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점검 - 과수화상병 발생 상황과 대책은...

예년 발생지역 넘어 전국 대유행 조짐
정밀진단기술 표준화와 방제기술 개발 추진
차폐실험실 조성 통한 생태·방제연구 기대

▲ 성제훈 농촌진흥청 대변인

과일이 불에 탄 것처럼 상해를 입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 치료약이 개발돼 있지 않아 병에 감염되면 나무를 땅에 묻어야만 하는 ‘과수화상병’(果樹火傷病). 지난 2015년 전국 43농가에서 발병한 이후 매년 17농가, 33농가, 67농가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급속한 확산세로 나타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2019년 188농가로 급격히 확산됐고, 지난해에는 무려 744농가, 그리고 올해는 6월23일 현재 465농가 218.8㏊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해 과수농가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 발생 상황을 보면, 경기 117농가, 강원 4농가, 충북 221농가, 충남 111농가, 경북 12농가 등이다.
농촌진흥청과 관련 농업 기관, 과수농가들은 올해 과수화상병 발생 추이가 계속 이어질 경우 과일값의 폭등은 물론, 과수산업의 대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수화상병이 치명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장마철이 다가오고 있는데다 과일 성수기인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도 과일 수급 불안정성의 긴장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과수화상병 급속한 확산 속에서 총체적인 발생 상황과 향후 전망, 방제와 치료제 연구의 중추역할을 하게 될 차폐실험실 조성사업 등에 대해 농진청 성제훈 대변인으로부터 들어봤다.[편집자 주]

 

-과수화상병 발생 속도나 면적이 심상치 않다. 매년 발생이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는?
식물 세균병은 동물 바이러스병(잠복기 최대 14일)과는 다르게 최대 5년 정도의 병징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를 갖는데, 수년 전부터 각 지역 사과· 재배지역으로 확산돼 잠복하고 있던 병원균이 식물체의 생육상태나 적합한 기상환경에 따라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겨울 이상고온, 4월 상순의 저온과 봄철 따뜻한 기온, 잦은 강우 등 병 전염과 발현에 적합한 환경이 만들어진 게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발생 초기에 발병 확산 지역에 대한 전문 예찰요원의 집중 예찰로 예년보다 주변농가의 신고가 증가한 것도 한 이유다.

-과수화상병 대응 방향과 대책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과수화상병은 잠복기가 최대 5년이어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발견과 제거가 어렵다. 올해부터는 방제기준을 강화해 재식주수가 100주 이상인 과원은 5주 초과 발생 시 폐원하고, 2곳 이상 산발적 발생 시 현장 식물방제관의 판단 하에 폐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재식주수가 100주 미만인 과원은 발생주율이 5% 이상일 때 폐원을 하고, 5% 미만인 경우에는 발생주와 접촉주를 제거하게 된다.

발생지역 주변과 인접 시·군인 완충지역(47시군)의 경우, 전년과 동일하게 발생과원을 폐원하게 된다.
발생주 반경 100m 이내 기주 농작물을 제거하는 등 적극적인 방역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관리구역은 남부지역으로의 확산차단을 위해 설정한 구역으로, 발생과원 폐원, 발생주 반경 100m 이내 기주 농작물 제거가 원칙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과수화상병 정밀진단 기술 표준화와 방제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차폐실험실의 필요성과 기대는?
과수화상병은 식물방역법상 금지급 병원균으로, 외부 유출 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차폐실험실에서 안전하게 다뤄져야 한다. 과수화상병균은 공기나 물, 접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파되고 있어 국제식물보호협약에서는 고위험 병해충을 차폐시설에서 다루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과는 달리 과수화상병균 등 고위험 병해충을 취급할 수 있는 차폐실험실이 국내에는 전무하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방제 연구를 시작했고, 신규 공동연구사업을 기획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차폐실험실이 없어 실증시험을 통한 현장 실용화에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재 추진 중인 차폐온실이 포함된 차폐실험시설의 구축은 과수화상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의 생리생태 연구를 통한 과학적인 확산 차단기술과 효과적인 방제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차폐실험실은 과수화상병 외에도 유입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병해충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고위험 식물병해충 위험평가, 정밀진단과 예찰, 방제기술 개발 등을 통해 선제적인 국가 대응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필요한 시설이다.
농진청의 차폐실험실 구축을 위한 총 사업비는 260억 원 정도이며, 차폐온실 10동을 포함한 차폐실험실 규모는 3710㎡다. 2022년 완공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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