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야당 정치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주장이 여야는 물론 젠더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여가부 역할이 유명무실하며, 국민의 지지도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에 반대하는 측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정부부처를 무턱대고 폐지하는 것은 ‘극우 포퓰리즘’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인력과 예산의 한계가 있는 초미니 부처인 여가부가 그간 제대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분명하고, 권력의 눈치를 보며 성평등 정책 주무부처로서의 임무를 방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제대로 쥐어주지도 않고 ‘하는 일이 뭐냐’고 채찍질하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한 성별임금격차, 아동·청소년 성착취 문제 등을 겪고 있고, 저출산, 경력단절 등 양성평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정영애 여가부장관은 여가부가 나아갈 방향성이 양성평등이란 점을 강조했다. 남녀 모두 평등한 정책사업을 펼치기 위해 성평등부나 양성평등부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책 효과가 떨어진다고 여가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은 날로 심화되는 젠더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국가예산의 0.2%에 부과한 여가부에게 폭증하는 성차별, 성폭력 해결 등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건 무리다. 권한과 조직체계 정비를 통해 성평등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게 먼저다. 양성평등 문제는 색깔과 지역, 세대의 문제가 아닌 이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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