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기자의 ‘세상만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세계적인 패션잡지 <보그(Vogue)>미국판 3월호 표지모델로 나왔다. 세계의 A급 패션모델이나 헐리우드 톱스타들의 독무대이다시피 한 이 패션지의 표지에 건강한 구리빛 피부를 드러낸 자줏빛 민소매 원피스 차림의 현직 대통령 부인이 다분히 육감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다.
10여년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보그>지 1998년 12월호에 당시의 백악관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 클린턴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었다.
미국에서만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니다. 갖은 루머가 끊일 날 없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톱모델 출신 부인인 칼라 브루니도 <배니티 페어>라는 잡지의 표지에 나온 적이 있다. 이런 일은 그녀가 샹송을 부르고 음반을 내는 일 만큼이나 자주 하는 일의 하나다.
요르단의 라니아 왕비, 이미 고인이 된 다이애나 영국 황태자비, 에바 페론, 재클린 케네디, 모나코왕국의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도 패션을 선도하며 각종 매체를 장식했던 인물들이다. 말하자면 ‘파워패션’의 선봉에서 남편 버금가는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주면서도 소위 ‘내조 잘하고 옷도 잘 입는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를 한층 고양시키면서 뭇여성들의 아낌없는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러한 일들이 불가능한 것일까. 혹자는 그 천박스러움에 혀를 찰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아마도 옛적 우리의 전통사회에서부터 뿌리내려 온 현모양처로서의 부덕(婦德)과 그에서 비롯된 체면치레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일반 아녀자도 아닌 지고지순한 만백성의 국모(國母)임에랴.
지난 대선 때, 카메라에 비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손목시계가 수천만원짜리 외제 고급시계네, 아니네 하며 정치꾼들의 입도마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결국은 외제가 아니라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기업 로만손이 만든 통일시계라는 것이 밝혀져 비방전이 일단락 됐지만, 그때 김윤옥 여사가 담담하게 드러내 보이면서, “아, 이 시계요? 우리 국산 로만손시계요.”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또 그랬다간’특정업체 홍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웠을 테지만.
새로 발행되는 5만원권 지폐인물도 현모양처의 전형인 역사인물 신사임당이다.
이렇듯 유리상자 안에 박제된 인형의 모습으로 우리의 체면치레 문화가 저 미셸 오바마의 행태를 천박함으로 일소에 붙이는 한 우리가 입버릇처럼 쏟아내는 글로벌화니 세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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