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A시대,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나선 농촌여성-⑥경기 화성 일월성농원 이경순씨

FTA(자유무역협정) 확대로 농산물도 세계가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이를 극복할 핵심은 농업의 경쟁력 강화에 있으며 전통적인 생산에서 탈피해 생산 ․ 가공 ․ 유통까지 과학기술을 적용한 기술혁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장마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농산물 가격이 올랐고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농산물도 공산품처럼 적정량의 생산과 유통 시스템을 갖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화는 필수적이다. 스마트팜 등 디지털 농업을 도입해 안전하고 안정된 농산물 생산과 유통으로 농업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여성농업인들을 만나봤다.

▲ 이경순씨는 스마트팜 설비와 모바일 프로그램 덕분에 안정적인 소득과 노동력을 절감하며 그 효과를 몸소 느끼고 있다고 한다.

‘화성포도 모바일’ 활용하며 소득 UP 노동력 DOWN
시간·센서 조건 혼합한 제어 실행·타농가데이터 비교 유용
5만4000건 생육사진 축적…수확일 계산·병해충 예방도 기대

농업의 디지털화는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는데 성패가 달렸다. 정부도 데이터 기반, 특히 노지 스마트팜이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할 핵심전략으로 보고 시범사업을 2019년부터 3년간 250억 원을 투자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ICT 장비를 활용한 용수와 관수, 스마트농기계 등이 핵심인 노지 스마트팜은 기존 농산물유통시설에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의 수집과 축적, 수급예측과 가공·유통관리의 효율화까지 추구한다.

명품포도 핵심은 노지 스마트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포도 재배면적은 농가 고령화로 인한 폐원, 포도 수입 증가에 따른 작목 전환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2017년 FTA 폐업지원 사업으로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샤인머스캣 식재 증가로 전년 대비 4% 증가한 1만3183ha를 기록했다. 올해 포도 재배면적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1만3388ha로 전망되며, 샤인머스캣 가격이 타 품종 대비 높아 기존 포도 농가의 품종 전환과 신규 농가의 식재가 증가한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다른 과수품종과 달리 재배면적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짐에 따라 경영비를 줄이면서 출하시기 조절로 제가격을 받을 수 있는 노하우의 필요성은 더 커졌다.

▲ 화성포도명품화사업소의 포도 ICT 종합관제시스템

송산포도로 유명한 경기도 화성은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노지 전용 포도 스마트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국비 포함 15억8400만 원 예산을 투입해 스마트팜 통합관제시스템과 ICT 종합정보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시스템은 관수, 천·측장 개폐와 무인방제 등이 가능한 시설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으며, 필요한 노동력을 평균 20% 이상 줄여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적기에 병해충 방제로 농약 사용량도 20% 절감할 수 있었다. 출하시기를 조절하고 정밀한 생육관리로 당도를 2브릭스 이상 높인 덕분에 소득 역시 15% 늘어났다는 게 화성시농업기술센터의 분석이다.

화성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채택한 1500평 규모의 농장을 꾸리고 있는 이경순·최효성 부부는 효과를 몸소 느끼며 워라밸을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경순씨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살다 편히 쉴 생각에 화성 마도면으로 오게 됐다”며 “이곳이 포도가 유명한 줄도 몰랐을 정도로 관심이 없었는데 화성시농업기술센터의 스마트팜 1기 교육생으로 선발돼 평일엔 서울, 주말엔 화성에서 5도2촌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국적 명성의 화성포도는 서해바다에 인접해 성숙기에 밤낮의 기온차가 크고 비옥한 토양 덕분에 높은 당도의 포도생산이 가능한 최적지다. 하지만 잦은 강우와 태풍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급감하거나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점차 빈번해지면서 스마트팜 적용의 필요성이 컸다. 노지 스마트팜 전반적인 관리를 담당할 지역특화연구소 설립은 그래서 농가에게 큰 힘이 됐다.

농장의 근거리에 2016년 문을 연 포도명품화사업소는 농장발전의 전환점이 됐다는 이경순씨. 그는 “기존에 캠벨얼리 위주로만 생산했는데 자꾸만 가격이 떨어져 고민이던 차에 포도명품화사업소 조언으로 샤인머스캣을 포함해 7품종으로 다변화했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판로가 막혔을 때 근처 한 업체에서 샤인머스캣 주문이 대량으로 들어와 숨통이 트이게 됐는데 만약 한 품종만 키웠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화성포도 모바일은 언제 어디서든 쉬운 조작법과 높은 활용도로 점차 농가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두 손으로 관리하는 포도농장
포도농장의 핵심은 물과 영양분의 적절한 공급이다. 이경순씨는 노지 스마트팜 운영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관리해왔지만 아주 바쁠 때를 제외하곤 주말에만 내려와 농장을 돌봐야 하는 입장에선 완벽한 관리가 어려웠다. 이런 어려움은 포도 스마트팜 모바일 프로그램인 ‘화성포도 모바일’이 개발되면서 한방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구축한 기존의 스마트팜 관리 프로그램은 복잡한 접속방법과 다양한 서비스 구현에 제약이 있었고, 오류나 장애발생도 점차 늘어났다. 스마트팜 고도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데이터 축적문제도 중고 스마트팜 기반의 장비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지난해 모바일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농업인은 스마트팜을 휴대폰 하나로 제어하고, 포도명품화사업소는 관내 농가 관제용 시스템을 통해 한눈에 확인이 가능해졌다. 거기다 센서·구동기노드 등 스마트팜 장비에 모인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프로세스도 구축됐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 김범기 지도사는 “이경순씨처럼 원격으로 농장을 관리해야 하거나 많은 일손을 투입하기 버거운 농가에선 휴대폰으로 농장을 관리할 수 있는 모바일 프로그램이 특히 매력적일 것”이라면서 “넓은 구역의 여러 농장을 관리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각각의 컨설팅과 지도사업이 가능한 슈퍼관리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어 아주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이경순씨도 “포도는 수분이 25~30%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알람기능이 있어 수시로 토양과 포도에 수분이나 영양분이 적절하지 않으면 공급해 주고, 습도조절을 위한 환기창을 여는 것도 언제 어디서든 가능해졌다”면서 “태양열 설비도 갖춰 기기 조작에 필요한 에너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고 만족해했다.

▲ 이경순씨 농장에 설치된 원격농장관리 프로그램 화면

높은 정확도로 농가 신뢰 얻는다
포도는 고온과 냉해에 특히 취약하다. 7품종으로 다변화하면서 소득은 늘어났지만 각각 알맞은 생육환경이 조금씩 달라 관리강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는 이경순씨. 높은 당도를 위해 솎아내고 남겨야 할 포도송이 개수도 달라 정밀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모바일을 활용하면서 주·야간, 오전·오후·밤, 오전·한낮·오후·밤 등으로 구분해 우수한 농가의 데이터와 비교할 수 있다. ‘오전 9시에 1, 2, 3 중창을 10분 간격으로 열어라’같은 다단제어도 가능하고, 오전 10~12시에 이산화탄소가 200ppm 미만이면 창문을 열어라’처럼 시간과 센서 조건을 섞어 제어할 수 있다. 이경순씨처럼 다양화 품종을 재배하면서 오랜 시간 농장에 머물 수 없는 농업인을 위해 이같은 제어 설정은 유용했고, 카카오톡으로도 정보가 제공되는 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높은 정확도로 농업인에게 신뢰를 확보하면서 단순 원격제어에만 그치지 않고 정밀한 관리에도 나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만약에 통신이 끊긴다 해도 클라우드에 기본 제어명령을 제어기 노도에 전달해 현장제어가 가능하게 지원되고 있다고 김범기 지도사는 설명했다. 거기에 포도 생육 이미지 분석과 CCTV 연결, 병해충 예측정보와도 연동돼 농약사용 절감과 피해 최소화에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순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더웠다가 비가 왔다가 추웠다가 하는 날씨 걱정이 크다. 포도명품화사업소는 급변하는 날씨에 충분히 농가가 대비할 수 있도록 모바일 프로그램 고도화에도 나선다. 온도, 풍속, 상대습도, 태양복사값을 계산해 필요한 관수량을 계산하는 것, 층위별 토양수분센서 정보로 다단제어를 구현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2018년부터 5만4000여 건의 생육사진 데이터를 축적한 덕분에 딥러닝 기법을 활용해 수확일을 계산할 수 있는 숙기 판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한다.

포도명품화사업소가 추진하고 있는 업그레이드 과정은 디지털농업이 기존의 정밀농업이나 스마트농업보다 생산·유통·소비 등 농업활동의 전과정에서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활용방식도 수집된 데이터를 인간이 분석해 작업방식을 자동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집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생산데이터, 유통데이터와 소비데이터가 농업데이터 플랫폼으로 수집되고, 플랫폼에서 AI 등이 데이터를 분석해 도출된 최적의 의사결정이 다시 현장으로 적용되는 수순이다.

지금 수준에선 60~70% 정도인데 정확도를 높여 엽색, 병반, 무늬 등을 포착해 미리 병해충을 막거나 시장가격이 낮을 때 출하해 제가격을 못 받는 경우까지 피할 수 있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화성시농업기술센터 포도명품화사업소 김범기 지도사

노지 스마트팜 전국 제일 명성 잇는다

포도명품화사업소는 기존 화성시농업기술센터의 포도명품화팀이 확대된 것으로 대지면적 4456㎡에 2개 동으로 지어져 송산·마도·서신·남양면 등을 관할하며 재배기술과 우량품종 육성, 농업인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사업소가 문을 연 것과 함께 지난해 개발이 완료된 모바일 프로그램은 화성포도 명품화의 중요한 계기다. 노지 스마트팜을 이용하는 관내 농가가 계속 늘어나면서 좀 더 고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했다. 여전히 스마트팜을 갖추고도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동으로 조작하거나 단순 원격제어 용도로만 쓰는 농가가 있지만 정확한 정보로 신뢰를 얻는다면 고도화된 프로그램 이용률도 늘 것으로 본다. 이전보다 기능을 개선했지만 다양한 제어기능을 더 실현할 수 있는 정밀화를 지속 추진해 노지 스마트팜의 전국 제일 명성을 잇겠다. 농업인들이 함께해야 성과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적극적인 협조도 부탁드린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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