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승보건축설계주식회사 백승기 대표

우리 국민 5천만 명 중 거의 절반은 이웃주민과의 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아파트가 지닌 이 같은 폐쇄적인 공간에서 이웃이 공동으로 화단 꾸미기와 텃밭농사 등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친환경 아파트 건축을 선도하고 있는 승보건축설계주식회사 백승기 대표를 만났다. 백 대표로부터 아파트 주민 간 소통 활성화와 협력을 증진시킬 친환경 아파트의 조성방법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유실수 조경과 텃밭 조성은
아파트 주민 소통과 친화 증진
3년 뒤엔 관상수 조경보다
큰 성과와 보람 얻게 돼

어려서부터 건축과 깊은 인연
“저는 전북 완주군 소양면의 과수원집 맏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오래된 시골집에 살다보니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빗물이 새서 아버지가 집을 고치는 것을 많이 보고 자랐죠. 또한 외삼촌이 건축가라서 자연스레 건축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원광대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고 한보그룹 산하 승보건축설계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1997년 IMF사태로 모기업인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으면서 그가 다니던 회사도 함께 도산했다. 승보에 재직 중이던 60명 중 백 대표를 포함해 3명이 승보를 승계해 독립했다. 그때부터 당진에 있는 현대제철 설계에 참여해 15년간 작업을 했고, 제철소 설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고 그는 자부했다.

“IMF사태로 국가가 부도가 나는 것을 보고 세계경제의 변화를 살피고자 중앙대 국제대학원에 들어가 국제통상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그곳에서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을 터득했죠. 졸업할 때 ‘통일 후 토지정책’을 주제로 논문을 썼는데, 덕분에 보훈처가 발주한 중국 흑룡강성 해림시에 김좌진 장군의 전공을 기리는 기념공원(5천 평)을 조성하는 공사에서 설계·감리·감독을 수주했습니다.”

조경과 텃밭 등 생태건축 보급 앞장
밷 대표는 2005년부터 아파트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나무와 꽃이 있는 공간을 꾸미고 가꾸는 친환경 아파트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연환경을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꾸미고 가꾸는 친환경 녹화 조경을 구상한 것이다.
“주민협력으로 재배·생산되는 모종을 각자의 아파트 베란다에 가져가 재배해 자연교감을 하다보면 도시의 고독한 삶을 치유할 수 있죠. 아파트 공간에 텃밭을 조성해 채소와 꽃을 가꾸는 일은 주민 간 소통 촉진과 협력의 소중한 계기가 됩니다.

아파트 주변의 조경은 비싼 나무보다 비교적 저렴한 감나무와 대추, 석류 등 유실수와 꽃차로 쓰이는 백목련과 홍목련 위주로 조경합니다. 주민들 중엔 비싼 나무를 심어야 아파트 품격이 높아 보인다는 인식으로 비싼 조경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또 시공업자도 비싼 조경이 마진이 커 이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유실수와 텃밭 등으로 조경을 하면 비록 시작은 초라하지만 유실수 열매가 수확되고 텃밭농사로 주민 간 친화력이 생기는 3년 뒤에는 관상수 조경보다 더 큰 성과를 본다고 확신합니다.
저는 아파트 주민 간 소통 부재와 건조한 삶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친환경 아파트 짓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에 건축미학을 추구하기보다 인간과 자연의 공생, 조화로운 생태건축을 확산시키기 위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죠.”

다양한 홍보로 전국 5곳에
친환경 아파트 조성 중

신문에 성냥갑처럼 빽빽이 들어서는 아파트 공화국으로부터 탈출해 친환경 아파트 건축을 하자는 기고를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강의와 세미나에서도 공감의 메아리가 적을지라도 주민 소통과 화합을 촉진하는 아파트 주변의 자연친화공간 조성을 역설합니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하며 강의를 할 땐 이해를 시키려고 주입식 강의를 했는데, 요즘엔 이해보다도 인식을 먼저 시킨 후에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제 강의를 들은 사람들은 제가 제의한 조경안보다 자신들이 구상한 조경안을 꼼꼼히 준비해 저에게 제의를 해옵니다. 이런 홍보에 힘입어 전국 5개 지역에서 생태건축 개념의 친환경 아파트를 짓기도 하고, 협의·진행 중에 있습니다.”

백 대표는 그간의 수주 결과를 소개했다 “천안역사 근체에 23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고 있고요, 도시형 공동생활주택 300세대도 천안에 짓고 있습니다. 강릉 교동에는 500세대를 지을 예정입니다. 얼마 전 강릉 교동에 현장답사를 갔었는데, 입주예정인 주민들이 친환경 건축에 만족을 보이며 자신들이 원하는 조경 모형과 도시농부가 된다는 기대로 텃밭 조성에도 의견을 제시하더군요. 부산 영도에선 친환경 아파트 2000세대를 짓고 있습니다.
친환경 생태건축이 시작됐으니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따라할 것이란 확신이 듭니다. 설령 기대에 못 미친다고 해도 건축가로서 생태건축 확산에 대한 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귀농인 공동주거설계 발주받아
농촌재생에 또 다른 사명감

“저는 요즘 젊은이들과 많은 교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매주 주말마다 전라북도에 내려가 공무원들과 농촌재생을 주제로 많은 얘기를 나눕니다. 최근엔 ‘농촌 재생에너지 활용’ 등을 주제로 공무원들과 밤 12시까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죠.”
생태건축, 친환경아파트 건축이 더욱 확산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적극 수용해 정책에 반영해야만 변화가 빨리 올 것이라는 생각에 공무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요즘 40~50대 초반의 공무원 중엔 박사급 공무원이 많아 얘기를 하면 이해가 굉장히 빠릅니다. 이들과 대화 도중 농촌소멸의 위기 상황에도 귀농인이 기대만큼 오질 않아 귀농인을 대상으로 한 공동주거공간 모형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에 농촌마을을 견하고, 실시안을 도출하는 자문단 구성했습니다. 도시재생사업을 하다가 이번에는 농촌재생이 더 시급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다른 사명을 얻어 책임이 무겁기도 합니다.”
백 대표는 사람과 자연이 동떨어지지 않는 행복공동체를 조성하는데 힘쓰겠다고 강조한다.  도시와 농촌이 서로 화합해 즐겁고 행복한 생활공동체를 만드는데 모두가 마음을 모아줄 것을 그는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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