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현재의 대한민국의 위상은
농촌여성들의 헌신 덕분이다.
생명의 가치인 자녀의 미래를
가장 중요시했던 정신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일상에서 잘 실천하는
농촌여성들은 훌륭한 부모의
자질을 이미 갖추고 있다."

▲ 박옥임 순천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

농촌에서는 자녀를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을 ‘자식농사’라고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식농사가 세상에 으뜸이라 한다. 만고의 진리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세계 최빈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두 축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바로 농촌 인적자원 교육을 통한 노동력 제공에서 시작됐다. 오늘날 인구가 5천만 명, GDP 3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력의 국가 위상은 농촌여성들의 헌신 덕분이다. 생명의 가치인 자녀의 미래를 가장 중요시했던 정신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대한민국에 최근 아동학대라는 끔찍한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정인이 사건’이나 ‘구미 여아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정도는 달라도 아동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아동들이 가장 가까운 어른들로부터 학대를 당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아동학대는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나쁜 범죄다. 아동 개인의 미래와 미래사회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19년 아동학대 건수는 30,045건이었고 사망한 아동은 43명이라고 한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아동학대가 예전보다 훨씬 더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만일 성인들도 다른 사람의 괴롭힘이나 학대, 폭력 등에 노출될 경우에 얼마나 놀라고 당황하겠는가. 하물며 아동에게는 대처할 방법이 전혀 없을 수밖에 없다.

아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티 없이 맑은 아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이의 밝은 미소를 마주하면 보는 사람 마음도 똑같이 맑아지고 밝아지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같다. 아동은 참되고 순수한 존재인 까닭이다. 아동에게 부모나 보호자는 바로 하늘이고 세상의 전부다. 학대받아 자기들이 사는 집을 떠나 부모나 보호자와 분리된 아이들의 절망의 눈빛을 본 적이 있다. 그 감정을, 절망의 깊이를 글로 표현할 수조차 없다.

그렇다면 사회와 국가는 학대 피해 아동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학대하는 부모나 보호자가 처벌받는다고 해서 무엇이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아동학대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처벌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아동학대 위험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의심사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전문적인 조치를 통한 안전망 구축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프로세스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벌어지는 사후 처방에 불과하다.
건강을 위해서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더 효과적이고 중요하듯이, 아동학대도 예방을 통한 학대 발생의 최소화가 필요하다. 유아기부터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상호협력과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 왜냐하면 아동학대의 가장 큰 원인은 양육자의 정신병리적인 영향이 가장 크게 작용하기에 그렇다. 그래서 부모교육이 중요하다.

부모들은 농부의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한다. 씨를 뿌리고, 물과 거름을 주고, 적절한 환경을 만들어 준 다음에 진득하게 작물이 자라길 기다려야 한다.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이 부족한 게 무엇인지 성찰해야 한다. 그런 인성교육이 이뤄지면 사회 분위기가 사람을 존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 점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일상에서 잘 실천하는 농촌여성들은 훌륭한 부모의 자질을 이미 갖추고 있다. 아동학대와 같은 무서운 기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요즘, 농촌여성들이 앞장서서 생명의 가치를 인식하고, 자녀 양육과 교육의 중요성을 깨우치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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