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촌축제는 음식준비 등에 
마을여성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시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여성도 프로그램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것을 제시했고, 
마을여성들은 믿기지 않는 듯
반가워했다"

▲ 박경철 충남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장

2019~2020년 2년 동안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촌축제사업 자문단에 참여해 마을축제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농촌축제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한 계기가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처음 자문단에 참석하면서 새삼 놀랐다. 한 때 지역축제는 방문객이 얼마나 많이 오고 농산물 등 지역특산물을 얼마나 많이 판매했는지가 평가의 주된 요인이었다. 지역축제가 지역 활성화의 주된 목적이었기에 축제의 경제적 효과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었다. 한데 농식품부에서 지원하는 농촌축제는 정반대였다. 외부 방문객의 참여를 최대한 자제하도록 했다. 특히 지자체 단체장 등 외부인사가 참여할 경우 평가에서 감점을 했다.  

그렇다면 이 농촌축제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농촌마을 주민들끼리 누구의 간섭이나 지원을 받지 않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보통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진행되는 이 축제는 마을사람들이 기획하고 마을사람들이 진행하고 마을사람들이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축제를 준비하다 보면 마을 내에서 다 해결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럴 때에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외부의 지원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을 내에서 모든 자원이 동원되고 주민끼리 만든다.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몇 달 전부터 준비해 주민들끼리 장기자랑을 하거나 전시회를 하도록 했다.  

농촌축제를 컨설팅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축제를 준비하는 마을 여성분들의 반응이었다. 이 농촌축제는 여성들도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니까 축제로 인해 여성의 노동력을 강요하거나 유도하는 것을 경계했다. 다시 말해 축제를 진행하면서 여성들이 음식을 만들거나 청소를 하는 일들에 노동력과 시간을 빼앗기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보통 마을에서 축제를 하면 여성들은 몇날 며칠부터 음식준비에 바쁘다. 그리고 축제를 진행하는 내내 여성은 음식을 만들고 내오고 청소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다 축제가 끝나면 몸살 나기가 일쑤다. 그렇게 되면 과연 축제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되묻게 된다. 비단 축제가 아니더라도 마을에서 진행되는 여러 행사의 대부분이 그렇게 진행돼 왔다. 

농촌축제는 음식준비 등에 마을여성의 노동력을 투입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고 여성도 프로그램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것을 축제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고, 마을여성들은 믿기지 않는 듯 반가워했다. 마을에서 축제 혹은 행사를 하게 되면 여성들은 말로는 표현을 못하지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 부담이 되었는데 축제자문단에서 이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 믿기지 않는 듯했다. “직접 만들지 말고 외부에서 맛있는 음식을 주문해서 드셔도 되고 외부 요리사가 만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드시라”고 하니 마을의 여성분들은 “정말 그렇게 해도 되나요?”하고 되물으며 좋아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지금은 농촌 공동체의 기능이 많이 상실되어 옛날만큼 함께 모이는 일도 적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일도 적다. 그럼에도 마을에서 행사가 있는 경우 여성들은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수고로운 일들을 기꺼이 감수하며 마을공동체를 지키고 있다. 그런 그림자 노동에 대해 이제는 정당하게 평가하고 인정하고 대우를 해야 마땅하다. 설사 그렇게까지는 못하더라도 그러한 마음으로 마을의 일들을, 우리 주변의 일들을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농촌축제는 현재 예산상의 문제도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이 지나면 좀 더 많은 마을에서 다함께 맘 놓고 어울릴 수 있는 ‘변화된’ 축제의 시간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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