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농촌 성평등, 여성의 힘으로~

▲ 충남 청양 농촌여성들이 양파농가에서 불편한 자세로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업기계보유현황에 따르면 벼농사 기계화율은 98.4%인데 반해 밭농사 기계화율은 60.2%로 나타났다. 주로 밭농업에 종사하는 농촌여성들이 농사일에 체력이 부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촌, 성역할 고정관념서 탈피해 양성평등 이뤄야
성평등 강사, 다양한 사례로 농촌주민 성인지 감성 높여

“농촌은 역동적인 사회입니다. 농촌도 충분히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어요. 도시보다도 정보 전파력이 더 높습니다. 농촌형 성평등은 농촌여성의 경험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농촌사회 성평등 의식 개선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양성평등진흥원과 손잡고 여성으로 구성된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이하 성평등 강사)를 지난해부터 양성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40명의 교육생을 선발하고 80시간의 교육을 통해 최종 21명의 전문강사를 선발했다. 선발된 강사들은 심화교육과정에서 강의력 향상을 위한 실습시간을 가지며 역량을 키웠다. 현재는 농촌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성불평등 사례를 전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고 있다.

여성농업인은 농사일의 50% 이상 담당하는 52.5%의 농업 비중을 보이는 것으로 농식품부의 2018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보고서에서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여성농업인은 농사일의 75%를 담당한다고 응답한 비중이 47.2%로 나타나 농촌에서 여성의 삶은 70대 이상이 돼서도 과중한 농업노동에 노출돼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여성농업인이 경영주라는 응답자는 16%며, 공동경영주로 등록된 응답자는 전체의 14.1%에 불과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성농업인이 직업인으로서의 지위는 낮을 수밖에 없으며, 무급을 받고 일하는 가족종사자로 치부돼 농촌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불평등한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농촌문화를 연구하고, 문제점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자 성평등 전문강사들이 농촌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성평등 강사들은 이제는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농촌도 자유로워질 때라고 현장에서 강조한다. 사소하게는 마을잔치에서 잔치가 끝난 뒤 설거지만이라도 여성과 남성이 함께 하는 모습을 제안한다.
성평등 강의를 통해 농촌여성들이 농촌에 살면서 성불평등한 경험을 상기시키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들은 주민과 마을이 소통하는 농촌의 변화를 현실화하기 위해 농촌 현장에서 뛰고 있다.

 

▲ 지난해 오프라인으로 진행된 워크숍에서 교육생들이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육성과정은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돼왔으며, 올해는 오는 10월까지 전면 비대면으로 교육하고 있다.

농촌여성의 삶 바꾸는 성평등 교육

교육기관 모니터링 통해 성불평등 문제의식 도출
성평등한 삶 만들려면 고령여성부터 인식 변해야

▲ 오미란 팀장

21명 강사 대다수는 지역에서 성평등 강의를 지속하기 위해 지역민으로 구성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오미란 여성정책팀장은 “지난해 선발된 성평등 강사 21명은 70% 이상이 여성농업인”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135개 농촌 자치구마다 성평등 강사가 2~3명은 고정적으로 있어야 강의가 더 체계화될 겁니다. 앞으로 강사 인력이 체계화되기 위해 최소 5년간 지속적으로 육성해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강사 모집과 강의교재 개발에 역점했다. 올해는 지난 5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신규 전문강사 41명을 양성하고, 지난해 선발된 강사를 대상으로 보수과정을 운영한다. 성평등 강사로 선발되면 우선 2022년 1월부터 1년 간 강의활동이 가능하다. 강사 육성 과정에서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교육생들이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일반교육과정 모니터링을 통해 농업·농촌 성평등 사례를 분석하고 성평등 정책과 성인지 관점을 훈련한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실시되는 농업·농촌 교육을 모니터링 하면서 교육에 사용된 교재를 살펴보고 성불평등한 모습 등 사례를 수집해 농촌형 강의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충남 금산에서 성평등 강의를 진행하는 이경은씨. 올해는 지난해 선발된 성평등 강사가 강의 활동을 하는 첫 해로 농촌의 교육성과를 높이고 있다.

유입된 세대가 농촌 성평등 선도
지난해 성평등 강사로 육성된 충남 금산 이경은 강사는 설렘과 기대를 안고 농촌사회에 맞춘 강의계획안을 준비한다고 전했다.
“양성평등은 농촌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언급하고 있어요. 강의를 통해 농촌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도 있어요.”

이경은 강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귀농·귀촌하면서 농촌이 역동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촌으로 시집오는 여성, 도시에서 귀농하는 청년여성, 다문화 여성 등 세대가 젊어지면서 다양성이 생기고 있어요. 다양한 계층의 농촌 유입으로 앞으로 성평등 인식이 확산되면 농촌여성들을 중심으로 성평등 확산 역할을 해나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은 강사는 성평등 강의가 기존의 농촌문화를 휘젓는 신선한 바람이 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농촌여성들이 먼저 마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느끼면 농촌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도록 농촌문화를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성평등 교육, 여성 삶의 문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성폭력예방 강의를 하던 이유진 강사는 농촌에서 강의 기회가 많아졌다고 한다.
“고령여성이 많은 자활지원센터에서 성평등 강의를 했는데, 본인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고령자들이 집중해서 공감하고 호응해줬어요.”
그녀는 성평등 교육이 농촌에 낯설 거라고 단언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농촌은 커뮤니티가 도시보다 끈끈하지만, 여성모임이라 해서 성평등 의식이 뛰어나지는 않았어요. 여성들이 비슷한 성불평등한 경험을 겪는 공감대는 있어도 문제의식은 없죠.”
그녀는 오히려 마을회관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고령여성의 가사 부담을 조금이라도 젊은(?) 여성이 덜어주려고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일상을 바꾸는 게 중요한데 남성들만 변해서 될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다음 세대 농촌여성들이 더 나은 성평등한 삶을 살려면 기존 여성들의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합니다.”
또한 강의를 통해 농촌여성들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농촌사회는 오랫동안 여성들의 노동을 착취하고 있어요. 마을의 살림이나 경조사에 별 생각없이 여성이 투입됐죠. 여성이 해온 일들을 여성들이 연대해 함께 인정해주고 권리를 찾길 바라요.”

농식품부 오미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성평등 교육을 농촌 의무교육으로 확대하고자 농업 관련 기관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성평등 강의가 농촌 전 영역으로 확대되려면 농촌사회 내부로 접근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성평등 교육은 특히 실질적 농업인들로 구성된 농협의 조합장과 조합원들이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행정안전부를 통해 마을 이장들에 대한 성평등 교육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 팀장은 “올해 농촌 성평등 강사 육성과정에 지원한 교육생들은 여성농업인센터와 농협 교육모임 등 농업기관에서 활동하는 여성이 보였다”며 “성별 격차가 발생하는 지점을 포착하고 정책을 제안해가는 과정이 중요한데, 이 같은 관점을 가진 이들이 성평등 강사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은 희망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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