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미월의 문학향기 따라 마을 따라 - 경기 안성

▲ 하늘에서 본 안성맞춤랜드 전경

안성맞춤랜드에서 과거와 현재 오감체험
멋진 풍광의 고삼지·금광저수지 산책도 제격
박두진·조병화 시인의 시와 일생을 만나다

안성 유기에 담긴 음식이 밥상이나 제상에 오르면 대접받는 느낌이 들고 품격이 달라진다. 안성맞춤랜드에서 벌어지는 대한민국 대표 전통예술공연인 안성맞춤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 공연을 보면 넋을 잃고 만다. 안성맞춤랜드에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다.

▲ 안성남사당 상설공연

고삼저수지 수상 좌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이들은 급히 살지 말라고 여유만만을 보여준다. 동물체험농장인 안성팜랜드는 온 가족이 즐기기에 평화로운 곳이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묻혀있는 미리내성지는 천주교의 유서 깊은 성지로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시 ‘해’로 잘 알려진 청록파의 한 사람인 박두진과 시 ‘의자’로 잘 알려진 조병화는 안성이 낳은 걸출한 시인이다.

가족나들이 안성맞춤
‘안성팜랜드’ ‘안성맞춤랜드’

공도읍에 있는 안성팜랜드는 농협에서 운영하는 체험형 농장이다. 무려 39만 평이라는 규모를 가진 국내 최대의 농장형 테마파크로, 타조, 양, 소, 토끼 등에게 먹이를 직접 주며 체험할 수 있다.
드넓은 언덕 초원에 봄에는 유채꽃, 여름엔 해바라기, 가을엔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꽃 군락지가 유혹하고 겨울이면 눈밭을 거닐 수 있다. 전동 자전거를 타고 동산을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를 맛볼 수 있는 안성의 필수 관광지다.

보개면에 있는 안성맞춤랜드에는 가을엔 남사당 바우덕이 축제가 열리고, 물썰매, 눈썰매를 즐길 수 있는 사계절 썰매장 그리고 천문과학관과 캠핑장이 관광객을 반긴다. 드넓은 잔디광장과 수변공원, 분수광장이 자리하고 있어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하기에 편리하고 문화와 자연과 예술을 두루 즐기기에 좋다.

▲ 고삼지 전경

몽환적인 고삼지와
산책로가 아름다운 금광저수지

서정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고삼저수지는 몽환적인 신비감이 감싼다. 푸른 물결과 그 위에 떠 있는 좌대의 풍경이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다. 안성 8경 중 하나인 이 호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고삼호수는 낚시꾼들의 성지이며 차박 장소로도 인기가 좋다. 새벽의 물안개와 저녁놀이 잠긴 호수는 환상적이며 명품이다.

굽이돌아 드라이브 길이 좋은 금광저수지는 경관이 아름답고 찻집 전망이 좋다. 호숫가 수석정에서 시작되는 박두진 문학길을 따라 데크길을 걸으면 중간중간 설치된 박두진 시인의 아름다운 시구절 팻말이 산책을 깊고 아름답게 이끈다. 

미리내성지에 들어서면 인생의 깨달음을 문득 깨닫는 듯 경건해진다. 신유박해와 기해박해 때 경기도와 충청도의 천주교 신자들이 마을을 이루고 살았던 곳으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묻혀있는 천주교의 유서 깊은 성지다. 성지 입구에 노송과 저수지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카페 <로스 가든>은 탤런트 노주현이 운영하는 곳으로 운치가 있다.

▲ 금광저수지 박두진 길

박두진과 조병화의 시향이 흐르는 곳
청록파 시인 박두진과 다작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조병화의 고향은 안성이다. 안성맞춤랜드 안에 박두진문학관이 있고 박두진 시인이 살아생전 산책하면서 시심을 키우던 금광호수에는 박두진 문학길이 조성돼 있어 걷기에 좋다.

양성면 난실리에는 조병화(1921~ 2003)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은 사랑방처럼 오래된 느낌과 소박하면서도 꾸미지 않은 편안함이 있다. 시인의 글과 그림이 담긴 자필 시를 하나씩 감상하기에 좋다. 편운(片雲)이라는 호를 썼던 조병화는 삶과 죽음 그리고 인생의 본질에 대한 광범위한 문제를 쉬운 일상의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많은 독자와 솔직한 소통을 해왔다. 53권의 시집과 37권의 수필집을 비롯한 총 16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이 의자를 비워드리지요//..(중략)..//먼 옛날 어느 분이 내게 물려주듯이//지금 어드메쯤/아침을 몰고 오는 어린 분이 계시옵니다/그분을 위하여/묵은 의자를 비워드리겠습니다.
                        조병화 <의자> 

이 시는 시대와 사회의 주역이 되는 자리를 의미하는 의자를 통해서 세대교체의 필요성과 역사 연계의식의 당위성을 강조한 작품이다.

▲ 시인 조병화의 집 ‘편운제’

안성읍 봉남리에서 태어난 혜산(兮山) 박두진(1916~1998)은 정지용의 추천으로 ‘문장’지에 시 <향현>, <묘지송> 등을 발표했다. 박목월·조지훈과 공저인 ‘청록집’은 일제 말기 한국인의 겨레 인식과 저항적 자세를 주로 자연을 제재로 해 시화하고 있다.

박두진의 작품에 수용된 자연은 근원적으로 순응과 화합의 지혜를 추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면서 창조적 결단성이나 생성의 의미를 내장하고 있다. 해방 후에 쓰인 <해>는 신생 한국의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대표적 작품이다. 청록파 시인 중 한 사람인 박두진은 일제강점기부터 60년 동안 20여 권의 시집을 펴냈으며 400편이 넘는 산문을 발표했다. 그는 수석 채집과 서예, 그림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했다.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을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어둠을 살라 먹고//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박두진 <해> 중 일부

이 시는 어둠과 밝음의 이미지를 대립적으로 배치해 어둠의 세계는 가고 밝고 평화로운 세계가 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노래하고 있다.
조병화문학관이나 박두진문학관을 둘러보고 시 한 편에 담긴 의미를 되새기고 들판을 걷다 혹은 금광 호수길을 걸으며 시심에 잠겨보는 일도 좋으리라. 이 가을에. 이 밖에도 안성에는 유기를 중심으로 풍부한 문화유산을 접할 수 있는 안성맞춤박물관과 안성 3.1운동기념관, 칠장사, 죽주산성, 서운산, 석남사 등 두루 돌아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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