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제주보타리농업학교 김형신 대표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웰빙 라이프를 추구하는 경향이 점점 확산되면서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와 시대적 사명에 부응해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제주보타리농업학교의 김형신 대표는 유기농 인증 농산물 생산․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유기농업 전업농 육성과 유기농업 단기실습 체험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김 대표를 만나 친환경농업에 대한 얘기와 농업인과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제주보타리농업학교의 유기농업 교육에 대해 알아봤다.

 

채소·과수·동물·전통식품체험장서
초·중·고급, 작물별 체험교육 운영...
연간 3천명이 실습 위주 교육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유기농업 사관학교’

농약 때문에 병원치료 받는
어머니 보고 친환경농업에 투신

“저는 제주시 한림읍에서 33만㎡(10만 평) 대농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2남3녀 중 맏아들이었기에 아버지는 저에게 농사를 맡기고 싶으셨죠. 그런데 키 165㎝, 체중 50㎏의 왜소한 체구였기에 아버지는 먼저 농기계 공부를 하라고 하셨고, 그래서 한림공고와 조선대학에서 농기계를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 지시에 따라 주말마다 농사를 도왔습니다. 당시 학교 친구들을 모아 체험실습과 이론을 가르치는 보타리농업연구회를 결성했는데, 이게 지금의 보타리농업학교로 발전한 겁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업고등학교에서 거의 19년 동안 농기계 교사생활을 했습니다. 1993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형제들은 서울로 간 터라 제가 어머니를 도와 농사일을 맡아야만 했습니다. 당시 농약을 치던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빈번했어요. 그래서 농업관련 기관과 대학교수 등을 찾아가 친환경농업에 대한 기술을 찾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때는 관련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던 시절이었기에 친환경농업 기술을 습득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유기농자재 사용해야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김형신 대표는 몸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농사를 지어야 하는 관행농업에 대한 고민이 컸다. 그 문제 해결을 위해 그는 제주대 원예학과에서 석사과정으로 친환경농업에 관한 공부를 했다.
“석사논문으로 ‘친환경감귤농원 더뎅이병 방제법’ 주제의 논문을 썼고, 박사학위 논문으로는 ‘보타리생태농법을 활용한 제주형 친환경유기농업제제 활용과 이해’란 논문을 썼습니다. 그런데, 교수님들이 논문 내용이 너무 지역에 한정돼 있다며 통과를 안 해주는 거예요. 당시 유기농업에 대한 이해와 불신이 많았던 거죠. 이러한 불신은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미국, 일본도 마찬가집니다. 반면, 독일은 유기농업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큽니다.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대신에 유기농자재를 쓰게 되면 이게 썩어서 다시 리사이클링이 되는 지속가능한 농업이 자연 훼손 없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친환경생태농업의 본질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학계에선 부분적으로 유기농자재만을 쓰는 것을 유기농업 또는 자연농업이라고 지칭하고 있는데, 이건 농자재가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 거라 진정한 청정유기농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연과 인간이 건강해지는 지속가능한 유기농업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전업 유기농업인 양성에 주력
보타리농장의 규모는 3만2670㎡(9900평)다. 이곳에는 채소체험장, 과수체험장, 동물체험장, 전통식품체험장 등 7개의 체험장이 있다. 동물체험장은 과수원에 거위, 오리, 칠면조, 닭 등을 풀어놓고 키우는 데, 이 동물들은 과수에 피해를 주는 해충과 풀을 먹어 없앤다. 전통식품체험장에선 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겉절이, 장아찌, 된장, 피클, 샐러드, 보리차, 미숫가루 등 조리실습교육과 시음·시식 등을 진행한다.

보타리농업학교는 초급·중급·고급과정을 개설하고 작목별로 교육생 수준에 맞는 맞춤교육을 하고 있는데, 특히 40대 미만 10명을 1년간 교육시켜 전업유기농업인으로 키워내고 있다. 보타리농업학교는 개교 이후 지금까지 160명의 전업유기농업인을 배출했다고 한다.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김 대표의 추천으로 현대백화점과 롯데마트에 일반 농산물보다 20% 정도 비싼 가격으로 납품되고 있다.

“체험과 견학을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이 연간 3천여 명에 이릅니다. 이들의 약 70%가 육지 사람들이죠. 경북농업마이스터대학을 비롯해 한국농수산대학, 전국 각지의 농업인 등이 저희 학교를 방문해 4~8시간의 교육을 받습니다. 이론이 아닌 직접 육묘를 해보고 유기퇴비와 친환경제제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친환경유기농업의 산교육장입니다. 실습은 맞춤형 친환경자재 활용기술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미생물제제 만들기, 적정 양분 비교하기와 토착미생물 제조, 병해충 관리, 보타리농법, 미생물 액비 만들기, 발효퇴비 만들기 등이 주된 내용입니다. 난황유와 살충액비 등 병해충 방제용 제제 만들기와 인산칼슘, 아미노산 만들기, 목초액 활용법 등 천연영양제 제조 실습도 진행됩니다.”
화학비료를 대신하는 유기퇴비는 기본적으로 쌀겨, 유박, 골분, 어분, 게 껍질 등을 토양성분에 맞춰 발효시켜 분말 또는 액체로 만든다.

해충 방제용 유기제제로는 고삼, 떼죽나무, 협죽도, 담배 등을 현미식초나 발효주정을 섞어 조제한다. 병해 퇴치용 유기농자재는 토착미생물과 유용미생물(EM)을 사용해야 한다고 김 대표는 설명한다. 제초방법으론 토치를 이용한 화염 제초, 멀칭비닐 피복, 동물에 의한 제초나 기계경운 등을 이용한다.
보타리농업학교에서는 이 모든 교육과정에 10여 명의 전문강사를 배치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한·미·일 정부로부터 유기농산물 인증
한편, 보타리농장에서 생산한 자몽, 레몬, 감귤, 양배추, 브로콜리, 호박, 무, 콩, 참깨, 보리, 기장, 붉은 양배추, 당근, 고추 등은 유기농산물로 인증 받아 롯데마트와 현대백화점에 납품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일본과 미국의 유기농산물 인증도 받았는데, 양배추와 브로콜리 64톤을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공로로 2016년 은탑산업훈장, 2019년에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 2020년 대산농촌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GDP가 점차 올라가면 소비자은 인증 받은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찾게 될 겁니다. 농업인들은 친환경생태농업에 관심을 두고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