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송용섭 전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

지난 6월30일, 충북도농업기술원장을 끝으로 33년의 농촌진흥공무원 생활을 마감한 송용섭 박사는 퇴직에 즈음해 ‘농담미담(農談未談)’이란 책을 펴냈다.
이 책 내용은 그가 3년간 농업기술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 일간지에 기고한 칼럼들이다. 농촌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의 위기에 대응해 현재 우리농업의 나아갈 길과 함께 미래농업의 나침반을 제시한 책이다. 33년간 농촌현장에서 만났던 농업인,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소통, 그리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책을 펴냈다고 송 박사는 말한다. 송 박사로부터 미래농업 대응 해법과 함께 33년 농촌지도 활동사례를 들어봤다.

 

소멸위기 농촌 회생의 핵심은 ‘사람’
농고·농대 활성화해 청년농으로 키워야
청년은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농업 주역

농촌 살리려면 청년 유입에 힘써야
먼저 송용섭 박사로부터 농촌소멸 위기를 벗어날 해법에 대해 물어봤다.
“소멸위기의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청년의 농촌 유인에 힘써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농업계 고등학교와 농대를 살려야 합니다. 전국에는 67개의 농고가 있습니다. 그중 농과계 학과를 편성한 순수 농고는 30여 개입니다. 각 도에 농대도 있습니다. 이들 학생을 우선적으로 훌륭한 청년농업인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농고·농대 졸업생들의 농촌 정착은 1%에 불과합니다. 정부는 농고와 농대의 존재 명분을 살리는 철저하고 과감한 교육혁신으로 그들의 농촌정착을 유도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농업에도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된 농업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디지털농업 발전에 따른 새로운 첨단농법은 고령농업인보다 청년농업인이 맡아야 합니다. 20~30대 MZ세대가 전 인구의 32%인 점을 감안해 이들이 귀농할 수 있도록 디지털농업기술을 중점적으로 교육해 그들을 미래농업 역군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인력 육성에 매력 느껴 농업교육학 전공
송 박사의 학창시절과 농촌진흥청 근무 당시 중점 추진한 사업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청주농고 3학년 때, 기초이론공부도 했지만 답작포장 관리 연구생으로서 벼농사 기술을 터득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 농대에 진학해서는 농업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농촌·농업의 혁신을 이뤄낼 역군을 길러내는 방법을 학술적으로 접근한 것이 바로 농촌지도론입니다. 매력적인 학문이라 생각했고, 열심히 공부해 농촌지도사로 공직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농촌현장 혁신의 주체는 바로 사람이기에 인적자원 개발을 주제로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고, 1992년 농촌진흥청으로 자리를 옮겨 기술연수과장, 지도개발과장 등을 지냈습니다. 제 제안으로 역량개발과가 ‘농촌인력자원개발센터’로 바뀌었고, 지금은 3급 상당의 기관으로 승격됐습니다.”

송 박사는 2010년 10월에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부임했다.
“김포에 가보니 도시화와 산업화로 농촌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농촌 같은 도시, 도시 같은 농촌, 김포’라는 비전을 내걸고 도시민을 대상으로 한 ‘도시농부학교’를 개설했습니다. 부지와 장비를 마련하고, 1년에 두 차례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해 그들이 농업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습니다.
김포중학교, 김포여중과 업무협약을 맺어 학생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농업동아리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소장 시절, 농업인이 제안하는 일은 가능한 한 수용해 문제를 해결해주고 사업화하는데 힘썼기에 농업인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농업혁신의 중심을 위해...
송용섭 박사는 2018년 10월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으로 발령받았다. 고향이 충북이고 중원군농촌지도소와 농업기술원의 전신인 충북농촌진흥원에서 2년간 근무한 전력이 있었기에 충북도농업기술원장직을 큰 어려움 없이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충북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직원과 도민 모두가 다 함께 지향할 ‘대한민국 농업혁신의 중심, 충북’이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세계농업을 제패하는 네덜란드의 가구 수가 7만입니다. 충북의 가구 수도 7만이란 점을 내세워 세계 농업제패는 못할지언정 대한민국의 농업혁신은 충북이 해야 한다는 비전으로 직원과 도민들에게 이점을 강조하고 분발을 독려했습니다. ‘농촌에 희망을, 도시에 건강을’이란 캐치프레이즈도 내걸었습니다.
또한, 청정한 농촌이 도시민의 건강을 돌보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로 농업인들에게 치유농업 개발에 주력할 것을 독려하는 등 도시민에게 건강을 서비스하는 농업·농촌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농업기술원장 재직 시 미래농업 중시
2019년에는 농업기술원 내에 훌륭한 교육시설과 장비를 갖춘 미래농업교육센터를 준공함으로써 농업인과 도시민을 대상으로 일반작물을 비롯해 농기계교육 등을 체계적으로 수행할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10억 원을 들여 아열대작물 연구용 스마트온실을 신축해 농업인들의 현장견학과 교육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열대작물인 카사바의 노지재배 연구에 성공하고, 농가 보급단계에 있습니다.”

특히, 송 박사는 농업기술원장 재직 시, 곤충을 미래 먹거리로 활용하기 위해 50억 원을 투입, 곤충종자보급센터(곤충종자산업연구소로 개칭)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이 제120회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는 날까지는 식량이 혼돈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백신’이라며 노벨평화상 선정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따라서 농업인들은 이러한 중요한 식량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한국농업을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