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토론 배틀’이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세간에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주제를 놓고 팀 간에 치열한 토론을 통해 승자를 가려내는 일종의 서바이벌 토론으로 젊은 대학생간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최근 30대의 젊은 야당대표가 선출되면서 ‘토론 배틀’ 방식으로 정당의 대변인을 선발하는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계층간 소통 부족 등으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서 치열한 토론방식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고 매스컴을 통해 흥행을 노리자는 취지에 공감을 한다.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을 재사(才士)라 부른다. 또한 입이 너무 가벼우면 반드시 설화(舌禍)를 입는다는 옛말도 있다. 우리 고유문화와 인습으로는 남자는 입이 산처럼 무겁고 말보다 행동을 중요시 여겼다. 정당의 대변인을 선발하는 ‘토론 배틀’ 과정을 지켜보면서 견강부회(牽强附會), 즉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사람이 선발될까 우려도 없지 않다. 진정한 재사(才士)란 말재간보다 공인으로서 철학을 공유하고 정제된 언어로 꼭 필요할 때 논리와 설득력으로 한 방에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그런 인재가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정치판은 코로나19 확산과 경제위기 속에 국민의 삶이 어려운 가운데 치열한 당파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나라가 흉년이 들어 백성이 죽어 가는데 임금이 승하한 뒤 상복을 얼마동안 입어야 하는가를 두고 당파 간 권력다툼을 벌이던 예송(禮訟)논쟁을 연상케 한다. 권력에 눈먼 위정자의 다툼이 심화할수록 국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 진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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