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와 장마가 시작되는 7월이다. 붉은색 넝쿨장미가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주황색 능소화가 시골 담장이나 공원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능소화는 중국이 원산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식물이다. 옛날에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고 해서 ‘양반꽃’이라고 불렀다. 가지에 흡착근(吸着根)이 있어 벽이나 나무를 타고 올라간다. 꽃은 6월에서 8월까지 줄기차게 피고 진다.

능소화에는 슬픈 전설이 깃들어 있다. 옛날 중국의 어느 궁궐에 예쁜 소화(少花)라는 궁녀가 있었다. 왕의 눈에 들어 곧바로 후궁으로 들어가는 성은을 입었다. 그러나 소화가 너무 아름다워 다른 여인들의 질투로 왕이 두 번 다시 소화를 찾지 못했다. 임금에 대한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친 소화는 마침내 상사병이 들어 죽고 말았다. 소화는 죽기 전에 유언으로 궁궐 담장 밑에 묻어달라고 했다. 이듬해 여름날 소화가 묻힌 담장 주변에 이름 모를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소화를 능가하는 꽃’이라 해 능소화로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능소화의 꽃말은 명예, 여성, 기쁨, 그리움, 기다림 등이 있다. 비바람에 강해도 사람 손을 타면 꽃은 동백꽃처럼 시들기도 전에 송이째 떨어져 버린다. 차라리 죽음보다 인간의 존엄성을 더 소중히 여긴 여성으로 해석돼 일명 ‘처녀꽃’이라 부른다. 

최근 군부대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군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찮은 식물에도 감성이 있거늘 하물며 인간의 인격과 존엄성을 송두리째 앗아간 여군 성폭력은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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