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주민주도에 머무르면서 중앙정부 의존도 심화

▲ 20대 대선공약에 포함될 농정의제를 제안하기 위해 지역재단의 3차 토론회가 지난 2일 열렸다.

지금의 지역균형발전은 여전히 도시 중심 위주로 진행돼 농촌은 나머지 지역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국토의 89%를 차지하는 농촌이지만 하드웨어 중심과 농업정책 일부로만 농촌정책을 다루다보니 공간정비가 더딘데다 주먹구구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열린 농촌재생을 주제로 열린 20대 대선 3차 정책제안토론회에서는 농촌공간을 재생하는 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고, 향후 정책방향을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논의했다.

보조금 지자체 대폭 이양하고 농촌공간재생법도 고려
돈벌이 수단 농업은 미래 없어…공동체 자산 늘려야
국민공감대 없어 일방적 지원으로 비춰져 설득 필요

개별법으로 분산된 농촌재생
지역재단 이창한 기획이사는 농촌은 농업·농촌기본법, 삶의 질 향상법, 농어촌정비법, 농지법 등 개별법으로 분산돼 있어 장기적인 공간계획을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 이사는 “지금의 농촌정책은 보조금을 타내기 위한 지자체 줄세우기, 중앙정주의 일방주도, 기초지자체의 농촌정책 조정기능 미흡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면서 “농촌주민의 실질적 수요를 반영하지 않는 문제, 지역활동가를 키우지 않고 컨설팅 기관에 의존도만 심화돼 형식적인 주민주도와 상향식 계획 수립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해소하기 도시 따라잡기가 아닌 읍면단위로 기초생활서비스를 충실하게 충족할 수 있는 농촌정책으로 전환하자는 게 이 이사의 주장이다. 자치에 기반한 농촌정책 추진을 위해선 보조금을 대폭적으로 지자체에 이양하고, 주민이 보조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 지원도 중요하며, 각종 사업을 주민자치회가 주도하는 방식이 된다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농촌재생특별법을 만들어 농촌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성과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어업회의소·중간지원기관 필요성 커
가톨릭농민회 서봉석 사무총장은 오랫동안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다보니 농민들의 차발적 참여의지가 거의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서 사무총장은 “주민이 계획한 소규모 사업을 진행해 자신감을 얻고 참여도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며, 이어 “지역대표를 선출할 때도 여전히 혈연, 지연, 학연이 작용하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 공천제를 없애는 게 나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리고 지역농민 전체를 대변하는 조직이 될 농어업회의소를 전국에 설립하기 위한 법안 통과도 대선공약에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경제허브센터 박명배 센터장은 국가나 타지에서 온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농촌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센터장은 “농민들이 개인자산을 늘리기보단 사회적 자산을 확충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경제적으로 얻어낼 이익이 훨씬 클 것”이라며 “정부도 예전 계몽운동마냥 농촌의 미래청사진을 먼저 제시하고 주입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래서 경쟁보다 협력이 훨씬 성장동력이란 인식을 전환하려면 사회적 농업을 위한 중간지원기관이 필요하다고 요약했다.

국민설득 과정도 중요
행복중심생산자회 진정규 사무국장은 지금의 농촌정책은 국민공감대가 없어 일방적 시혜로 비춰지고 있고, 사회간접자본에 예산이 집중돼 업자에게 이익이 돌아가 다시 도시로 몰리는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진 사무국장은 “국민에게 농촌에 투여되는 재원이 특혜가 아닌 균형발전을 위한 것임을 인식시켜야 한다”며 “농민기본소득과 교통편의를 위한 공영제, 보건소와 도서관 등을 통합한 커뮤니티형 복합센터, 주거환경 개선, 문화향유를 위한 근접도시권 이동 등을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난개발이 아닌 마을 단위로 친환경 에너지발전소, 경제활동 목적의 이주자에게도 주거 안정화, 비대면 고교학점은행, 대안·특수·해외교육기관 이수 등 열린학력인정 체계, 농업에 본교를 도시에 분교를 두는 시스템 도입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마을연구소 일소공동 구자인 소장은 마을 자치 활동을 촉진하고 기존의 보조금이나 공모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수당’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구 소장은 “농민수당이나 공익형직불제는 개인 대상 지급으로 마을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적지 않는 예산이 필요한데다 사회적 합의를 얻는 것도 쉽지 않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수당은 마을규약을 제정하고 공동 통장을 개설하는 등 기본 요건만 갖추도록 하고, 매년 300만~500만 원 규모로 지원해 마을공동체 활동을 장려하는 다양한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큰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주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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