소 함량이 최고 73%까지 줄어든 것을 보면 토양 중의 양분을 작물이 효율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시설재배 농가에 관비 공급시설이 설치돼 있으면 이 기술을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이 연구사는 설명했다. 1주일 동안 필요한 비료량을 관수통에 넣고, 물과 함께 공급해주면 자동으로 양수분을 공급할 수 있다고.

농가들이 이 기술을 활용하려면 먼저, 거주지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토양검정을 신청하고, 토양 양분 상태에 따른 작물 생육단계별 관비 공급량을 제공하는 관비처방서를 받아 비료량을 조절하면 된다. 토양검정 결과, pH가 낮은 경우에는 석회질비료를 주고, 토양 유기물 함량에 따라 작물 정식 1개월 전에 퇴비를 준 다음에 제공된 관비처방서에 따라 물과 비료를 주면 된다.

토양비옥도별 양분 공급 연구도 진행
이예진 연구사는 이번 연구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른 관비처방서는 작물 생육단계에 한정해 비료 공급량이 정해져 있는 표준 공급량이기에 그렇다.
“토양 중 양분이 많거나 적은 토양비옥도에 따른 양분 공급량 조절이 필요한데, 현재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또한, 질소, 인산, 칼륨 외에도 미량원소는 작물 품질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미량원소 공급기준을 설정하는 연구도 필요합니다.”

이 연구결과가 농가에 조속히 보급돼 경영비 절감과 토양오염 예방, 온실가스 감축 등 당초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과 농가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지난해부터 공익직불제가 시행됨에 따라 농가에서는 비료 사용량 준수가 필수사항인데, 비료 사용량 준수 이행점검은 토양의 양분 함량을 분석해 적합여부를 판정하게 된다. 이에 관비처방에 따라 양분을 공급하게 되면 시설재배 토양에 필요이상의 양분이 집적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진청은 현장에서 관비처방서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설 토경재배 작물에 대한 관비(물·비료) 매뉴얼을 올 9월에 발간해 배포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발맞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향후 연구계획에 대해 물었다.
“농업인이 적정량의 비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작물별 비료사용기준 설정을 확대하고, 이용되는 비료의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또한, 비료 과다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이고, 토양탄소 저장량을 높일 수 있는 퇴비 이용 연구와 관련 기술 지원에도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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