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자매네 반디농장 김영란의 전원일기(37)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일상이 자유로워졌으면...
이제 코로나를 독감 정도로 
인식해야 하는 시점일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이 코로나로 인해 통제되고 제약되며 수많은 2차적인 고통이 수반되고 있다. 막연한 불안감까지 조성되면서 웃픈(웃기고도 슬픈) 일들이 다반사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물음에 ‘위드 코로나(With Corona)’라... 코로나 사망자보다 독감 사망자가 더 많다는 통계가 있다는데, 코로나19가 일상화된다면 우리의 대비 자세를 전면 검토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제주도에서의 나의 생활은 거의 코로나 무풍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귤밭 안에 살고 일터가 귤밭이니, 식당 갈 때와 마트 갈 때만 마스크를 쓰면 됐다. 마스크도 한 번 쓰고 나서 일광 소독하고 또 쓰니까 한 달에 두어 개면 됐다. 마스크 제조회사는 재사용은 안 되는 것처럼 말하더라만, 10분도 안 쓴 마스크를 그냥 버린단 말인가? 이번 코로나로 인해 백신회사와 소독제회사와 마스크회사는 돈을 갈퀴로 쓸어담은 게 아닐까? 물류회사는 더욱더 번창하고, 온라인업체는 10년 후에나 일어날 일을 한꺼번에 세팅하게 됐다.

백신이 나왔다 해서 일어나는 해프닝도 많다. 나는 비교적 안전지대인 제주도에 살고 농부가 직업이라서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아이들이 육지에서 생활하니 늘 걱정됐다.
“코로나 조심!”을 입에 달고 살게 됐는데, 지난번 1차 백신 접종한 큰아이가 두통과 발열로 며칠 고생해서, 엄마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될까 싶어 만사 제치고 2차 접종 시에도 올라갔다.

막내도 큰아이와 같은 시기에 접종하면 좋겠다 했지만 일정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서, 막내는 당일 접종 신청하자마자 그날 접수가 돼 백신을 맞게 됐다고 연락이 왔다. 집에서 쉬면서 컨디션을 관찰하며 수시로 보고하라고 했는데, 다음날 큰아이가 일하러 간 사이, 집에 혼자 있는 막내가 열이 심하고 두통과 구토가 난다고 연락이 와 멀리서 내 마음만 안절부절했다.

해열제를 먹고 조금 관찰해보고 심하면 119를 부르라고 하고서도 멀리에 있는 엄마는 애가 탔다. 백신부작용으로 사망이라는 소식들을 접했기 때문에 생긴 공포감 때문이었다. 다행이 한숨 자고 난 막내가 덜하다고 해서 마음 쓸어내리면서 며칠 후 큰아이 2차 접종 시 다시 올라 갔다.

전날 저녁을 든든히 먹이려고 맛집을 찾아가려고 택시를 타니까, 기사님이 6시 5분전이라서 태워준다면서 6시 넘으면 2명 이상 못 태운다고 한다. 식당도 6시 넘으면 2명 이상 입장 불가라니...
나는 팔꿈치가 맞닿을 정도로 빼곡한 비행기를 타고 왔고, 옆좌석 승객이 20㎝ 정도 떨어져있는 버스를 타고 왔는데, 사람 만나지 못하게 하는 법과 무슨 차이인가 의문이 생겼다. 우리 모두 지레 공포심을 만든 풍속도에 길들여지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식당에 밥 먹으러 갔다가 주문한 밥이 나오는 가까운 곳에 앉아서 기침을 했다가, 주문한 밥을 취소하는 사람도 만났다. 매일 만나서 놀던 이웃이 펜션을 한다는 이유로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했다가 의절한 이웃도 보았다.

나도 육지에서 제주도로 놀러오는 지인이 만나자고하면 미리부터 덜컥 겁이 났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서 일상이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이제 코로나를 독감 정도로 인식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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