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강범규 연구사

 수량·내병성 우수하고 기계수확도 가능한 ‘아람’
‘아람’의 우수형질 활용한 신품종 개발에도 박차

“제주도에서의 콩 재배는 내륙과는 환경이 많이 달라요. 제주도는 주로 산파재배 하기 때문에 콩이 밀식돼 분지(分枝)가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토성과 재배환경의 영향으로 콩의 키가 내륙보다도 약 20~30㎝ 작고요. 그러다보니 콤바인으로 기계수확을 하게 되면 손실량이 많아져 결국 사람이 낫을 들고 수확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1㏊ 이상 대규모로 콩을 재배하는 농가 비율이 20.5%로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그런 만큼 기계수확에 대한 수요도 많아요. 이런 농가의 요구와 어려움을 보면서 키 크고 기계수확에 적합한 콩나물용 콩 품종을 개발·보급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습니다.”

콩 재배농가 애로 해결에 큰 역할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밭작물개발과 강범규 연구사(35)는 제주의 환경에 적응성이 높은 나물용 콩 품종 ‘아람’을 개발하는 등 9년여 동안 제주도 재배 콩의 기계수확, 수량성 증대, 품질 향상 등 농가의 애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강 연구사는 그동안 콩나물용 콩 ‘아람’을 비롯해 ‘신바람’ 등 3건, 장류용 콩 ‘선유2호’, ‘누리올’ 5건 등 총 8건을 품종출원을 했다. 또한 ‘콩 열피 관련 양적형질유전자좌 탐색’, ‘콩 착협고(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꼬투리의 높이)의 유전 및 환경변이 분석’ 등 39건의 논문게재와 학술발표 성과를 이뤘다.
제주도에는 1996년에 ‘풍산나물콩’의 개발을 비롯해 여러 품종들이 개발·보급됐으나, 본격적인 기계 수확은 힘든 상황이었다. 어쩌다 기계수확 적응성과 수량성, 성숙기 등이 적합하다해도 콩나물 품질이 업체 요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나물콩 생산량의 약 82%는 제주도에서 생산됩니다. 그 이유는 콩나물 원료곡에 적합한 알맹이가 작은 콩을 생산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제주도는 잦은 태풍과 낮은 비옥도로 인해 콩 재배 시 잘 쓰러지고 키가 작아서 기계수확에 어려움도 큽니다. 기존 품종인 ‘풍산나물콩’은 쓰러짐에 약하고 꼬투리 달림이 낮아 콤바인으로 수확할 때 어려움이 많아 이를 극복할 신품종 개발과 보급이 과제로 대두되는 상황이었습니다.”

10년 걸려 탄생한 제주형 콩 ‘아람’
이런 제주지역 농민들의 요구에 따라 강범규 연구사와 동료들은 2016년, 7년간의 집단양성과 계통선발, 3년간의 지역적응시험을 거쳐 제주지역에서 쉽게 쓰러지지 않고, 기계수확이 가능하며, 수량성도 높고, 콩나물 품질도 우수해 농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람’ 콩 품종을 개발해냈다.

“‘아람’은 기존 품종(풍산나물콩)보다 키가 11㎝ 더 크고, 꼬투리 달림 높이는 2㎝ 높으며, 알맹이는 100알당 무게가 9.9g으로 작아 콩나물용에 적합합니다. 성숙기는 일주일정도 늦은 만생종이나 수량성이 359㎏/10a로 12%나 더 수확할 수 있는 다수성 품종입니다. 

또한, 불마름병, 콩모자이크바이러스, 검은뿌리썩음병과 종자이병율 모두 ‘풍산나물콩’보다 강해 내병성이 우수합니다. 쓰러짐과 꼬투리 터짐에도 강해 기계수확 적응성이 높고, 재배안정성도 우수하죠. 콩나물용 콩인 만큼 콩나물 가공적성도 중요한데, 평가 결과, 발아세 93%, 발아율 96%, 수율 598%로 ‘풍산나물콩’과 대등할 정도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강 연구사와 동료들이 제주의 나물콩 재배환경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했지만, 보급과 대체가 결코 쉽지 않았다. 콩 품종 보급은 농가, 유통, 가공업체, 종자생산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공업체에서는 품종변경 시 원료곡의 가공특성이 변해 가공공정을 최적화하기 위한 수정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문제로 여겼다.

“‘아람’ 품종 개발 후에 이러한 보급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농가 생산현장에서 생육평가와 기계수확 연시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콩나물 가공업체에서 콩나물을 재배해보는 평가도 수행했습니다. 품종개발 다음 해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제주 농가의 콩 재배현장에서 생육을 평가하고 기계수확연시회도 가졌지요. 제주도농업기술원과 협력해 실증시험포장을 조성하고, 2018년부터는 제주 안덕 시범단지를 조성해 평가를 진행한 결과, ‘품종대체 필요성’이 4.7점(5점 만점)으로 본격적인 대체 동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농가·가공업체서도 ‘아람’ 호평
‘아람’ 품종은 또 콩나물 가공업체 11곳의 재배 평가에서도 상품성이 큰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물용 콩 ‘아람’은 2019년부터 정부 보급종 생산체계에 도입됐습니다.”
현재 ‘아람’은 키가 크고 쉽게 쓰러지지 않는 장점에 더해 내병성과 내재해성이 강하고 수량성이 우수하며 재배 안정성이 높은 품종으로 영농현장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같이 집적된 우수형질을 기반으로 다양한 용도와 재배지역에 알맞은 품종 개발 활용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람’은 보유한 우수 형질에 대한 유전연구를 위한 시험재료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며, ‘아람’을 모본으로 우수한 유전형질을 집적하고, 성숙기, 종자 크기 등 일부 형질을 개량하면 효율적으로 품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주 나물콩의 신품종 개발을 위해 제주 현지의 가공업체와 농업인, 그리고 전문가 등을 만나기 위해서 다닌 출장도 셀 수 없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즐거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콩 재배농가와 가공업체의 요구를 적극 반영해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신품종을 개발·보급해 우리나라 식량산업의 기반을 안정화하는데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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