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남 강진 ‘토룡단감’ 김지용 대표

▲ 토룡단감 김지용 대표

토룡단감·감말랭이 브랜드로 전국 강타할 것
‘풀이 자라는 땅이라야 열매도 맺는다’ 교훈 얻어

전남 강진군 신전면은 남해 바다에 접해있으면서, 대규모 간척지가 조성돼 산업단지와 대단위 농업지역으로서 강진군을 대표한다. 서쪽의 주작산을 중심으로 낮은 구릉지대를 이루며, 인접한 덕룡산은 산세가 험난해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다산 정약용도 덕룡산을 자주 찾았다고 전해진다. 

▲ 출하를 준비중인 청자골 토룡단감

주작산 자락 아래(대창산 방향) 야트막한 산지와 전답들이 막 이어지는 곳에 토룡단감 농장(대표 김지용·38·신전면 용월리)이 2대째 터를 내리고 있다. 김지용 대표는 신전면의 대표적인 후계농업인이다. 김 대표의 토룡단감 농장은 단감과 대봉감 4만6300㎡(1만4천평)와 논농사 4만3000㎡(1만3천평), 그리고 참다래 등 밭농사 1만여㎡(3천평) 규모의 대농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부지런하셨던 것 같아요. 성심이 착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너무 잘한다는 말을 마을 사람들에게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성실하시고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희생하면서 오직 농사에 열심이셨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아버지는 항상 힘드셨다는 얘기겠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농사를 짓고 있는 것도 다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 대표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정보기기운용기능사 등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도 열심히 준비했다. 그렇게 대학 졸업과 함께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던 중 아버지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했다.

“당시 취업을 위해서 원서도 접수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왔다가, 아버지가 끝내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버지가 짓던 농사를 우선적으로 마무리해야 했어요.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도 없었어요.”

2010년, 김 대표가 농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는 농작물이 제 위치에서 제대로 자라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풀은 우거지고, 감나무는 병들어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때 김 대표는 그동안 부모님이 농사에 많이 지쳐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어렸을 때부터 농사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쉽지 않았어요. 우선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농사더라고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만 조금 일한 표시가 나는 것이 농사예요. 감 농사는 13년 정도 되는 나무들이었는데, 병이 많이 들어있는 상태였어요. 아마도 감 농사 막바지에 아버지가 힘드셨나보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지용 대표는 결국 마을 주민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감 재배에 우수농가라고 소문난 곳을 찾아서 배우기도 했다. 강진군농업기술센터의 문도 자발적으로 두드렸다.
“원근을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한 일이 농업기술센터를 찾아서 상담도 하고 재배기술을 배우기도 한 것이죠. 제대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데는 2010년 귀농한 이후로도 몇 년은 더 걸린 것 같아요.”

▲ 토룡단감 말랭이

김 대표의 귀농 정착은 쉽지 않았다. 첫 해는 시기를 놓치는 일이 많았다. 제때 솎아주기를 못하고, 수확할 시기를 잡지 못하고, 병해충에 적극적인 대비도 못했다. 
그 다음해는 이상기온으로 주변 농가도 힘들만큼 병해충이 기승을 부렸다. 또 그 다음해인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강진지역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김 대표 농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제일 먼저 깨달은 것이 농사는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하늘의 뜻이 중요하고, 노력도 과학과 정보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이제 거의 10년이 되는 것 같네요.”

김 대표는 귀농 후 다양한 교육과 경험을 통해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2017년 ‘토룡단감’ 이라는 브랜드를 내놨다.
“아마 본격적인 농사꾼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토룡단감’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부터 같아요.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브랜드 홍보를 했는데, 얼마 되지 않아 곳곳에서 많은 연락이 오기 시작했지요. 최근에는 ‘토룡단감 말랭이’도 냈는데 벌써부터 인기가 높은 것 같습니다.”

김 대표는 강진에서의 다양한 사회활동과 봉사를 가장 큰 기쁨으로 꼽았다. 강진에서 가업을 잇는 2세들의 모임인 ‘나와 아버지는 농부입니다’를 비롯해 단감과 참다래 모임, 마을청년회, 독서회 등 12개 모임에서 활동 중이다.

“시골생활, 특히 농사를 짓는 일 중에 힘든 일을 꼽으라고 하면 풀을 제때 관리하는 것이지요. 제거를 해도 해도 끝없이 올라오는 것이 풀입니다. 저는 그런 풀과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좌우명이 생겼습니다. ‘풀이 자라는 땅이라야 열매도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풀도 농사의 한 부분이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지혜가 농사를 더 즐겁게 만들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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