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다솜둥지복지재단 박용수 수석연구관

지금 우리 농촌엔 고령화로 인해 노후된 주택을 제대로 수리하지 못해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지내는 주민들이 많다. 
이 같은 농어촌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보수를 지원하는 다솜둥지복지재단의 수석연구관인 박용수 박사로부터 재단이 추진 중인 농어촌 취약계층 대상 집고쳐주기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무의탁독거노인 조손가정, 장애인가정 등
농촌의 주거취약계층 주택 무료로 개보수
정부의 관심과 집수리 예산 지원 확대돼야

1년에 1천여 노후주택 수리 지원
“농어촌 지역에는 지은 지 오래돼 낡고 노후한 데도 제대로 수리를 하지 못해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가들이 많습니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은 이런 낡은 집을 개보수 할 수 없는 무의탁독거노인이나 조손가정, 장애인가정 등 주거 취약계층 농어민의 집을 고쳐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은 농림부장관을 지낸 허상만 순천대 석좌교수가 지난 2007년에 설립해 농어촌 취약계층의 주거생활 안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집고쳐주기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올해는 사업비 42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외에도 10% 내외의 사업비를 한국농어촌공사와 국민건강보험, 농협 등 공공기관과 삼성전자 등 기업의 협찬을 받는다. 구좌 당 2천 원의 개인기부금도 받아 사업에 활용한다. 재단은 이렇게 모아진 자금으로 1년에 약 1천여 가구의 노후주택을 수리해주고 있다. 
“노후주택 개보수 지원 대상은 1차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선발합니다. 그 다음에는 건축을 전공한 대학생 봉사단체가 2~3개월간 현장을 답사하죠. 거기서 끝이 아니라 한국농촌건축학회 소속 교수와 관련 기관의 담당자가 함께 현장을 방문해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 지 점검한 후 최종 선발하게 됩니다.”

교수·학생·업체직원으로 구성된 ‘어벤져스’
고쳐줄 집 선정은 전국적으로 균형 있게 안배한다고 한다. 집 한 채당 지원되는 리모델링 비용은 500만 원 정도이며, 100% 정부지원으로 집수리가 이뤄지므로 농어가의 자부담은 없다고. 집수리는 주로 지붕과 화장실, 담장, 창틀 등을 하게 된다. 
“노후주택 개보수에는 한국농촌건축학회 소속 교수가 대학생 봉사단체를 인솔해 진행합니다. 이를 ‘패밀리’라고 하는데, 지역별로 여러 대학의 패밀리가 지도교수의 지휘하에 사업을 추진하게 됩니다. 아울러 지역의 일반사업체도 함께 참여해 3자 협력으로 사업을 진행합니다.” 

특히 대학생 봉사자 중에는 물리치료학과 학생도 있어 이들이 노인 물리치료 봉사활동과 대화 등을 통해 농촌노인의 심신 건강 증진을 돕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봉사활동에 참여한 건축학과 학생들은 학업의 연장선에서 교수와 업체 직원과 함께 일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특히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농촌의 실상을 직접 목격하게 되고, 노인들과의 대화를 통해 단순한 봉사의 차원을 넘어 농촌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미래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농촌의 폐가와 폐교를 활용해 농촌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고 한다.

“한 번은 경북 의성에서 농촌 노후주택 수리에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농촌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이 대학생들에게 소유권이나 임대 구애 없이 10년간 살 수 있는 터전을 내줬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볼 때,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청년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일이 앞으로 다솜둥지복지재단이 해나갈 주요사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촌빈집·폐교를 소득과 문화공간으로...
2007년 재단 설립 초기에 농어촌 집고쳐주기 사업은 한국마사회와 한국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으로부터 소규모의 지원금을 받아 추진됐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013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게 됐고, 2019년에는 12억 원, 올해는 42억 원으로 정부지원이 크게 늘었다. 
다솜둥지복지재단의 사업은 공적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 5년마다 사업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 평가가 좋지 않으면 정부지원사업 자격이 박탈된다고. 다행히 그간 열심히 노력해 좋은 평가를 얻어내 정부 측과 농촌소멸에 대응한 농촌개발계획을 심도 있게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재단은 농업인들과의 심층적인 협의를 통해 농촌 빈집이나 폐교를 수리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농촌 빈집과 폐교를 활용해 농업인들을 위한 농산물 매장이나 농촌체험장을 만들어 소득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고, 문화공간 등으로도 꾸며 도시민들을 불러모을 계획을 구상 중입니다. 특히 청년들의 귀농을 유인할 첨단농산업단지나 벤처사업장을 조성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농촌빈집 고쳐 도시민과 청년 끌어들여야
끝으로 박용수 수석연구관에게 다솜둥지복지재단의 보다 구체적인 미래비전을 물었다.
“농촌지역에는 30년 이상 방치된 빈집이 전국에 100만 호가 넘습니다. 이 노후된 폐가 중에서 개보수가 비교적 쉬운 집을 말끔히 고쳐 도시민이 주말이나 휴일에 거주할 수 있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의 토털커뮤니티를 조성한다면 이는 농촌소멸을 막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국제 해비타트에서 펼치는 ‘사랑의 집짓기’ 운동의 하나로 지미카터 특별 건축산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집짓기운동을 도입해 낡은 농촌주택 개보수 운동을 강력히 추진해야 합니다.”

농촌소멸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농촌의 노후주택 개보수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려면 제2의 새마을운동 차원의 거국적인 집짓기 재능기부운동을 펼쳐야 하고, 정부는 이 사업을 원활하고 순조롭게 추진할 조직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박용수 연구관은 주장한다.
한편, 박 연구관은 다솜둥지복지재단도 이 사업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히며, 정부의 재단 지원 확대를 요청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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