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농촌여성 디지털생활 완전정복 – 찾아가는 디지털교육 '디지털버스'

요즘 어딜 가도 QR코드를 등록해야 돼서 디지털기기 작동이 어려우면 거리에 나앉아야 될 형국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민 누구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디지털배움터사업을 전국 실시하고 있다. 지난 6월29일 충북 청주 충북노인종합복지관에 에듀버스(디지털버스)가 멈춰 서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스마트폰을 들고 찾아왔다.

▲ 키오스크를 조작법을 배우는 농촌여성들

어르신 “스마트폰 똑똑하지만 사용법 너무 어려워”
“아날로그 의존하는 농촌, 디지털교육 체감 못해”

지역 따라 디지털교육 격차
디지털배움터는 각 지자체가 기관을 대관해 이론교육을 시행해왔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으로 개편되고 있다. 병행 운영되는 에듀버스는 전문 강사들이 마을에 직접 찾아가 야외에서 디지털기기를 체험하는 실습 교육이다. 또,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답답했던 애로사항까지 상담·해결해주고 있다. 
충청북도는 지난해 9월 에듀버스 한 대를 시범 운행했다. 올 5월부터 에듀버스를 추가 운행해 4대의 에듀버스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충북 청주 충북노인종합복지관에 정차된 에듀버스 앞으로 천막과 간이테이블, 파라솔 의자가 설치됐다. 그늘뿐인 현장이지만, 디지털 기기를 배우고자 하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준수하기 위해 테이블마다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일정 간격 떨어져 있다. 배움터에서 오랜 시간 머문 이영희씨(59)는 말했다. 
“모르겠어서.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도 스마트폰 업데이트를 해주거나 어플을 설치해주고 끝이니까. 핸드폰을 휙 가져가서 자기네들이 설치해주고 설명해주지는 않으니까 나는 알 수가 없어” 

▲ 키오스크로 주문을 마친 홍숙희씨(65)가 영수증을 들고 웃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디지털배움터 오승훈 현장운영팀장은 농촌지역 안에서도 디지털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시화된 농촌은 어르신들이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의 기본 조작법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터치하면 스크롤이고, 뒤로가기 버튼을 누르면 이전 화면으로 돌아가고. 기본적인 기능이 무엇인지 기초적인 인식이 돼있어요.”
이와 함께 비교적 스마트폰을 활용하기를 좋아하고 즐긴다고 했다.
“스마트폰 활용하길 좋아하는 어르신의 경우 QR 체크인 하는 방법을 알려드려요. 요즘 어디를 가도 입장할 때 QR코드를 찍으라는 곳이 많다보니까 바로 접속되는 어플을 설치해드리고 들어가는 방법을 알려드려요.”
그는 지역에 따라 디지털문화에 격차가 있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게 된다고 했다. 
“농촌에서도 고립된 마을을 찾아가면 글을 모르는 어르신이 많아 알려드리기 곤란할 때가 있어요. 어르신이 디지털교육의 중요성을 몰라주실 때도 많아요. 어르신들의 일상이 시장에 나가 현금으로 계산하고 수기로 장부를 작성하는 아날로그 거래방식에 익숙하다보니 디지털교육을 왜 배워야 하는지 공감하기 어려운거죠.” 
그럼에도 오 팀장은 마음의 문을 열고 키오스크 기능을 설명하고, 글자보다는 키오스크 속 이미지를 가리키면서 사용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을 배려해 태블릿교육도 같이 진행합니다. 태블릿으로 그림 그리는 교육을 하는데, 글은 모르셔도 그림은 잘 그리셔서 놀라웠죠.”
뿐만 아니라 3D펜 그림그리기 교육도 진행한다. 그림 도안에 3D펜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3D로 입체화되는 작업이다. 이날 3D펜으로 나비 그림을 그린 김정옥(55)씨는 “태어나서 3D펜을 처음 잡아봤는데,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 김정옥씨(왼쪽에서 첫 번째)와 이영희씨(왼쪽에서 세 번째)는 3D펜으로 입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신기하고 재밌다는 소감을 남겼다.

어르신들 디지털환경 무방비
에듀버스를 찾은 박남일(74)씨는 스마트폰 바둑게임 어플을 켜놓고 교육 강사들에게 물어봤다. 
“나는 스마트폰으로 바둑을 두는데, 하루에 무료 제공되는 판을 다 쓰면 구매해야 된다고 뜨더라고. 계속 바둑을 이어서 하고 싶은데, 구매하면 되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
박남일씨에게 디지털교육을 진행한 강사는 하루에 제공되는 무료 분량을 이용하고 다음날 다시 제공되는 무료 분량을 기다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녀는 스마트폰 게임에 관해 다양한 경험담을 들려줬다.
“바둑게임을 하다 보니 게임 광고에도 눈길이 가. 재밌어 보여서 다운로드 해보면 유료게임이더라고.”
강사는 광고에 나오는 게임은 더 재밌어 보이게 과장된 광고를 하고, 유료결제를 이끌기 때문에 자녀에게 무료게임 추천을 받는 게 안전하다고 알려주며 “스마트폰 게임은 자신도 모르게 자동결제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당부도 전했다. 
어르신들의 주된 질문은 스마트폰으로 문자 보내는 방법이다. 사진 촬영 방법도 카메라 기본모드와 셀카모드로 촬영하는 방법을 묻고, 문자에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는 방법을 많이 물어본다고 했다.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자녀와 손주에게 문자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뚜렷해 배움에 대한 욕망이 크다고 했다. 
오 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교육 일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심각한 시기에 어르신이 손주들을 못보고 있었는데 디지털교육을 통해 영상통화 거는 법을 배우셨어요. 영상통화로 손주를 보고 어르신이 눈물을 훔치셔서 다독여드렸죠. 강사들 모두가 찡하면서 뿌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에듀버스 지속 운영돼야
디지털교육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어르신에게는 지역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배움터 기관을 소개해주고 있다. 
디지털배움터 이애령 교육운영팀장은 “준비 없이 실생활에서 디지털기기를 사용해야 되면 어르신들은 당황하고 겁을 먹게 된다”며 “어르신들이 디지털교육을 배우고 마음 놓고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에듀버스는 지속 운영돼야 한다”고 전했다. 
오승훈 팀장은 교육이 필요한 곳 어디든 에듀버스가 출동하겠다는 포부를 말했다.
“그동안 충북도에서 에듀버스를 운행한 통계를 보면, 100 중에 80이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었는데, 앞으로 다문화가정으로의 확대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충북 청주 충북노인종합복지관에 나타난 디지털버스에서 농촌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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