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장영호 연구개발국장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에서도 지난해 농촌진흥사업 우수기관 3연패에 성공했다. 원예작물 신품종 육성과 재배기술 개발을 주도해온 연구개발국은 품종개발에 성공한 딸기 금실이 미국에 종묘 수출계약을 체결했고, 장미와 국화 등 화훼농가 소득 증대에도 성과를 냈다. 또한 주곡작물의 안정생산과 생력화기술 개발로 경영비 절감을 이뤄냈고, 올해 신설된 유용곤충연구소를 포함한 6개의 지역특화연구소 주도로 지역특화작목 육성과 포스트 골든시드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 장영호 연구개발국장은 기후변화와 디지털농업 전환에 발맞춰 연구개발도 변화하겠다며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확립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품종국산화 역사에 한 획 그으며 로열티 받는 나라로 우뚝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조례 이후 선택과 집중 나서

-원예 신품종 개발은 경남농업기술원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시실원예 면적이 넓은 경남은 23년 연속 신선농산물 수출 1위 도(道)로 농산물 수출의 중심이다. 그동안 개발한 340여개의 품종과 재배기술의 개발‧보급이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성공적으로 개발한 원예품종은 대표적으로 파프리카와 딸기, 토마토다.

네덜란드 종자를 주로 들여와 생산해 온 파프리카는 종자값이 금보다 비싸 농가에겐 큰 부담이었다. 미니파프리카 위주로 연구에 착수해 2016년 골든시드프로젝트로 ‘라온’ 개발에 성공했다. 무게가 50g 정도인 라온은 수입 미니파프리카에 비해 재배가 쉽고 당도가 10브릭스로 높아 농가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으며, 이외에도 ‘피노키오’ 등 20여 품종을 개발해 기존 수입량의 50%를 대체하고 있다. 최근엔 라온의 캡산틴 성분이 비알콜성 지방간 억제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앞으로 지방간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식품개발에 활용된다면 관련산업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산이 점령했던 딸기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현재 재배되는 품종의 95%가 국산이며, ‘금실’은 프리미엄급 딸기로 굳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금실 배양묘 10주를 미국에 1억 원 로열티를 받고 수출한 사례는 국산품종 개발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일이었다. 경도가 높은 금실은 묘종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급상승 중이며, 수출용으로 후속 품종을 개발 중이다.

토마토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많은 자색토마토, 과즙이 없는 햄버거용 타입, 특정 바이러스에 강한 내병성 품종, 도시원예용 유한신장형 등 다양한 용도 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열대 작목도 블루오션으로 점차 각광받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지역이 경남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애플망고, 패션프루트, 올리브 등 아열대 과수의 재배기술을 정립하고, 병해충 기술 개발은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백향과로도 불리는 패션프루트는 아열대 과수 중 겨울 추위에 강한 편이라 서리만 안 맞으면 저온에서도 견딜 수 있어 재배가 비교적 쉬운 작물로 전정방법을 개선해 수량을 1.6배 증가시키는 연구에 성공했다. 애플망고는 수입산보다 품질이 훨씬 좋아 착과량 조절을 통한 해거리 방지와 양액재배기술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온난하고 강수량이 적은 지중해 연안 기후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는 경남 해안지역에서 노지재배로 도입해 적합한 품종을 평가하고 있다.

▲ 경상남도농업기술원은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가장 문제되는 게 병해충 발생이 늘어나는 것이다.
농업기술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병해충 예찰방제단이 병해충 수시 예찰과 확산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경로로 외래 동식물이 유입되면서 병해충 발생을 야기하고 있는 문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크다. 그래서 면밀한 발생 현황 파악과 세심한 관리가 핵심이다.

농촌진흥청과 생태계에 대한 기상재해 요소별 취약성 조사와 발생 모니터링을 통한 매뉴얼을 개발해 외래병해충과 국가관리 바이러스에 대한 실태연구를 해오고 있다. 해마다 발생면적이 늘고 있는 미국선녀별레, 갈색날개매미충 등 돌발해충과 남방계 해충 5종과 경남지역 발생변동 분석을 위한 세균벼알마름병 등 2병해 조사와 주요 식물바이러스인 TSWV 등 12종의 분포조사와 관리법 개발이 그래서 중요하다.

-과수화상병 방지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접한 경북 안동과 영주에서 발병이 확인됨에 따라 경남지역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신속한 매물과 방제처리를 위해 행정절차 수립의 표준행동절차를 선제적으로 수립했다, 과수화상병 차단을 위해 예방수칙 준수와 예찰·방제체계 확립을 위한 행정명령 시행을 전 시군 대상으로 전달했다.

농업기술원이 전달한 행정명령 시행 권고안은 과수농가 교육 이수 의무화, 농작업자 이동·작업 이력제 운영, 농작업 인력·장비·도구 등 소독 의무화, 발생지역 잔재물 이동 금지와 폐기, 농가 신고제 운영 의무화, 과수 묘목 생산 및 유통·의심주 관리, 월동처 관리와 과수화상병 예방·예찰 강화 실시 등 7개 항목이다. 사전차단도 중요하지만 혹여라도 발병한다면 농업인 스스로 즉각적으로 신고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개소한 유용곤충연구소를 포함해 6개 지역특화연구소의 연구방향도 궁금하다.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진 후, ‘경상남도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조례’가 제정됐다.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된 만큼 블루오션 산업인 곤충을 경남의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기 위해 올해 1월 유용곤충연구소를 신설해 곤충사육 기술개발과 곤충을 이용한 사료, 기능성 화장품 개발 등에 나서고 있다. 포스트 골든시드프로젝트로 유용곤충연구소와 양파연구소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각각 1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리고 재배기술 개발만으론 효과가 한정적이라 농산가공 파트와 협업하도록 했다.

앞으로 기후변화와 디지털농업 전환 등 급변하는 농업환경 변화에 맞춰 연구개발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경남농업기술원은 전국 최초로 구축한 전자연구노트 시스템을 활용해 연구데이터를 전산화하고, 구축된 빅데이터로 농작업의 자동화를 위한 농업 후방 지원을 통해 산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사료용 곡물을 포함해 식량의 75%를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식량주권이 튼튼한 나라가 아닌데 도민의 먹거리 기본권 확보를 위해 밀, 콩 등 밭작물에 대한 품질 개선 연구와 자동화 연구를 통해 자급률을 향상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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