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15)

"급하게 겨울을 맞고 있다. 
추위로부터 보호 받으려면
빠른 준비와 대처가 필요하다."

아름다운 열매와 맛있는 과일로 생명의 정점을 찍은 나무들이 한잎 두잎 낙엽을 날리며 벗은 몸을 추위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을이다. 누군가 가을은 패션의 계절이라 했다. 나무와 달리 인간은 하나 둘 옷들을 바꾸고 껴입으며 겨울을 준비한다. 추위에 대비할 뿐 아니라 아름다움도 함께 연출하기 때문에 가을을 패션의 계절이라 말하는 듯하다. 

패션(fashion)의 사전적 정의는 ‘특정한 시기에 유행하는 지배적인 양식이며, 그것에 많은 사람들이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동조하는 현상’이다. 패션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패션은 주로 ‘옷 입기’와 연관된 개념이었다. 패션의 존재는 아마도 태고부터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며 삶의 중심에 있었을 것이다.

250여 년 전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도 “유·무익성과는 관계없이, 최소한 자신도 남들과 같음을 내보이려고 하는 모방의 법칙이 패션”이라고 정의했으나 유행이 사회화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그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허영이라 비판했다. 

허나 “굳이 유행을 따르지 않으려는 태도보다는 차라리 유행에 미치는 것이 더 낫다”며, 칸트는 패션의 이런 이중적 측면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필립 체스터필드의 말을 인용한다.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할지 걱정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하지만 옷을 잘 입지 못한 사람은 훨씬 더 바보 같다.”고 결론지었다. 

결과적으로 그 옛날 대철학자의 생각은 옷을 잘 입어야 한다는 개념이 패션을 단순히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만 보았을 뿐, 인간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옷의 생리적기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오늘날의 패션은 칸트 시대보다 더 다양하고 위협적인 사회적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하나의 예로 19세기 초 유럽에서의 인플루엔자의 확산은 오늘날의 코로나 못지않은 팬데믹 사태였다. 그 사태의 바탕에는 바로 엠파이어 스타일의 유행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늘하늘 늘어지는 얇은 모슬린으로 여인들의 하체가 보일 듯 말 듯 내비치는 드레스의 유행이 추위를 압도하면서 벌어진 참사였다. 여인들은 추위에 바들바들 떨면서도 아름다움을 원하는 사회적 욕구에 처절히 동참했다. 결국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침략을 이기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졌다. 비극은 계층을 가리지 않았다. 당시의 패션리더이자 나폴레옹 황제비인 조세핀도 그렇게 생명을 잃었다. 

갑자기 가을이 멈춘 것 같다. 급하게 겨울을 맞고 있다. 인체가 추위로부터 보호받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 빨리 대처해야한다. 패션도 좋지만 건강이 앞서야 한다. 아무리 젊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지녔다고 해도 패션을 위해 무리하게 벗어서는 안 된다. 물론 약간 서늘하게 입는 것이 인체의 건강유지와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고혈압도 낮추고, 대사량도 증가하고 비만유발의 주범인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의 양도 증가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도 하지만, 이것들 역시 단계적인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금년의 추위는 순서나 절차가 없어 보인다. 따뜻한 옷으로 몸을 보호하는 것으로부터 겨울을 대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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