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사진작가 박태호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카메라 기능이 강화된 스마트폰이 디지털카메라와 기계식 카메라를 밀어내버렸다.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고, 누구든 사진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지난 38년간 사진작가로 활동해오고 있는 박태호 작가에게서 사진과 관련된 여러 얘기와 함께 그의 사진 인생역정을 들어봤다.

 

디지털 사진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사진촬영 가능...
농촌의 사계와 농작물, 가축 등
풍습과 옛농기구 등 찍어놓으면
쏠쏠한 돈벌이가 될 수도 있어

사진기 발명과 예술화시킨 다게르
박 작가는 먼저 사진기의 등장과 사진이 예술로 인정받게 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진기는 1837년 프랑스의 루이 다게르라는 사람이 발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발명한 사진기의 발명특허권을 연금을 받는 조건으로 정부에 양도해 프랑스 전 국민이 사진기를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줬습니다. 

다게르는 원래 화가였기에 사진기의 발명에 이어 사진의 예술분야 진입을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사진은 기계적인 그림이라 예술이 될 수 없다’는 화가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판(1심과 2심에선 패소했으나 대법원에서 승소)을 통해 1857년 사진의 예술분야 진입을 이뤄냈죠. 그림은 종이나 캔버스 등에 여러 주제를 채워 넣는 작업이지만, 사진은 예술적인 시각으로 피사체의 특정한 장면만을 빼내는 미적 창작작업이란 논리로 사진이 예술임을 인정받은 것이죠.”

어려서부터 사진 취미에 쏘옥~
이어 박태호 작가의 사진 입문 동기를 들어봤다.
“저는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삼촌이 건축 관련 사진 촬영과 인화 등 사진작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습니다. 삼촌이 사진을 찍어보라며 중학교 1학년 때 카메라를 사주셨어요. 그때부터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해 삼촌에게 보여줬고, 삼촌은 사진을 보며 잘된 점과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셨어요. 14살 때까지 열심히 사진을 찍었었는데, 친구와 어울려 노느라 카메라를 손에서 놓았죠.”(웃음) 

그는 사업을 하다가 33세 때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불현듯 어린 시절 사진을 열심히 찍었던 생각에 사진공부를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여의도에 있는 사진학원에 등록해 기초부터 최고과정까지 1년간 사진기술을 배웠다. 이 학원 수료생들이 동아리를 만들어 2년마다 정기적으로 작품전을 가졌죠. 동아리 멤버들은 실력이 막강했는데, 후배들이 이 동아리에 들어오고 싶어 할 정도였어요.”

전업 사진작가로 등단해 활동하려면 한국사진작가협회가 발급하는 회원증을 받아야 하는데, 박태호 작가는 그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이 되려면 각 지방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 입상해 일정 점수를 획득해야 합니다. 입선하면 1점, 대상이면 3점을 주는데, 총 30점을 따야 회원증이 주어집니다. 저는 남보다 빠르게 2년 만에 30점을 땄는데도 불구하고 회원증을 바로 받지 못했어요. 회원증은 5년이 돼야만 내주거든요. 일찍 점수를 따도 남은 기간에 사진기술을 더 배우라는 협회의 방침이죠. 저는 38세에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증을 받고 비로소 전업작가의 길을 밟게 됐습니다. 현재 협회 회원은 전국적으로 1만2000여 명에 이릅니다.”

후진 양성과 무료촬영 봉사에 주력
이어 박태호 작가는 자신의 사진 인생역정을 들려줬다.
그는 전업작가가 되면서 오직 사진과 관련된 일에만 미쳐 살았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사진작가협회 과천지부 창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과천지부 창립 전에 간암이 발생해 초대회장에 앉지는 못했으나 지금도 후배 양성에는 손을 놓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한, 주위 인사들의 도움으로 간이식을 해 새생명을 얻은 보답으로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산하의 미술, 연극, 문인단체 행사에 무료로 촬영 봉사를 하고 있다고.

그는 예술인의 활동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역사기록물로 차곡차곡 모으고 있는데, 50여 사회단체의 봉사활동을 촬영해 이들의 업적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박 작가는 50여 나라를 방문해 그곳의 풍경과 사람을 앵글에 담아내기도 했다. 승려의 기도 모습, 몽골 대초원에서 양과 말 등 가축과 함께 사는 유목민의 모습 등도 촬영했다. 그는 방문했던 지구촌 50개국의 이모저모를 카메라에 담아 지난해 개인전을 가졌고 사진집도 펴냈다.

훗날 역사적 가치 있는 사진촬영 힘써야
박 작가에게 사진을 잘 찍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인물사진을 찍을 때는 인물을 가급적 크게 잡는 게 좋습니다. 인물 조그맣게 배치하고 배경을 더 크게 해서 찍으면 인물사진으로서의 가치와 의미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진을 잘 찍으려면 피사체에 더 가까이 다가가서 찍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진은 그림에서 왔기 때문에 황금분할 구도로 찍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화면을 가로, 세로 각각 3등분을 하고, 총 9개의 공간 중 균형감과 안정감이 있는 곳에 피사체를 배치해 촬영하면 무난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한다면 ‘사진이 안정감 있고 좋다’는 얘기를 듣게 될 겁니다.”

사진을 찍을 땐, 먼 훗날 그 사진을 통해 옛것을 유추하고 생각해낼 수 있도록 역사적 가치가 담긴 장면을 찍겠다는 마음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요즘 카메라에는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기능이 탑재돼 있어 사진촬영 장소와 날짜가 기록되고, 외부저장장치에 사진파일을 저장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기술이 발전하고, 누구나 쉽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진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회사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팔기도 합니다. 따라서 농촌주민들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농촌의 사계절 풍경과 농작물, 가축의 생태변화, 특히 사라져가는 농촌전통문화와 옛 농기구 등의 사용 모습 등을 촬영한다면 부업꺼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저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손해배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인물사진의 경우는 손해배상이 더 크니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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