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109)

"폐섬유의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문제가
아닐 수 없다..."

헌옷으로 만든 집이 등장했다. 동화 같으면서도 환경오염까지 막을 수 있어 보여 참으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1만2000벌의 헌옷과 폐현수막 등 폐섬유로 건물 외장재는 물론 인테리어 제품까지 만든 에코하우스다. 

바야흐로 패션산업이 전 세계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10%를 차지하고 있고, 직물 생산 과정에서만도 매년 12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년 직물 9200만 톤을 폐기물로 쏟아내는 상황이어서 ‘독성 패션’(Toxic fashion)이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지구에서 한 해 만들어지는 옷이 1000억 벌에 이르고 그 중 약 33%인 330억 벌이 같은 해에 버려진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지난 2019년 발생한 폐섬유는 약 914톤이고 이중 재활용되는 것은 불과 70.2톤(약 7.6%)에 불과한데다 대부분은 소각(640.9톤/약 70.1%)되거나 매립(202.3톤/약 22.1%)되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태우면 이산화탄소, 다이옥신 등을 비롯한 대기 오염물질이 발생해 기온을 높이고 환경을 훼손한다. 

섬유제품이 분해되는 데는 면양말 1주~5개월, 비스코스티셔츠 4~6주, 실크 스카프 1~3년, 양모 스웨터 1~5년, 나일론 스타킹 30~40년, 가죽 재킷 50년, 청바지 10~12개월, 폴리에스터 드레스 20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처럼 땅에 묻어도 썩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합성섬유는 2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그 과정에 미세플라스틱이 돼 지구상 생명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소가 되니 폐섬유의 ‘재활용’은 선택이 아닌 생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적기업 세진플러스가 지난달 10일 충북 진천에서 옷으로 만든 집 ‘스마트 에코아우스’를 선보였다. ‘옷으로 만든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상당히 견고한 형태로, 수평보다 수직으로 곧게 서 있고, 각진 모서리에 검정 색상이 더해져 세련미까지 갖춰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거기에 본래 섬유는 질기고 흡습성이 좋은 데다 목재보다 물에 강해 내구성도 좋고 충격, 수분, 온도 등 외부 환경변화에 매우 우수하다. 때문에 헌옷으로 만들어진 이 에코하우스도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이곳에서 힐링의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아늑함까지 준다했다. 6평 규모의 1인 하우스지만 여기에 태양광 자가발전 시스템까지 갖춰 하루 2㎾를 저장한다니 그야말로 ‘친환경’이다. 

폐섬유는 그 절실함에 반해 재활용이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업사이클링(upcycling), 리사이클링(recycling), 리유즈(reuse) 등의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은 폐품을 기존의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더 높은 창작품을 만드는 과정으로, 생산이나 수요에 한계가 있다. 

현재로서 리사이클링은 폐섬유의 재활용이 아니고 페트병의 재활용에 머물러있으며, 리유즈도 빈티지숍이나 어려운 나라로 나가 거기서 입고 버리는 수준임을 고려 할 때 헌옷의 에코하우스는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시도 자체만으로도 획기적인 사건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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