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여성 정치참여 확대한다면서 구호로만 그쳐

남성과 달리 가족 지지 못 받는 문제도

남성보다 불리한 경우 많은 여성후보자
이를 다시 정리하면 여성은 학연과 지연, 혈연 등의 조직력을 남성보다 동원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통 조직력의 근간인 향우회나 동창회 등 같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엔 여성이 현실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보니 선거에서 활용하기 힘든 것이다. 또한 선거자금도 큰 난관이다. 여성후보자는 자금을 동원함에 있어 제약을 받는 경우 역시 많다. 선거를 출마한다고 했을 때 여성이 집안의 지지를 받는 게 남성보다 힘든 점도 큰 장애물이다. 여전히 가정에서 가사일과 양육의 주부담자가 여성이라서 사회생활에서 완전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여성후보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단 이점도 분명 있지만, 반면에 정치인보다는 아줌마, 여성이란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확장의 어려움도 선거에서 불리한 요소다.

이같은 문제를 바탕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여성이 당선될 확률을 높일 수 있으려면 조직력 구축의 경우 선거기간에만 국한해서 쌓을 게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거자금의 경우 당의 배정된 여성정치자금의 올바른 활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추천보조금의 효과는 분명 있지만 여성후보가 많아지면서 개인에게 지급되는 비용이 줄어든데다 비목도 제한적이란 지적도 있다. 기초·광역의회 의원은 후원금 모금이 금지됨에 따라 선거자금에 열세인 여성후보자를 위해 겸직금지와 의정비 현실화 요구도 있다.

가산점 제도와 여성전략 공천도 단체장이나 광역의회가 아닌 기초의회에 주로 사용되고, 여성끼리만 경쟁을 부추기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관련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 생활의 일부로서 정치에 받아들여야만 궁극적으로 여성의 정치대표성을 높일 수 있다.

▲ 더불어민주당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 2019년 활동모습

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등 3법 개정이 관건

제도적 보완 시급하지만…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제도적 보완은 시급하다. 우선 공직선거법 제47조 4항의 후보자 추천에서 여성공천 할당제를 권고에서 강제조항으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후보자 등록을 무효화하거나 국가가 주는 보조금을 삭감하는 패널티 역시 동반돼야 한다.

5항 역시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법에선 지방선거의 국회의원 지역구마다 지방의원 지역구에 1명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며 위반 시 등록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구분을 두지 않아 광역의원의 여성공천이 저조한 결과를 낳았다. 광역의원은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진출의 교두보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여성공천 의무화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지방의회에만 한정된 여성공천할당제를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포함해야 한다. 대통령과 국회부의장까지 여성이 배출된 적이 있지만 광역자치단체장에서 아직 나오지 않은 건 제도적 배려가 부족한 것도 한몫했기 때문이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후보의 성별 다양성을 보장하고, 정당들도 구체적인 실행 움직임이 절실하다.

기초지방자치단체장 여성공천할당제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로 정치자금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다른 선거처럼 후보자의 30%를 여성으로 추천하는 것이다. 현재 여성추천보조금도 여성후보자수에 의한 배분 비율만큼 늘리고, 보조금 사용의 비목도 확대하는 것이 여성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당법도 개정해 여성의원의 참여에 소극적인 정당들이 실질적 움직임에 나설 수 있도록 후보자 추천 시 남녀동수 참여 보장 명시화도 미룰 수 없는 일이다.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선출직 공직자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적 조치의 하나로 후보자 대상의 성평등교육을 실시하거나 선거비용을 정당에 보전하는 것도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중요한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의회 수준이 높을수록 권력과 권한의 크기가 커 정당들이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에 소극적”이라면서 “여성공천할당제의 의무화와 여성후보자 추천보조금은 인센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국민의힘은 남녀동수 정치참여 보장을 위한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양당, 여전히 제도개선에 소극적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성차별적이고 성불평등한 권력관계 해소를 목적으로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발족했다. 이후 2020년 국회의원선거에서 공천심사 때 여성 가산점을 최대 25%까지 상향하고, 지역구 30% 여성의무공천 법제화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회장을 지낸 양금희 의원을 중심으로 남녀 동수참여 등을 포함한 법안개정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경기 용인병)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통해 지역구국회의원선거와 지역구지방의회의원선거에서 여성후보자 30% 추천을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후보자등록 신청을 수리하지 않도록 했다. 후보자등록을 했어도 그 등록을 무효화하도록 함으로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했다.

같은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병)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서 여성추천보조금 지급 대상선거를 지역구국회의원선거와 지역구지방의회선거에서 자치구 시군의 장 선거로 변경하고, 여성추천보조금 예산의 계상액을 현행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권자 총수에 100원을 곱한 금액’에서 ‘자치구·시·군의 장 선거의 선거권자 총수에 300원을 곱한 금액’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그리고 정당법 개정안에선 성별에 관계없이 공직선거에서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고 여성 정치인의 발굴·육성을 정당의 책무로 명시했다. 후보자 추천 시 동등 참여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당헌에 포함하도록 함으로써 남녀동수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게 했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비례대표)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서 지난해 문제가 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의 성폭력행위와 관련해 선거가 없었다면 소요되지 않았을 선거관리비용 발생을 고려해 그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재정적 책임을 부과하도록 했다.

같은당 양금희 의원(대구 북구갑)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에서 여성후보자 추천을 독려하기 위해 여성추천보조금이 2002년 도입 이후 물가변동분을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전년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을 증감한 금액으로 변경하도록 했다. 그리고 총액의 100분의 10 이상을 여성정치 발전을 위해 사용해야 함에도 사용처가 불명확해 제대로 쓰지 못하는 지적에 맞춰 여성정책개발, 여성정치인 교육과 홍보, 성평등 의식 제고를 위한 당원 교육, 여성의원 정치활동 지원 등 여성정치 발전에 필요한 용도를 명확히 하도록 했다.

이렇듯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법안 개정에 여야 모두 나서고 있다지만 개정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개선의지가 부족하단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산하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등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른바 위성정당 논란을 촉발한 공직선거법 개정이 여야의 극한대치를 불러오면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논의는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으며 방치됐다.

180석 거대의석을 얻은 여당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3법 개정에 나설 힘이 있음에도 방치하고 있는 것이나 올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젠더이슈를 선점한 야당이 실질적인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는 소극적인 건 마찬가지다. 양당이 기존의 정책만 재탕하며 구호로만 그치는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시험대가 이제 채 240일도 남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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