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충청남도에서 대한민국 첫 ‘명예119구조견’이 탄생했다. 구조견 백구는 치매환자인 90세 할머니가 길을 잃고 논둑에 쓰러졌을 때, 주인을 하루가 넘도록 곁을 지켜 체온을 유지시켰다고 한다. 할머니는 벼가 무성히 자란 논 가장자리에서 물에 젖은 채 발견됐다. 소식을 접한 많은 누리꾼들이 큰 감동을 받고 ‘사람보다 개가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구의 임명식에 도지사를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가 한 자리에 모여 백구를 축하해줬다. 분명 축하 받아 마땅하고 대견한 백구였지만, 고령화된 농촌에서 치매 고령자가 길을 잃으면 꼼짝없이 생명이 위독해지는 농촌 환경이 씁쓸함을 자아냈다.
비단 이번 일화만이 아니라 농촌을 다니다보면 평소에도 어르신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싶은 순간이 많다. 비오는 날은 허리가 굽어 우산을 낮게 쓴 어르신이 운전자 시야 보다 아래에 있어 염려스럽고, 버젓이 노인보호구역 표지판이 있지만 속도를 낮추지 않고 지나가는 화물차가 주민들에게 위협이 됐다.
농촌에서의 삶이 안전하려면 농촌에 맞는 자구책이 필요하다. 유독 희소식에만 지역의 인사가 모여 축하하는 모습 다음에는 농촌 주민들에게 필요한 시스템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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