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92)

# 복(伏)달임은, 한여름 삼복 때의 무더위를 이기기 위해 몸을 보하는 고기붙이로 국 혹은 탕을 끓여 먹는 풍속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 우리 선조들은 소고기는 값이 비싸 감히 사먹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만만하니 집에서 기르던 누렁개(황구)를 때려잡아 단고기 보신탕을 끓여 이웃간에 나눠 먹고, 어린 닭을 잡아 삼계탕을 끓여 먹었다.

올해는 7, 8월에 복날이 들었다. 초복(初伏)이 양력 7월11일(음력 6월2일), 중복(中伏)이 7월21일(음력 6월12일), 말복(末伏)은 8월10일( 음력7월3일)이다.
복날은 하지절기 후 육십갑자로 계산해 세 번째 경일(庚日)을 초복, 네 번째 경일을 중복, 그리고 가을에 들어서는 입추절기 후 첫 번째 경일을 말복으로 정하고, 이를 삼경일(三庚日) 혹은 삼복(三伏) 이라 했다.

# 조선시대에는 설날, 한식, 단오, 추석, 동지의 5대 명절 외에 음력 6월 보름인 유두(流頭)날과 복날을 명절로 쳤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아들인 정학유의 월령체 가사 < 농가월령가> 6월령에 보면, ‘삼복은 속절(俗節)이요, 유두는 가일(佳日)이라./ 원두밭에 참외 따고 밀 갈아 국수하여 /사당에 올린 다음 모두 모여 즐겨보세.’ 했다.

즉, 유두날, 복날에는 일은 잠시 내려놓고 시절 건강음식을 장만해 물가를 찾아 더위를 식히고, 천렵으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끓여 먹으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탁족(濯足)놀이라 해 냇물에 발을 담그며 더위로 한껏 달아오른 몸을 식히기도 했다. 선비님네들은 ‘탁족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한여름철에 산수가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시원한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시를 지으며 음풍농월로 땀을 들이기도 했다.

# 특히, 유월보름 명절로 쳤던 유두날은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이라 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고 목욕을 하면, 부정을 막고 액을 정화시킨다고 믿었다.
이날은 또한 밭작물(잡곡)을 거둬 집안에서 풍년농사를 비는 고사를 지내고, 밭에서 따로 밭제사를 지냈다. 복날에는 논과 밭에서 복제사를 지냈다는 옛 기록도 전해온다.

그만큼 유월 유두절과 복날을 중히 여기고 받들었다. 해서인지 우리 옛조상님네들은 유두날과 복날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젠 무상한 세월따라 세상도 바뀌고,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다. 옛적의 풍속과 풍습은 이젠 멀고 먼 전설같은 옛이야기가 돼버린 지금이다.
개를 키우는 반려견가구 483만 가구에 반려인이 1500만 명인 이 땅에서 언감생심 ‘보신탕 복달임’ 얘기라니~ 아무리 복날이라 해도, 배포도 좋게 “어찌 감히 단고기 시식을 탐하랴” 싶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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